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줄테니 제발…" 삼성전자에 쏟아지는 러브콜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황정수 2022. 12. 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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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미국 공장 반입식 6일 열려
반도체 거물들 대거 참석
삼성전자도 미국 공장 착공식 준비
바이든, JY 등 참석 전망
윤석열 대통령 방미 가능성도
유럽, 59조원 지원 법안 합의
반도체기업에 "공장 신축" 요청
삼성, "중장기 관점에서 검토"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왼쪽 세번째)와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 네번째). 연합뉴스


세계 반도체 산업을 주름잡는 실력자들이 오는 6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집결한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창업자, 리사 수 AMD CEO가 함께 자리한다. 여기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참석한다. 좀처럼 모이기 힘든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유가 뭘까.

 반도체 거물들 오는 6일 미국 피닉스에 집결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가 2024년 준공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건설 중인 공장에서 '생산설비 반입식'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반도체를 생산할 필요한 핵심 설비를 공장에 넣는 행사로 착공식과 준공식 못지않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1년 1월4일 새해 첫 현장경영으로 '평택 2공장 생산설비 반입식'을 택했을 정도다.

TSMC 생산설비 반입식의 참석자 면면을 보면 대만계 커넥션이 눈에 띈다. 모리스 창은 대만, 미국 이중국적자다. 젠슨 황, 리사 수는 대만계 미국인이다. 이들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CPU '라이젠'과 GPU '라데온'을 개발·판매하는 AMD는 위탁 생산 물량 대부분을 TSMC에 맡긴다. 삼성전자와 GPU 관련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파운드리는 TSMC 선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는 AMD보다 덜 하지만 TSMC와 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한경DB


애플은 AMD보다 TSMC와의 관계가 더 끈끈하다. 애플은 수년째 TSMC에 핵심 반도체 생산을 위탁한다. 삼성전자는 아예 고려 대상도 아니다. 팀 쿡 CEO는 최근 "TSMC의 애리조나 공장에서 2024년부터 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칩이 생산될 미국 공장의 이벤트에 팀 쿡이 참석 안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공장에서 4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공정을 구축할 예정이다. 당초 이 공장에서는 5nm 칩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월 웨이퍼 투입량 2만장으로 계획했던 생산량도 늘릴 계획이다. 애플 AMD 등 고객사의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착공식에도 바이든 대통령 참석할 듯

경쟁 업체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미국2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테일러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신축 부지 내 건물 공사를 시작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신축 현장. 테일러시


삼성전자도 성대한 착공식을 준비 중이다. 시점은 내년 1분기가 유력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주요 반도체 경영진의 참석은 100%에 가깝다. 이 회장의 경우 매주 열리는 공판 일정이 관건이지만, 대통령 등이 참석하는 국가 행사의 경우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일정을 조정하는 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두 정상 모두 최근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착공을 계기로 한미 정상이 텍사스주 테일러에서 다시 회담을 가질 지 주목된다.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연말 연휴 등을 감안할 때 착공식은 1분기께 열릴 것"이라며 "삼성이 한미 양국 정부 관계자들과 행사 일정 등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 반도체 기업에 '59조원' 지원 법안 합의

반도체 업계의 또 다른 관심은 TSMC와 삼성전자가 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지 여부다. 유럽연합(EU)는 지난해 삼성전자 등에 "유럽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엔 독일 대통령, 스페인 총리 등이 연이어 삼성전자를 찾아 공장 유치 활동을 벌였다.

EU 차원의 반도체 육성책도 마련 중이다. EU는 1일(현지시간) 27개 회원국 담당 장관들이 반도체 생산 확대에 430억유로(약 59조원)를 투자하는 EU 반도체법(Chips Act)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법안은 향후 EU와 유럽의회 간 협의를 거쳐 유럽의회를 통과하면 시행된다.

EU 반도체법은 2030년까지 EU의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시장 점유율은 10% 정도로 추정된다. EU 회원국들은 선폭 5nm 이하 최첨단 반도체뿐만 아니라 산업용 반도체를 만드는 전통공정 구축도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반도체법을 통한 지원은 국가 차원의 투자와 민간 투자를 결합해야 받을 수 있다.

EU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당장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1~3공장이 가동 중인 경기 평택에 4~6공장 부지가 남아 있어서다. 현재 4공장 부지에선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5공장도 내년 1분기에 기초공사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마련해놓은 부지도 상당하다.

EU 지역에 반도체 불모지에 가까운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규모 파운드리공장을 짓기 위해선 반도체 장비업체 등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집적효과'가 필수적이란 얘기다. 유럽은 미국이나 한국에 비해 반도체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NXP, ST마이크로, 인피니온 등의 반도체 업체들이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큰 고객은 아니다. 극자외선(EUV) 장비로 유명한 네덜란드 기업 ASML은 한국, 대만, 미국 등에도 이미 ASML의 연구개발(R&D)센터, 서비스 법인 같은 인프라를 만들어놨다. 삼성전자가 EU로 서둘러 가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삼성전자가 무조건 가야 하는 지역은 아니다"라며 "혜택을 살펴서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중장기 관점에서 EU 공장 검토"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유럽 공장 신축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생산지 다변화를 원하고 있어서다. 팀 쿡 CEO는 최근 "아시아,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으로 생산지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쟁자들이 유럽 진출을 검토 또는 확정한 것도 신경써야한다. TSMC는 독일 드레스덴을 유럽 공장 후보지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유럽 진출에 대한 질문에 "여러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부정하지 않았다.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미국 인텔도 독일 등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밖에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반도체 시장의 수요업체들이 유럽에 몰려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왼쪽 두번째)가 지난달 17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왼쪽 첫번째),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왼쪽 네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중장기 라인 및 글로벌 단지 운영 전략’을 수립할 경력 직원을 뽑는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출신을 우대한다. 경기 평택과 미국 테일러 등에 예정된 라인 외에 ‘제3의 공장’을 찾기 위한 중장기적인 포석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은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파운드리의 경우 고객과의 접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현지화가 필요하다”며 “유럽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럽 출장이 잦은 삼성전자 반도체 경영진도 현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제안을 들어볼 계획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는 최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경영진이 팀을 꾸려 내년 1분기 유럽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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