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 훔치는 은행원, 수천억 사라져도 깜깜이

이남의 기자 2022. 6. 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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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구멍난 금융감독, 내부통제 적신호①] 문서 위조해 눈속임.. 경영진·준법감시, 징계근거 불명확해

[편집자주]올해 초 2000억원대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을 시작으로 우리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금융사에서 연일 횡령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금융사 직원이 빼돌린 횡령 금액은 1091억원에 달한다. 돈에 눈이 먼 직원들은 고객의 돈으로 주식과 코인에 투자했고 막대한 손실을 봤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면서 금융사의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이 당면 과제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금융사 횡령사고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고객 돈 훔치는 은행원, 수천억 사라져도 깜깜이
② 구멍난 내부통제… 금융당국 새 수장들 과제는
③ 계류 중인 금융회사 내부통제 법안 탄력

#1993년 동화은행은 안영모 은행장이 고객의 돈 25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안 행장은 23억5000만원의 공금을 허위영수증으로 처리한 가운데 10억5000만원을 임원들끼리 나눠 쓴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8억원은 특정 단체의 후원금으로 지원하고 5억원은 정치자금으로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안 행장은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됐으며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부조리한 역사로 남았다.

#2022년 우리은행은 직원 A씨가 약 614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부동산 신탁회사에 돈을 맡긴 뒤 채권단이 회수하는 것처럼 문서를 위조한 방법이다. A씨는 약 550억원을 주가지수옵션거래 등 개인 용도에 쓰고 약 50억원을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지난 10년간 A씨가 고객의 돈을 빼돌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내부통제 관리에 구멍이 났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1000억원 빼돌려 환수율 11.6%… 내부통제 허점


금융회사 직원들이 고객의 돈 수천억원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수백건의 대형 횡령사고가 발생했으나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사고에 금융회사 내부통제시스템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금융권에서 횡령을 한 임직원은 174명으로 횡령규모는 1091억8260만원에 달한다. 횡령금액은 2017년 89억8870만원, 2018년 55억7290만원, 2019년 84억7370만원, 2020년 20억8280만원, 2021년 152억6580만원, 2022년은 5월 중순까지 687억9760만원이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지난 5년여간 업권별로 살펴보면 횡령한 임직원의 수는 은행이 91명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 58명, 증권 15명, 저축은행 7명, 카드 3명 순이다. 횡령금액 규모도 은행이 808억341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저축은행(146억8040만원), 증권(86억9600만원), 보험(47억1600만원), 카드(2억5600만원)로 나타났다.

업권별로 횡령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은 은행은 하나은행으로 17명, 보험은 동양생명(8명), 저축은행은 참저축은행(2명), 증권사는 NH투자증권(4명)으로 집계됐다.

횡령 규모로 보면 우리은행이 633억7700만원으로 최대 규모다. 보험은 KB손해보험(12억300만원), 카드는 우리카드(2억5100만원), 저축은행은 KB저축은행(77억8320만원), 증권은 NH투자증권(40억1200만원)이 가장 많았다.

문제는 금융권 임직원이 횡령한 돈을 환수한 실적이 저조한 점이다. 지난 5년여간 금융권에서 환수한 횡령액은 127억1160만원으로 전체 횡령액의 11.6%에 그쳤다. 고객의 돈이 공중에 날아가는 셈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업권 횡령 금액이 1000억원을 넘고 최근 들어 횡령금액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한 현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금융감독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통'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경영진 제재' 받나


은행의 핵심 기반은 고객의 신뢰다. 최근 대규모 횡령 사건으로 고객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은행 경영진과 준법감시인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운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라임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 경영진과 준법감시인의 책임 의식이 강화됐지만 현행법상 이들의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24조에는 금융회사가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도록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내부통제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준수 여부나 관리·점검에 대해선 법적 의무나 제재 조항이 없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우리은행은 A직원이 횡령한 기간인 2013년부터 2018년까지 3명의 은행장이 재직했다. 상임감사 역시 3명이 재직했으나 내부감사에서 횡령 사실을 잡아내지 못했다. 준법감시인 4명이 은행 내부통제를 책임졌으나 이들 모두 현직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횡령기간 내부회계관리자 역할을 수행한 이들에 대해서도 직접 검사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지난달 이준수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 횡령사건과 관련 사실관계를 규명해 사고에 '책임 있는 관련자'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난 7일 금감원은 첫 검찰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함에 따라 우리은행은 횡령 관련 금융사고에 대해 강도 높은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금융범죄·사고 수사 전문가로 꼽힌다. 앞서 현대차 비자금,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굵직한 금융 범죄 사건을 수사해왔다. '윤석열 사단' 인사로 윤 대통령의 검사 재직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와 국정농단 특검 수사도 함께했다.

이 원장은 "피해를 입고 소외된 금융소비자가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며 "부서나 업무의 구분을 막론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금융소비자에 대한 애정을 갖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지배구조법 시행령(제19조)이 내부통제기준 마련 준수의무 요건으로 규정한 '실효성'에 대한 판단을 다르게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은 부실 DLF펀드를 판매한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재판에서 우리금융의 항소심은 받아들인 반면 하나금융은 패소를 결정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권의 내부통제 방안이 강화되기 위해 최고경영자와 이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법원이 내부통제 준수의무 위반을 이유로 경영진에 제재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번 횡령사건 관련 경영진 제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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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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