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생존법③] '경고'만 날리는 정부, 통화스와프 외 마땅한 카드 없어

장정욱 2022. 9.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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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0원 돌파한 원·달러 환율
외환당국 잇단 경고 안 통해
'관찰대상국' 적극 개입 어려워
'통화스와프' 사실상 유일한 대책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글로벌 달러 강세 등 대외 여건에 편승해 역외 투기적 거래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경각심을 갖고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겠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근 대외 여건이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외환시장 심리의 일방향 쏠림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에 쏠림이 발생하거나 투기적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 조치를 하겠다.” -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정부의 잇따른 시장 개입 발언에도 원·달러 환율 오름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환율 안정을 직접 언급했으나 시장에는 이러한 ‘구두 경고’가 전혀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시 한번 통화 스와프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5일 기준 1375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13년 5개월 만에 또다시 최고점을 경신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1400원마저 뛰어넘을 수도 있다.


환율 급등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관계기관 수장들은 계속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해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엄중 대처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올해 외환당국에서 내놓은 공식적인 구두개입만 다섯 차례에 달한다.


문제는 정부 경고가 시장에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환율방어보다는 외화보유액의 안정적 운영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무역수지까지 누적 적자를 쌓아가는 탓에 원·달러 환율을 반전시킬 카드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외환시장 직접 개입을 꺼리고 있다.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고파는 형태로 일정 부분 환율을 조정할 수 있는데, 이 방법은 우리나라가 ‘환율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라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환율관찰대상국은 미국 정부가 판단했을 때 어떤 국가(정부)가 환율에 개입해 교역 조건을 유리하게 만드는지 계속 관찰해야 하는 나라를 말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환율관찰대상국은 ▲지난 1년 동안 150억 달러를 초과하는 대미 무역 흑자 기록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초과 경상흑자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GDP 2%를 초과하는 외환을 12개월 중 8개월 이상 순매수) 등 3가지 요건으로 결정한다. 3개 모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 2개만 해당하면 환율관찰대상국이 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 정부 개발자금 지원과 공공 입찰에서 배제된다. 국제통화기금(IMF) 감시도 받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150억 달러 초과 대미 무역 흑자와 GDP 대비 3%를 초과하는 경상흑자 때문에 환율관찰대상국이 됐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환율조작국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 구두 경고가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 이유는 달러 강세가 투기세력에 의한 게 아니라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하는 것은 투기세력 때문이라기보다는 미국 긴축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이 원·위안이나 원·유로, 원·엔화 등 다른 통화와 비슷하게 하락한 만큼 투기세력이 원화만 공격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백 연구원은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긴축과 중국 부동산 시장 둔화, 유로존 에너지 문제 등 악재가 한꺼번에 나타나 달러화 유동성 경색이 나타날 경우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연말 종료한 한미 통화스와프와 2015년 2월 끝난 한일 통화스와프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1350원까지 급등하는 상황에서 외환위기 재발을 막으려면 한미 통화스와프, 한일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서둘러 대비하지 않으면 내년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정부는 2008년처럼 한미 통화스와프, 한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방어막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킹달러 생존법④] ‘초고환율’ 시대, 짠테크·무지출로 빚부터 갚아야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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