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비.바] 살찐다? 과일에 대한 흔한 오해들

송윤주 대한비만학회 학술영양위원회 위원(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 2022. 10. 6. 0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한비만학회-헬스조선 공동기획] 잘못된 비만 상식 바로잡기(잘.비.바) 37편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과일 섭취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과일은 열량이 낮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과일은 달기 때문에 살이 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일 섭취와 체중조절 간의 진실은 무엇일까?

늘 그렇듯이, 진실은 중간 어디인가에 존재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식품도 많이 섭취하면 필요한 열량보다 많이 섭취하게 되어 체중이 증가되고, 단맛을 즐기다 보면 당류 섭취가 넘쳐 체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사과와 흰 우유의 열량을 비교해보면, 중간크기 사과 1개(200g)는 106 kcal이고, 우유 1팩(200ml)은 95kcal이다. 그래서 우유를 여러 잔 먹으면 살이 찔 수 있지만, 사과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순이다. 흔히 사람들은 식품 간의 열량을 비교할 때 기준 중량을 가지고 비교하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준 중량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먹는 섭취 분량이다. 그러니 과일 먹어도 살이 안 찐다고 믿고 귤 1kg 한 박스를 하루에 다 먹으면 귤 100g이 43kcal 이므로 무려 430 kcal를 섭취하게 되고, 보통 과일은 식사가 아닌 간식으로 섭취하므로 이 경우 하루 총 섭취 열량은 초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다음으로, 과일 먹을 때 느끼는 단맛은 당류로 인한 것인데, 당류의 과잉 섭취와 비만과 관련성이 높다는 최근 연구결과가 많이 보고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당류는 첨가당으로 엄밀히 말해 과일 자체가 아니다. 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일, 당류, 첨가당의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과일은 식품으로, 하나의 식품에는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 되어있다. 자연에서 오는 식품 중 하나의 영양소로만 이루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 식품에 들어있는 특정 영양소만 강조하며 그 식품 전체를 한 영양소로 판단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과일 섭취가 곧 당류 섭취가 아니다.

당류는 영양소로, 열량을 내는 3대 영양소의 하나인 탄수화물의 세부 범주이다. 탄수화물은 크게 단순당과 복합당으로 나뉘는데, 단순당은 포도당과 같은 단당류와 설탕과 같은 이당류를 말하고, 복합당은 전분, 글리코겐, 식이섬유와 같이 포도당이 수백-수천개로 이루어진 형태를 말한다. 흔히 단순당은 우리 몸에서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을 급격히 올려 체중 증가에 기여하고, 복합당은 서서히 흡수되어 혈당을 천천히 올려 체중 조절에 유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당류가 많은 과일인 사과와 복합당의 대표격인 흰쌀밥의 당지수(glycemic index)는 어떨까. 당지수는 50g 포도당을 섭취하였을 때 혈당증가를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계산한 값인데 포도당의 당지수를 100이라 할 때 사과는 38로 낮은 반면, 흰쌀밥은 86로 오히려 흰쌀밥이 100에 가깝다. 사과가 단순당이 많은데 왜 당지수가 낮을까. 그 이유는 사과에는 단순당도 있지만 식이섬유도 있기 때문에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 흰쌀밥 100g은 탄수화물 33.2g이 있지만 도정으로 인해 식이섬유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반면, 사과 100g은 탄수화물 14.4g 중 당류가 11.1g, 식이섬유도 2.7g이 있다. 그래서 한국인의 식이섬유 섭취에 기여하는 주요 급원식품에는 늘 상위에 과일이 등장한다. 그러니 과일을 생과일 형태로 섭취하면 혈당을 천천히 올려 체중 조절에 유리하다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첨가당에 대해 알아보자. 당류와 첨가당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당류는 엄밀히 말해 식품에 내재하거나 가공, 조리시에 첨가된 당류를 모두 합한 것으로 총당류(total sugar)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 첨가당(added sugar)은 식품의 제조과정이나 조리 시에 첨가되는 설탕, 시럽, 물엿 등을 말한다. 당류의 과잉섭취가 전세계적으로 건강상 문제가 된다는 우려에 따라 세계보건기구는 첨가당 이외에 꿀, 과일 주스에 포함된 농축과즙도 포함한 유리당(free sugar) 개념을 제시하고, 유리당의 과잉섭취가 비만 및 대사질환과 연관성이 있으니 제한한 것을 권고하였다. 다시 말해, 총당류가 아닌 첨가당 또는 유리당 섭취를 제한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과일주스를 과일이라고 여기고, 건강에 과일이 좋다고 하면 과일주스를 하루에 몇 잔씩 마시려고 한다. 그런데 과일을 생과일 형태로 섭취하면 포만감도 있으며 당 섭취뿐 아니라 식이섬유도 같이 섭취하게 되어 혈당이 천천히 상승하게 된다. 이에 반해, 대부분 시판하는 과일주스는 농축과즙에 물을 다시 타는 환원주스 형태이다. 아무리 환원 시 당을 가하지 않아 무가당이라 해도 농축 시 과일이 원래 가진 식이섬유와 기타 영양성분은 거의 날아가고 오롯이 당류만 남게 된다. 또한 주스는 액체형태라 동일한 열량을 섭취해도 포만감이 빨리 오지 않아 한번에 몇 잔을 쉽게 마시게 된다. 이 분량을 생과일로 환산해보면 상상할 수 없는 양이 된다.

우리는 흔히 건강한 식사란 몸에 좋은 식품만을 먹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식품을 이분법적으로 건강에 좋은 식품과 그렇지 않은 식품으로 자꾸 판별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건강한 식사란 특정 성분으로만, 특정 식품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 몸은 수많은 대사작용을 하는 거대한 유기체로, 건강한 식사를 하나의 식품, 한번의 식사가 아닌 평상시의 식생활로 맞추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건강한 식사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그 답은 균형 있게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다. 어느 식품도 나쁜 식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식품을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섭취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우리 자신이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과일은 자연에서 오는 매우 훌륭한 식품이며, 가급적 생과일 형태로 제철 과일을 한 번 섭취 시 1회 분량 정도 섭취한다면 체중 조절뿐 아니라 대사질환 등 다른 건강상 이점을 최대한 누릴 수 있다. 

- Copyrights 헬스조선 & HEALTH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