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서울 가는 일 없을 것"..청주는 왜 싱글들 아지트 됐나
청주 오창산단에 몰린 싱글세대
싱글세대가 올해 처음 9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음에도 ‘1인세대’는 2016년 744만명에서 지난해 906만명까지 불어났다. 정부는 향후로도 세대분화 속도가 더욱 빨라져 1년 내에 싱글세대가 1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포분열을 하듯 싱글세대가 증가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젊은세대들이 역대급으로 독립선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독립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닌 고민과 세대분화 양상 등을 짚어봤다. 특별취재팀
서울에서 10년 넘게 생활해온 노모(34·여)씨는 2017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충북 청주시 오창읍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팍팍한 서울살이에 지쳐 청주로 향한 그는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있는 회사를 오갈 집을 알아보던 중 깜짝 놀랐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살던 26.4㎡(8평)짜리 원룸 월세가 60만원이었는데 청주에선 49.5㎡(15평) 투룸 월세가 30만 원대여서다.
노씨는 “청주에 와보니 집세도 저렴하고 어딜 가든 붐비지도 않아 좋다”며 “주변에 공원도 있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혼자 살기 너무 좋다. 이제 다시는 서울로 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독립된 삶을 꿈꿨던 젊은층의 인식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집값 급등 등의 여파로 서울살이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집값이 저렴하면서도 일자리를 쉽게 가질 수 있는 지방도시들이 주목받고 있다.
청주는 지방도시 중에서도 20~30대 젊은 1인세대가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나는 곳이다. 2020년 말 현재 1인세대는 14만9981세대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서 6번째로 많은 1인세대가 산다. 2016년(12만176세대)과 비교하면 24.8%(2만9805세대)나 늘었다.
이중 20대1인세대는 2016년 2만164세대에서 2020년에는 2만9091세대로 44.2%(8927세대)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는 2만2867세대에서 2만6901세대로 17.6%(4034세대) 늘었다. 특히 청주에서도 20~30대 젊은 1인세대가 많이 모여 사는 곳은 오창과학산단이 있는 청원구 오창읍이다. 지난 2월 말 현재 오창읍 전체 3만358세대 중 23.4%(7129세대)가 1인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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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오창과학산단에 모인 싱글즈
노씨 등 젊은세대들이 정착한 오창과학산단은 왕복 6차선 도로를 중심으로 양옆에 LG화학과 삼성 SDI 등 기업체들이 줄줄이 입주해 있다. 근무환경이나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데다 일부 기업체 부지엔 공원도 만들어져 있다.
주거여건 또한 빼어나다. 산단 인근 오창호수공원과 호암저수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학교, 대형마트, 상가 밀집지역이 형성돼 있다. 차로 3분 거리엔 주로 1인세대가 거주하는 원룸촌도 들어서 있다. 노씨는 “과학산단에 일 할 곳이 많다 보니 젊은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라며 “원룸촌에 입주한 사람들도 대부분 20~30대 젊은층들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4)씨도 경제·교육·교통·문화·상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 생활을 접고 지방으로 이주한 사례다. 그는 2017년 12월 충북 청주시 오창과학산단에 있는 외국계 회사 사무직으로 이직했다. 청주에 오기 전까진 고향인 경기도 평택에 있는 회사 등에서 근무했으나 지방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1인가구가 됐다.
그가 오창과학산단에 입주한 기업으로 이직을 결심한 건 연봉이 비교적 높은 데다 인근 지역의 주거 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박씨는 “주변에 정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청주에서의 삶이 만족스럽다”며 “다만 최근 아파트를 사려다 망설이는 사이에 82.5㎡(25평)짜리 집이 8000만원이나 올라 땅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주지역에 1인세대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1969년부터 개발된 청주산업단지에 이어 오창과학산단과 오송생명과학산단 등이 생기면서 IT기업과 바이오기업 등이 속속 입주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2010년 KTX 오송역 개통으로 서울까지 40~50분에 오갈 수 있게 된 점도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 정삼철 부장은 “수도권에서 생활은 하고 싶지만 주거비와 생활비 문제 등에 막힌 젊은층이 집값이 저렴하면서도 개인적인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며 “오창과학산단의 경우 주거환경이나 문화시설 등이 잘 갖춰진 데다 기업 문화도 워라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 많아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현예·최은경·이은지·김준희·박진호·백경서·최연수 기자, 영상=조수진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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