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어디까지 가봤니?

강해령 기자 2022. 7. 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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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첫 EUV D램. 사진제공=SK하이닉스
[서울경제]

IT 시장에 관심 많으신 독자 여러분, SK하이닉스(000660)에 대해 잘 알고 계신가요?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함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 칩 제조사입니다.

SK하이닉스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사업을 주력으로 합니다. 자회사로 SK하이닉스시스템IC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요. 각종 전자기기 카메라에서 '눈'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도 생산하고 있죠.

그런데 여러분. 한번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칩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또 생산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SK하이닉스 공장이 우리나라 말고 중국에도 있다던데. 또 극자외선(EUV)이 있다는 M16은 무엇이고, 최근 착공이 보류된 M17 부지는 어디에 있을까. 늘어나는 이슈와 홍수같은 정보에 많이 헷갈리셨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들과 제가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SK하이닉스 팹을 쭉 정리해보겠습니다. 공장 이야기를 하는 김에 최근 회사를 둘러싼 각종 이슈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SK하이닉스 공장 위치. 이천, 청주, 용인, 중국 우시, 중국 다롄 등에 핵심 공장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살펴봅시다. 사진제공=구글

그럼 잠깐 SK하이닉스 공장 위치들 확인해주시고요. SK하이닉스의 D램 전초기지, 이천으로 출발해봅시다.

◇임금님 쌀 수확되는 이천, IT의 쌀 D램도 생산된다 (feat. 우시)

SK하이닉스는 D램 강자입니다.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28% 내외로 삼성전자와 함께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죠. 현재 SK하이닉스의 월 D램 총생산량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40만장 정도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제공=네이버 지도

그럼 SK하이닉스의 D램은 어디서 만들어질까? 문제를 풀기 위해 이천 캠퍼스를 먼저 살펴봅시다. SK하이닉스 D램 맛집은 여기에 다 있습니다.

위 지도처럼 이천 캠퍼스에는 총 3개의 D램 공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M10, M14, M16 공장인데요. 이곳에서는 SK하이닉스 총 D램 생산량의 절반 정도인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0만장 D램이 만들어집니다.

SK하이닉스 M16. 사진제공=SK하이닉스 뉴스룸

공장별로 생산 능력과 이슈들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요즘 이천 캠퍼스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공장(팹)은 M16입니다. 2018년 착공해 지난해 2월부터 가동 시작한 회사의 가장 최신 팹입니다. 총 3조5000억원이 투입됐고,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7000㎡ 면적에 아파트 37층에 달하는 105m 높이로 조성됐죠.

공장 면적만큼 주목받는 건 팹의 기능입니다. 이곳은 SK하이닉스에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D램을 만들 수 있는 팹입니다. 12인치 웨이퍼 기준 약 15만장 규모로 만들어졌고요. SK하이닉스 공장 중 ASML이 세계에서 독점 공급하는 EUV 노광기가 설치될 수 있는 유일한 공장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이곳에서 EUV D램을 첫 양산한 SK하이닉스는 올 초부터 'NXE:3600D'라는 신형 ASML 노광기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M16에는 총 2대의 EUV 노광기를 갖추게 되는데요. ASML에 따르면 기존 EUV 노광기(NXE:3400C) 생산 능력(스루풋·throughput)이 시간당 170장, 신형 노광기가 160장 이상이라고 하는데요. 단순 산술 상으로 한 개 레이어에만 EUV 노광을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대당 월 11만~12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러 변수로 노광 작업 시간이 늘어나고, EUV를 적용하는 레이어 수 증가·기타 장비 세팅 문제로 이상적인 가동을 할 수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말까지 M16에 EUV D램, 기타 제품 포함 월 6만장 안팎 생산 능력 확대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총 생산 능력의 약 40%를 채운다는 얘기겠네요.

SK하이닉스 M14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M16만 해도 이야깃거리가 참 많죠? 나머지 이천 D램 생산 설비를 둘러 봅시다. M16 바로 옆자리에는 2005년부터 가동 시작한 M10, 그 옆에는 2015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M14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M10과 M14 생산 능력을 따로 구분 지었지만, 현재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두 공장의 D램 생산 능력을 통합 계산해 운영한다고 합니다. M10, M14의 D램 생산 능력을 합하면 월 15만장 수준으로 파악이 됩니다. 10나노 1세대(1x)~3세대(1z)에 이르는 다양한 D램을 생산합니다. 공정은 팹 별로 균형을 맞춰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에 어떤 팹에서 무슨 D램을 생산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M10과 M14는 다양한 변화가 감지됩니다. 우선 M10 일부 라인에는 SK하이닉스의 또다른 사업 축인 CMOS 이미지센서(CIS) 라인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7월 SK하이닉스의 실적발표회에서 M10 라인 일부를 CIS 라인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이후 채워진 라인인데요. 향후 SK하이닉스의 이미지센서 사업 진출 속도에 따라 이 라인의 존재감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M14의 또다른 포인트. 여기선 D램 라인 외에도 월 5만장 가량의 낸드플래시 라인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최근 반도체 수요에 따라 이 라인을 D램 생산 공간으로 바꿀 것이란 사내 공지가 있었다고 하죠. 앞으로 이 라인에서 어떤 제품이 생산될지 지켜봅시다.

SK하이닉스 우시 팹. 2006년 가동 시작한 C2(왼쪽)와 2019년 준공한 C2F가 하나의 팹처럼 가동 중입니다. 사진제공=바이두

지금까지 이천캠퍼스 팹들을 둘러봤는데요. 그런데 D램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을 빼놓을 수 없죠. 중국·글로벌 D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2006년부터 우시 공장 운영을 시작합니다. 현재 우시 공장에는 2개 동이 있는데요. 2019년 준공한 'C2F'를 C2와 연결해 원팹(OneFAB) 체제로 가동 중이죠. 우시 공장의 존재감은 꽤 큽니다. 이곳에서는 월 19만장의 12인치 웨이퍼가 생산됩니다. SK하이닉스 D램 월 생산량의 48%입니다. 현재 팹에는 월 1만~2만장 D램을 생산할 수 있는 유휴 공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C2의 가장 큰 이슈는 미-중 갈등입니다. 양국 간 치열한 무역 갈등 속에서 이 D램 공장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가 변수입니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제재 중인 EUV 노광기 확보가 커다란 고민 거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물론 아직까지 우시에 EUV 노광기를 들일 수 있는 설비 인프라는 없습니다.

다만 ‘향후’·‘언젠가’ SK하이닉스가 10나노급 4세대(1a) 이상 EUV D램 양산을 이곳으로 이관해야 할 상황이 올 때 어떤 전략을 취할지, 각종 공정 변환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 지 경영진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청주: SK하이닉스 낸드 이야기(feat. 중국 다롄)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전경. 사진제공=네이버 지도

이제 청주로 가봅시다. 청주 캠퍼스의 가장 최근 이슈는 'M17'입니다. SK하이닉스는 청주캠퍼스 바로 옆 청주테크노폴리스의 43만㎡ 땅에 4조3000억원을 들여서 새로운 공장을 지으려고 했습니다. 착공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지난달 29일 SK하이닉스 이사회가 이 결정을 보류했죠. 원자재 가격 상승, 대외 경제 불확실성 등이 최근 반도체 업계에 너무 큰 영향을 주면서 투자를 연기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SK하이닉스가 M17에 언제 투자할지, 이곳은 D램과 낸드플래시를 함께 생산하는 복합 기지가 될지 등을 관심있게 지켜보면 좋을 듯 합니다.

청주캠퍼스에는 여러 개의 낸드플래시 공장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사업도 열심히 하는 회사죠. 지난 2020년 인수를 발표한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 점유율을 합치면 세계 시장 점유율은 18% 내외입니다. 2위인 일본 키옥시아를 바짝 뒤쫓고 있죠.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 이후 200단 이상 칩을 언제 출시할 지도 관심 포인트입니다.

SK하이닉스 M11, M12. 한 지붕 두 라인입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낸드 라인은 M11, M12, M15. 크게 세 개 라인이 있습니다. M11과 M12는 '한 지붕 두 라인' 입니다. 한개 건물 안에 두 개 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셈인데요. M11 라인은 2008년, M12 라인은 2012년 각각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각종 시장조사 자료에 따르면 두 라인의 낸드 플래시 생산량은 약 9만장 가량 됩니다. 로우 엔드부터 하이엔드 제품까지 다양한 단수의 낸드플래시 제품을 섞어서(믹스) 생산 중입니다.

SK하이닉스 청주 M15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의 가장 최신 팹은 M15입니다. 2018년 가동을 시작한 이 팹은 축구장 8개 크기인 1만8000평 부지 위에 세워졌습니다.

M15의 활용도는 아직 무궁무진합니다. 이 팹의 총 생산 능력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약 20만장 정도로 파악이 되는데요. 현재까지 약 6만장 정도 생산 능력이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총 생산 설비의 약 30%가량이 채워진 상태죠. 최첨단 제품인 176단 4D 낸드플래시에 이어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보여줄 200단, 300단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 거점은 이곳이 될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앞으로 M15 내부를 어떻게 꾸며질까요?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 전경. 낸드 생산량은 약 10만장, 144단 낸드플래시가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진제공=바이두 지도

SK하이닉스의 낸드 이야기를 청주에서 멈추면 섭섭하죠. 자회사 솔리다임 이야기를 잠깐 풀어봅시다. 아까 잠깐 언급드렸듯 솔리다임은 회사가 인텔 낸드사업부를 10조원을 들여 인수한 뒤 새롭게 만든 자회사입니다. 솔리다임의 생산 공장은 중국 다롄에 있습니다. 여기서는 약 10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2019년 당시 인텔은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메모리&스토리지 데이'라는 행사에서 낸드 업계 대세인 차지 트랩 플래시(CTF) 방식이 아닌 '플로팅 게이트' 기반 144단 낸드플래시 기술을 구현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공장 뿐 아니라 이들의 무형 자산도 흡수하게 됐죠. *낸드 기술 관련자세한 설명은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낸드플래시 특집을 참고해주세요!

지난 4월에는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첫 합작품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P5530도 출시했습니다. SK하이닉스 128단 4D 낸드와 솔리다임의 컨트롤러 기술을 합친 저장 장치인데요. 앞으로 솔리다임이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생산 능력과 기술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됩니다.

◇SK하이닉스의 8인치 파운드리 사업

SK하이닉스의 8인치 파운드리 라인업. 사진제공=네이버 지도

SK하이닉스의 또다른 사업 축인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도 짚고 넘어가 봅시다. SK하이닉스는 레거시(옛) 공정에 속하는 8인치(200㎜) 웨이퍼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죠. 2017년 이 사업을 분사해서 SK하이닉스시스템IC라는 자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이 회사의 생산 기지는 청주 M8이었습니다. 2018년부터 중국 우시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 시작한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현재 대부분의 장비를 이설하고 현지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공장의 규모는 8인치 웨이퍼 기준 약 10만장 가량이라고 하네요. 국내 주요 팹리스들이 이 회사의 고객사로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M8 일부는 8인치 웨이퍼 이미지센서 라인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 장비가 우시로 이동한 상황인데, M8의 남은 공간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왼쪽) 전경. C2와는 차로 25분 정도 떨어져있습니다. 사진제공=바이두

또 주목해야 할 곳은 8인치 웨이퍼 기준 약 10만장 생산 능력을 가진 파운드리 회사 '키파운드리'입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10월 매그너스사모펀드와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575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죠. ·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에 소속됐던 키파운드리(당시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부)가 17년만에 SK하이닉스 품으로 돌아온 셈인데요.

현재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에 관한 세계 주요국의 반독점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우려했던 중국 당국이 심사 이후 승인을 발표했죠. M&A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다가가면서, 사업 다각화를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용인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 조감도. 사진제공=SK하이닉스

마지막으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으로 가봅시다. SK하이닉스의 미래 거점이 될 용인 클러스터를 살펴봅시다. 용인 클러스터 구축 계획은 2019년 2월 발표되었죠. 10년간 120조원을 들여 메모리 팹 4곳을 짓는 메가톤급 프로젝트입니다.

클러스터는 한 팹 당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0만장 씩, 최대 80만장을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인데요. 당연히 EUV 인프라가 들어올 수 있는 최첨단 공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이할 만 한 건 이 사업에는 SK하이닉스와 함께 50여개 협력사가 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하게 되는데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회사, 소재회사는 물론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곳에 둥지를 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양산에 쓰일 소재·부품·장비를 미리 시험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까지 구축한다고 하니, 생산 인프라는 물론 국내 반도체 생태계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지난 14일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 착공식이 예정됐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연기가 됐죠. 언제 첫삽을 뜨게 될지, 첫 팹 가동은 언제일지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용인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SK하이닉스 전(前)공정 사업장을 쭉 살펴봤는데요. 사업장 별로 정리가 잘 되셨는지요. 마지막으로 한번에 정리하실 수 있도록 아래 표와 함께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정리. 자료=업계 종합/ 사진제공=SK하이닉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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