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도 그랬다..찰스 3세 첫 행보 "10월 프랑스 첫 국빈 방문"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프랑스로 국빈 방문 계획을 조율 중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성사될 경우 국왕 즉위 후 첫 국빈 방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찰스 3세 국왕은 이르면 다음 달께 프랑스를 국빈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만남을 타진하고 있다. 국왕은 마크롱 대통령과 아프리카 나무심기 프로젝트(Great Green Wall) 등 기후위기·환경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다.
여왕의 장례식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국왕을 초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열린 리셉션에서 찰스 3세와 만나기도 했다. 스테판 베른 프랑스 대통령 보좌관은 "국왕의 첫 국빈 방문지로 프랑스를 택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1957년 모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후 첫 국빈 방문지이기도 했다. 또 영국과 경제·군사적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뿐 아니라 불법 이민 문제 등에서도 도움을 주고받는 핵심 국가로 꼽힌다.
익명의 소식통은 텔레그래프에 "국왕은 프랑스 방문 후 독일 베를린을 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독일은 서거한 여왕이 당시 89세였던 2015년 마지막 공식 해외 방문국 중 하나였다. 찰스 3세의 영연방 국가 방문은 내년 봄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왕실의 행보에 최종 결정권을 가진 영국 외무부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유럽 내에서 쇠퇴한 영국의 영향력을 왕실 외교력으로 돌파해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텔레그래프는 "'왕실'이란 소프트파워는 이제껏 외교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며 "영국 외무부는 전 세계가 주목한 여왕의 장례식을 계기로 왕실의 인기를 이어가려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특히 찰스 3세 국왕이 왕세자 시절부터 관심사였던 환경·이민 정책 등에 대해선 영향력을 펼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찰스 3세는 입헌군주제하에서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유지했던 모친과 달리, 사회 이슈와 정치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었다.
하지만 왕실은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국왕에 오른 찰스 3세가 왕세자 시절보다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찰스 3세는 지난 2018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국왕이 되기 전후의 내 행동이 어떤 식으로든 똑같을 것이란 견해는 틀린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영국 시민들 사이에선 새로운 찰스 3세 시대에 기대감과 함께 군주제에 대한 회의 등 부정 여론도 교차하는 분위기다. 여왕의 장례식 기간에도 런던에선 군주제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은 공화제 전환을 요구 중이다. 모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아들 윌리엄 왕세자보다 낮은 인기도 찰스 3세에겐 큰 부담이다.
찰스 3세는 지난 8일 여왕의 별세 직후 자동으로 왕위를 승계했다. 찰스 3세의 대관식은 행사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봄쯤 거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찰스 3세는 여왕의 장례식을 끝낸 현재 윈저성에 머무르고 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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