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없는 일상, 김엄지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

이재훈 2015. 12. 1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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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가 김엄지(27)는 문단의 '앙팡 테리블'이라 할 만하다. 2010년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그녀는 단조롭고 직설적인 문체를 통해 불연속적이고 비합리적인 세상을 파헤치는 데 일가견이 있다.

첫 장편소설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는 이 같은 김엄지 세계의 축약본이다. 지난해 계간 '세계의 문학' 봄호에 게재됐다. 당시 "나아지지 않는 일상의 무의미한 반복이라는 악무한의 사슬"을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중 하나다. 젊은 작가들의 원고지 500매 내외의 경장편 소설을 담는 레이블이다.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황정은 '백의 그림자', 이장욱 '천국보다 낯선' 등만 봐도 이 브랜드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의 주인공은 E.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식욕, 수면욕, 성욕 등 기본적인 욕구만 소심하게 추구한다.

김엄지는 이 성취 없는 일상을 무의미하고 반복적으로 거듭 써나간다. 이는 결국 생의 불가해함과 권태로운 일상이 동반하는 고독의 질감으로 승화한다. 단순한 문장과 미니멀한 구조는 현대인의 무력감을 표현하는 데 최적화됐다.

"금이 간 앞니의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등 미래를 비웃는 표현 방식도 종종 눈에 띄는데, 자연스럽게 내재된 젊은이들의 불안정성이 읽힌다. 144쪽, 1만2000원, 민음사

함께 출간된 김엄지의 첫번째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에 실린 단편 9편의 주인공들 역시 미래가 암담하다. 연애, 취직, 여행, 결혼 등 뭐든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김엄지의 엉뚱한 문장들의 옷을 입고 내면 깊숙함을 탐색하게 만든다. 261쪽, 1만2000원, 문학과지성사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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