산천어는 화천에 살지 않는다, 산 적도 없다

김지숙 2023. 1. 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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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산천어축제가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축제를 찾는 사람에겐 즐길거리지만, 산천어는 동물이고 생명이기 때문이다.

중앙내수면연구소 송하윤 연구사는 "자생어종이 아닌 산천어가 축제가 끝난 뒤 화천천에 유입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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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축제의 산천어 100만 마리는 어디서 왔나
우리나라 고유종 산천어는 대관령을 기준으로 동쪽 지방으로 흐르는 하천이 고향이다.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천은 동해가 아닌 한강과 합류해 서해로 흐른다. 행사에 이용되는 산천어들은 전국 18개 양식장에서 길러진 양식 산천어들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화천 산천어축제가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1월7일부터 시작된 축제는 개막 후 이틀 동안 26만명이 다녀갔다. 두번째 주말이었던 지난 14~15일은 얼음낚시 체험 입장권이 매진돼 웃돈을 얹은 암표가 나올 정도였다. 연간 100만여 명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 겨울 축제지만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축제를 찾는 사람에겐 즐길거리지만, 산천어는 동물이고 생명이기 때문이다.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 등의 환경·동물보호단체들은 산천어의 대규모 양식, 장거리 수송, 축제 체험프로그램에서 동물학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산천어들의 ‘고향’이 화천이 아닌 점을 들어 반생태적이라 지적한다.

그 많은 산천어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축제에 동원되는 산천어는 강원 춘천·양양·강릉, 경북 울진·봉화 등 전국 18개 양식장에서 길러진다. 올해는 총 171.5톤, 약 100만여 마리가 축제를 위해 화천으로 집결했다. 전국에서 양식 중인 산천어의 90%에 달하는 물량이다.

지난 14일 강원 화천의 산천어축제에서 맨손잡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 산천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사실 산천어는 다소 낯설다. 어떤 동물일까.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에 따르면, 산천어는 송어(Oncorhynchus masou masou)와 생물학적으로 같은 종이다. 송어는 민물에서 산란하는데 부화한 치어가 바다로 나가면 송어, 담수에만 머무르면 산천어가 된다. 우리나라 고유종 산천어는 대관령을 기준으로 동쪽 지방으로 흐르는 하천이 고향이다. 경북 울진 이북의 하천, 계곡에만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으로 기후변화 지표종이다.

대관령 서쪽인 화천의 화천천은 북한강 상류다. 한강을 거쳐 서해로 흐른다. 그러니 야생 산천어는 화천에 살았던 적이 없다. 축제가 아니면 산천어가 태백산맥을 넘을 일은 없었을 거란 이야기다. 지금 축제에서 이용되는 양식 산천어는 토종 산천어와 일본이 고향인 붉은점산천어(Oncorhynchus masou ishikawae)의 잡종이 대부분이다.

생물학자들은 양식 산천어의 하천 유입 가능성을 걱정하기도 한다. 중앙내수면연구소 송하윤 연구사는 “자생어종이 아닌 산천어가 축제가 끝난 뒤 화천천에 유입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도 누리집의 산천어 종 정보에 ‘최근에는 양식산 산천어가 전국의 산간계류에 방류되어 자연 번식하며 생태계를 위협하는 어종이 되었다’고 적고 있다. 애초 산천어가 사는 하천은 같은 연어과이며 멸종위기 2급인 열목어가 서식하기 때문에 이 종의 서식지가 위협 당할 가능성도 있다.

산천어축제의 얼음낚시는 화천천을 보로 막아 만든 얼음 위에서 산천어를 낚는 프로그램이다. 산천어들은 얼음 구멍으로 끄집어내진 뒤 천천히 질식사한다.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연고도 없는 화천과 산천어는 어떻게 엮이게 됐을까. 축제의 ‘창조자’인 정갑철 전 화천군수는 2015년 “예산은 없고 자본도 부족하고 그럴 때 기획자가 가져온 아이템이었다. 산천어 듣는 순간 딱 필이 꽂혔다. 어감이 좋아 듣는 사람도 프레시해지고, 화천의 청정 이미지랑도 맞는다”고 <한겨레>에 답한 바 있다.

애니멀피플과 만난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산천어들은 축제 현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과밀집 양식, 장거리 이송으로 다치고 폐사한다. 얼음 낚시터를 만들기 위해 강물을 막고 강바닥을 파는 것도 환경 파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산천어 맨손잡기를 당장 중단하고 동물친화적인 축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천/글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영상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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