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뒷모습 찍는 사진가, 대통령실 말고 이곳에도 있다
[인터뷰] 하철환 경남 남해군수 전속 사진가, 오바마 전속사진가 피트 수자 영향…그가 본 대통령실 사진은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대통령실 사진이 화제다.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에 두지 않은 사진들이 매일같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구석에 있거나 대통령보다는 주변 인물이 부각된 사진부터 대통령이 그릇째 국을 마시느라 아예 얼굴이 가려졌거나 대통령 얼굴이 일부 잘린 사진까지 대통령실 홈페이지(누리집)과 이 대통령 인스타그램에 공개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경향신문 지면에 대통령 얼굴 일부가 잘렸다며 대통령실에서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명한 것과 대조된다.
관행을 깬 대통령실 전속 사진가는 위성환 작가로 새 정부 출범 초기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7월 한겨레는 “'대통령은 센터'란 전통적 구도를 깼다”고 평가했고, JTBC는 “기존의 뻔한 정치 사진과 다른 시각에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위 작가 사진의 매력”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미술대학 베르사유 보자르 출신으로 파리 등에서 탱고 사진을 찍어온 위 작가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때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대통령실 사진이 주목을 받자, 경남 남해군을 취재하는 지역신문 '남해시대'는 오래전부터 지금의 대통령실처럼 남해군수를 찍어온 하철환 남해군청 홍보미디어팀 주무관(군수 전속사진가)에 대해 지난 7월 보도했다. 하철환 사진가도 군수(현 장충남 남해군수)보다는 주민들의 표정과 그 공간의 분위기를 중심에 둔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남해시대는 그의 사진에 대해 “군수가 등장하지만 시선은 군민을 향해 있다”며 “권력의 중심이 아닌, 권력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찍는다”고 평가했다.

하철환 사진가는 원래 남해군청 청사관리 업무를 맡은 비정규직 직원이었다. 그가 고향 남해의 자연과 마을 곳곳을 사진으로 담고 있었는데 사진을 잘 찍는다는 소문이 퍼졌고, 당시 정현태 군수에게 발탁돼 2011년부터 2015년, 2019년부터 현재까지 전속사진가로 일하고 있다. 수년 전 국내 사진 커뮤니티 SLR클럽에 '흔한 시골 관공서 사진사의 사진'이란 게시글로 그의 사진이 게시됐는데 “대통령실 전속 사진사보다 천만배 좋네요”, “관공서 사진을 작품으로 찍네요”, “사진 한 장에 스토리가 읽히네요” 등 호평을 받았다.
미디어오늘은 하 사진가가 촬영한 군수 사진과 대통령실의 이 대통령 사진을 각각 여러장 고른 뒤 지난달 27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해당 사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 사진가는 “보통 VIP(군수) 행사가 있으면 단체사진만 찍는데 그 뒤에 박수를 치고 서로 격려하는 모습, 군수가 일정 중간중간 휴대폰을 만지면서 기다리는 모습과 같이 일상의 다양한 장면을 담기 시작했다”며 “군수 뒷모습을 처음에도 찍긴 찍었지만 '사과하는 분위기'라며 외부에 사용을 못하다가 점차 분위기가 바뀌고 군수의 신뢰를 받으며 조금씩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피트 수자의 영향도 받으면서 좀더 다양한 사진을 찍기로 했다. 피트 수자는 레이건과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전속 사진가로 특히 오바마의 탈권위와 경청, 소탈한 이미지를 잘 포착한 사진가로 유명하다. 하 사진가는 “피트 수자의 사진은 대통령이란 권위의 껍질을 벗기고 한 인간으로서 모습으로 복도와 집무실 창가, 아이들과 자리 등 공간의 분위기까지 담았다”며 “사진에도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도 보는 이가 더 머물 수 있게 찍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가 본 대통령실 사진
하 사진가는 “내가 대통령실 사진을 비평할 위치에 있진 않다”면서도 “시골 관공서에서 군정 사진을 찍어온 국민의 눈으로 정치적 견해를 떠나 느낀점”을 공유했다. 그가 처음 고른 사진은 지난 6월10일 이 대통령이 대통령실 구내식당 급식노동자들과 만나는 장면이었다.

그는 “보통 단체장, VIP가 현장을 방문하면 주민들은 눈도 마주치기 어려워하고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 서 있기 마련인데 이 사진 속 표정은 달랐다”며 “진심으로 보고 싶어 했고 만나고 싶었던 환한 미소와 진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했다. 이어 “두번 다시 이런 장면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인상적”이라며 “오랫동안 대통령 사진 가운데 기억될 만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사진이 '정치인을 위해 국민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또한 사진가가 현장에 과하게 개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하 사진가는 “이용을 하기엔 표정이 너무 자연스럽고 너무 대통령만 내세우는 게 요즘 세상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며 “처음에 이런 시도를 하다가 말았으면 모르는데 대통령과 사진가의 마음이 비슷해서 현장을 바라보는 생각이나 정서가 비슷하니 이런 사진들이 계속 유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진에는 100점이 없다”며 결국 보는 이들이 평가할 문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통화하는 사진에 대해 하 사진가는 “대통령이 통화할 때 과연 어떤 공간, 어떤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뤄지는지 국민들이 궁금해했을 텐데 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드문 기록”이라며 “자료를 살피는 관계자들과 벽에 걸린 한 폭의 동양화가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겉으로는 일상적인 회의실 같지만 오가는 대화 한마디는 외교와 국정운영에 직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그 외에도 공군 1호기 안에서 대통령 모습, 헬기 이동 장면 등 그간 쉽게 보기 힘든 순간들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의 생활과 업무 공간을 공개해 권위적인 이미지 대신 친밀성을 더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그릇을 들고 마시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은 이 대통령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역시나 정치권 관행에서 보기 어려운 사진이다. 하 사진가는 “얼굴이 뚜렷이 보이지 않아도 초점이 선명하지 않아도 화면 정 가운데에 있지 않아도 이 사진 속에는 대통령이 있고 그 자리에 국민과 함께 있었다”며 “식당 한켠에서 대통령은 주변 시선이나 형식을 의식하지 않고 직원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했다”고 평가했다.
그가 찍은 남해군수 사진

장충남 군수가 인사말을 하는 모습인데 정치권에서 금기시해온 군수 뒷모습이 나오는 대신 군수의 발언을 듣고 있는 주민들의 얼굴 표정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이 사진은 2022년 10월7일 남해군 내 섬인 조도에 방문했다가 주민들과 손을 흔드는 모습이다. 역시 군수보다는 주민들이 더 잘 보이고, 자세히 보면 사진 오른쪽 부분 멀리서 손을 흔드는 세명의 주민의 모습이 보여 정겨운 풍경을 담았다.

2021년 11월 시금치 묶는 일을 하는 작업장에 군수가 찾아간 장면을 담았다. 남해에선 '남해초'라고도 불리는 시금치가 유명하기 때문에 남해를 잘 담아낸 사진이다. 하 사진가는 “도시처럼 공장이 잘 돼 있지 않고 특히 면단위 마을에선 소박하게 어디 창고나 아랫방 넓은 곳에 할머니들이 모여 겨울 농한기 때 시금치를 묶는 작업을 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남해 이동면에서 둘래길인 '바래길'에서 2020년 11월7일 진행한 걷기행사의 한 장면이다. 하 사진가는 “남해의 가을은 다른 지역보다 늦게 찾아온다”며 “점점 보기 드문 시골 아이들의 모습에 군수는 주 무대를 벗어나 먼저 다가갔고 아이는 신기한 듯 시골 군수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사진은 장충남 군수와 관계자들이 지난 2023년 6월 이순신바다공원 현장을 보는 모습이다. 하 사진가는 “(이들이) 건너보는 곳이 관음포라서 남해 사람들에겐 더 울림있게 다가올 것”이라며 “역광이었지만 양쪽 금빛으로 잡은 한자는 이순신 장군의 유언”이라고 했다. 관음포는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전사한 이순신 장군의 유해가 맨 처음 육지에 오른 곳이다. 사진 속 기둥에 잡힌 이순신 장군의 유언은 “戰方急 勿言我死(전방급 신물언아사), 若殉斯擧 死亦無悔(약순사거 사역무회)”였다. “전투가 급하더라도 '내가 죽겠다'는 말을 하지 말라, 이 일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면 죽어도 후회 없다”라는 뜻이다.
하 사진가는 “다양한 현장에서 정해진 구도는 없다”며 “어떻게든 우리 군민들의 여러 모습, 그들을 위한 군정의 모습, 풍경보다는 사람을 담고 구도보다 마음을 기록하는 남해군을 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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