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투명한 알사탕에 채워나갈 이야기

“세상 어딘가 내가 모르는 장소에 정말 감정을 이입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기 마련이죠.”
‘알사탕’ 애니메이션(백희나 작가 원작·5월 28일 한국 개봉)을 만든 니시오 다이스케(西尾大介·66) 감독이 입을 열자, 와시오 다카시(鷲尾天·59) 총괄 프로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와시오 PD는 백 작가를 찾아가 설득한 끝에 그의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지난 2일 일본 최대 제작사 토에이(東映) 애니메이션 본사가 있는 도쿄 네리마구를 찾아갔다. 이곳에서 ‘슬램덩크’와 ‘드래곤볼’ ‘원피스’ ‘프리큐어’ 등 내로라하는 작품들이 탄생했다.
![애니메이션 ‘알사탕’ 중. 주인공 동동이가 투명한 알사탕을 손에 들고 있는 장면. [사진 알사탕 캡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6/joongang/20250606001419878pcry.jpg)
‘알사탕’은 친구가 없어 항상 혼자인 ‘동동이’의 성장 일기다. 문방구에서 찾은 마법의 알사탕 6개. 하나씩 입에 넣을 때마다 현실에선 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거실 소파와 반려견 구슬이, 잔소리뿐인 아빠의 속마음, 곁을 떠난 그리운 할머니의 안부, 풍경을 수놓는 낙엽까지. 마법 같은 이야기의 끝, 하나 남은 알사탕은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 투명한 사탕이었다. 이 투명한 사탕의 목소리는 아마도 자신의 속마음이었을까, 친구 따위 필요 없다던 아이는 처음으로 놀이터에 있던 다른 아이에게 다가가며 첫발을 내디딘다.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서사에 충실하면서도 캐릭터들에 목소리와 감정선을 통해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림책 『구름빵』 등으로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2020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백 작가는, 이번 애니메이션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지난 3월 열린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니시오 감독은 “작품을 만들며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따뜻한 시선을 전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와시오 PD는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 썼다”면서 “지켜봐 주는 누군가의 따스함이 결국 투명한 알사탕을 통해 한 걸음을 내딛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한·일 양국은 문화 분야에서 더 큰 협업을 해낼 수 있다”며 “정치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창작 분야에서 첫걸음을 내디디고 항상 이어지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토에이는 한국 웹툰 ‘고수’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기획에도 착수한 상태이다.
문화면에서 국민 간 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 한·일 관계는 한때의 허니문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 투명한 알사탕에 또 어떤 이야기들을 채워나가게 될지 궁금함과 기대가 앞선다. 마지막 남은 알사탕을 입에 넣고 친구에게 다가가던 동동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원석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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