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속으로]제 발로 빅테크 입점하는 은행들..종속 우려 커진다

김상준 기자 2021. 10.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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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속으로 /사진=머니투데이

네이버 등 빅테크의 공습에 맞닥뜨린 은행들의 대응 방식이 갈리고 있다. 플랫폼 파워를 내세운 금융서비스로 전통 금융산업을 위협하는 빅테크를 공동의 적으로 인식하고 함께 대응한 것과 달리 실리에 따라 빅테크와 동맹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에선 빅테크 종속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최근 네이버와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달 중순부터 소상공인에게 적합한 정책 자금을 안내하는 등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수료자에게 대출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네이버 온라인 스토어 소상공인을 위한 저금리 대출 지원에도 나선다.

은행권에선 우리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네이버와 '대출 협업'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대출을 출시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해 6개월 이상 영업한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이다. 3개월 연속 순거래액이 50만원 이상인 소상공인에 대해 이날 기준 연 3.27%~11.73% 금리로 자금을 공급한다.

은행업계에선 '적과의 동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춰 고객의 비금융데이터를 다루는 핀테크 업체들과 제휴는 강화해 왔지만 네이버 등 빅테크와의 업무 협업에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빅테크의 영향력이 강화될수록 은행들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었다. 금융당국이 추진한 빅테크 중심의 대환대출 플랫폼에 은행권이 공동으로 반발한 배경이다.

이런 '불문율'에 금이 가는 건 디지털 금융 환경 급변 속에서 생존을 위해 실리를 우선하는 은행들이 늘고 있어서다. 우리은행과 미래에셋캐피탈이 운용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대출 잔액은 8월말 기준 양사 합산 약 750억원에 달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빅테크와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기존 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며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과 빅테크와의 협업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은 지방은행들이 1순위로 지목된다. 고객 기반을 '지방'에서 '전국'으로 넓히기에 빅테크 플랫폼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빅테크와 협업을 이미 진행 중인 지방은행들 제휴 수준을 더 고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업의 속성 중 하나가 트렌드인데 다른 은행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으면 일제히 비슷한 상품·서비스가 나온다"며 "중소 은행들이 빅테크와 제휴를 맺고 치고 올라오면 대형은행들도 협업을 확대하고 나중에는 빅테크와 제휴를 위해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빅테크 종속 가속화 흐름에서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빅테크 플랫폼의 목표 자체가 더 많은 은행을 공급자로 참여시키는 것"이라며 "은행끼리 경쟁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고객 선점을 위해 손해를 보면서도 무리한 혜택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간 경쟁이 격화되는 사이에 빅테크는 막대한 수수료 이익을 챙겨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저축은행 업계가 처한 상황에 은행도 직면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저축은행들은 빅테크 플랫폼에 상품 광고를 하는데, 빅테크는 광고 표출 위치 등을 두고 저축은행에 입찰 경쟁을 붙인다. 저축은행들은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고객이 최대 90%에 달하기 때문에 더 높은 광고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고객과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공공적인 성격이 있다고는 해도 기업"이라며 "빅테크에 제공하는 광고비, 수수료 등이 올라가면 대출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은행업계에선 최근 정치권과 정부에서 독과점 플랫폼 규제를 저울질하고 있는 만큼 빅테크에 대한 규제 수위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네이버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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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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