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4km..한결 빨라진 외골격로봇

곽노필 2020. 6. 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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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세브란스 개발 '워크온슈트4'
몸이 느끼는 무게감 줄여 피로도 덜해
9월 사이보그 올림픽 출전.."우승 목표"
외골격로봇 ‘워크온슈트4’를 착용하고 있는 김병욱(오른쪽), 이주현 선수.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 연구팀이 올해 사이보그 올림픽에 출전할 하반신 외골격 로봇을 공개했다. 세브란스병원 나동욱 교수팀과 공동으로 개발한 이 로봇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의 보행을 돕는 `워크온슈트4'다. 이 외골격 로봇은 오는 9월로 예정된 생체공학 보조장치 경진대회 `사이배슬론 2020'에 출전한다. 사이배슬론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가 주최하는 대회로 2016년에 시작됐으며 이번이 2회째다.

연구팀이 개발한 워크온슈트4는 착용자의 두 다리를 감싸 하반신 장애인도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이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면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계단, 경사로 등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장애물도 통과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워크온슈트4의 앞과 뒤.

이번에 선보인 워크온슈트4가 이전 모델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착용자가 느끼는 무게감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공 교수는 "이전 모델은 수십kg이나 되는 로봇의 무게가 착용자에게 직접로 전달돼 육체적 피로감이 상당했다"며 "이번에는 사람의 몸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뤄 무게를 분산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로봇이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해 사람이 느끼는 무게감이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시험 결과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이 워크온슈트4를 착용할 경우 1분당 40m 이상 걸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시간에 2.4km에 해당하는 속도로, 느리게 걷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공개된 이 분야의 로봇 연구 성과 중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라고 밝혔다.

앞과 뒤, 옆에서 본 ‘워크온슈트4’.

'사이배슬론 2020'에는 김병욱(46), 이주현(19) 두 명의 선수가 워크온슈트4를 입고 출전한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워크온슈트4를 착용하고 훈련을 시작했다. 이들은 4명이 겨룬 선발전에서 앉고 서서 물컵 정리하기, 지그재그 장애물 통과하기, 비탈길 걷기 등의 과제를 가장 좋은 성적으로 마쳤다. 연구팀은 이후 워크온슈트4를 두 선수의 신체 특성에 맞게 최적화했다. 현재 두 선수는 실제 대회에서 주어지는 6개의 수행 과제를 모두 5분대에 통과할 정도로 기록이 좋아졌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2016년 열린 사이배슬론 첫 대회에서 3위에 올랐던 연구팀은 올해는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발전 1위 김병욱씨는 1998년 뺑소니 사고로 장애를 얻은 뒤 2015년 공 교수 연구팀에 합류했다. 2016년 1회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주인공이다. 이주현씨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후 연구팀에 합류해 사이배슬론 2020 출전을 위한 훈련과 수능 시험 준비를 병행해 선수 선발과 대학 합격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김병욱씨의 훈련 장면.

워크온슈트4는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는 국산 기술로 제작했다. 로봇의 구조설계와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공경철·나동욱 교수가 공동 창업한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했다. 공학적 설계와 제어는 공경철 교수가, 보행 보조기로서의 구조와 대상자를 위한 필수 기능 등을 점검하는 생체역학 분야는 나동욱 교수가 맡았다. 개인맞춤형 탄소섬유 착용부는 재활공학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했고, 로봇의 동작 생성과 디자인은 영남대 로봇기계공학과와 스타트업 에스톡스가 담당했다.

사이배슬론 2020은 코로나19 사태로 애초 5월에서 9월로 연기됐으나 확산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 개최 방식을 변경하는 방법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스위스 현지에 모여 대회를 여는 대신 각국에 경기장을 설치하고 생중계를 하는 등의 대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6월 중으로 대회 일정과 방식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워크온슈트4를 개발한 공경철 교수(왼쪽)와 나동욱 교수.

사이배슬론은 기계인간을 뜻하는 사이보그(cyborg)와 경기를 뜻하는 라틴어 애슬론(athlon)의 합성어다. 착용형 외골격로봇(웨어러블 로봇)을 비롯해 뇌-기계 인터페이스, 전기자극 자전거, 로봇의수, 로봇의족, 전동 휠체어 6개 종목으로 나눠 치러진다. 2016년 첫 대회에는 25개국 56개 팀이 참가했다. 올해 대회에는 25개국 66개 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카이스트 팀이 참가하는 착용형 외골격로봇(웨어러블 로봇) 종목은 6개의 코스를 이동하면서 과제를 수행한다. 10분 안에 얻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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