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공화국'은 열린사회인가

입력 2008. 6. 17. 18:13 수정 2008. 6. 1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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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현상 기자]

▲ 네이버 검색창

'네이버평정'이라는 키워드가 자동완성되지 않는다

ⓒ 네이버화면캡쳐

국내 최대 검색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최근의 촛불집회 정국과 관련한 구설수에 올라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가하락으로 8조8천억원으로 떨어졌지만 NHN의 시가총액은 한때 10조원에 달했다. 또 <네이버, 성공신화의 비밀>에 따르면, NHN이 운영하는 검색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검색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터넷 이용자의 60% 이상이 네이버를 시작페이지로 설정하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는 하루 1600만 명이 방문하는 거대한 광장인 셈이다.

그런데 네이버의 독주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지난 16일 인터넷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달 월간 통합 검색점유율이 전달보다 0.71%포인트 하락한 73.46%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년간 최저치에 해당한다. 반면 다음의 통합검색 점유율은 전달보다 0.71%포인트 상승한 18.27%로 최근 1년간 최고치를 달성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과 정치적 논란

네이버 공지글 화면 캡처. 네이버 측은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왔으며, 검색어 순위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하였다.

ⓒ 네이버캡처

이 때문에 네이버는 지난 12일 오후 '최근의 오해에 대해 네이버가 드리는 글'까지 발표했다. 네티즌들의 '불확실한 오해'(네이버 표현에 따르면) 요약하자면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100만명이 모일 때까지 네이버는 촛불집회 관련 기사를 의도적으로 1면 기사에서 제외시켰으며, 촛불시위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아프리카(afreeca.com)를 금칙어로 지정하여 촛불집회 생중계를 보려는 네티즌들을 차단시켰다"는 것이다. 심지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를 조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네이버 측은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왔으며, 검색어 순위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하였다. 아프리카의 금칙어 논란과 관련, 네이버는 "지난 2006년 5월 23일 뉴스 댓글에 한해 'afreeca.com' 도메인을 금칙어로 설정하였는데 이는 당시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afreeca.com 도메인을 악용한 상업 · 음란성 사이트 URL이 네이버 뉴스 댓글에 범람하고, 게시물 도배 현상이 발생하여 취해진 조처인데 미처 금칙어 해제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난 1987년 6월 항쟁에 버금가는 규모와 반향을 일으킨 촛불집회에 대한 네이버의 기사 배치는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 많다.

네이버는 6월 14일 밤 "'네이버 평정' 발언 문의에 대한 답변"이라는 공지를 통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캠프의 뉴미디어 간사였던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이 "네이버는 평정됐다"고 한 발언에 대한 이용자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 것에 대해 네이버는 결백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2007년 9월 21일 뉴스콘텐츠저작권자 협의회와 이명박 후보와의 정책간담회 자리에 참석했던 변희재씨는 진성호 의원의 발언이 사실임을 밝히고 있다(빅뉴스 http://www.bignews.co.kr2008년 6월 16일자 '네이버의 진성호 발언 확인 요청에 대해' 기사 참조). 진성호 의원의 발언대로 네이버가 정말 '평정'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최근의 논란은 '네이버 평정'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미디어가 아니면" 사회적 책임도 없나

네이버 측은 특정세력에 편향된 정보 제공 서비스를 하지 않아 왔음을 강조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주장하지만 중립성에 대한 네티즌들과의 견해 차이가 커 보인다.

지난 5월과 6월 전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광우병이 우려되는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였으며, 연일 벌어진 촛불집회는 모든 언론매체의 톱뉴스였다. 그러나 네이버는 이를 단순히 중립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며 촛불집회에 대한 뉴스 배치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으며, 촛불집회와 관련된 네티즌들의 의사소통 공간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중립성이란 항상 양쪽 주장의 정확한 중간지점에 서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민 다수의 의견과 충돌하는 사안에 대해서 기계적인 중립성만을 주장하는 것은 자칫 잘못된 정책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물론 포털은 뉴스 생산자가 아니다. '포털 사이트가 과연 미디어인가' 하는 것은 오랜 논쟁이긴 하지만 적어도 1면 뉴스의 배치를 통한 여론 형성의 영향력 측면에서는 미디어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는 없다.

인터넷 이용자의 60% 이상이 네이버를 시작페이지로 설정하고 있고, 하루 1600만 명이 다녀가는 사이트가 '우리는 미디어가 아니다'라는 강변으로 사회적 책임을 비켜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 네이버 의견게시판

네이버는 뒤늦게 네티즌의 의견을 듣는 게시판을 개설하였다.

ⓒ 네이버화면캡처

네이버는 이같은 의혹과 비난을 해명하고, 네티즌들과의 소통을 위해 6월 13일 별도의 게시판을 개설하는 등 때늦은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사태는 네이버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양상이다. 17일 현재 게시판에는 1만2000여건 이상의 글이 등록되었으며, 대부분 네이버를 비판하는 내용들이다.

게다가 검색어 순위 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화면 캡처 동영상이 제작되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으며, 네이버를 반대하는 구체적인 행동지침들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촛불집회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로 일관해온 조중동의 광고 불매 운동이 인터넷에서는 네이버를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의 자발적 참여가 없었다면 '네이버'도 없었다

네이버가 검색 시장에서 확고부동한 1위를 차지하게 된 가장 큰 동력은 지식iN이라는 지식검색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웹2.0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위키피디아의 한국판이라고 할 수 있는 지식iN이 없었다면 아마도 오늘날의 네이버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네이버 경영진의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력과 기술력이 뒷받침되었다고 하지만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유로 이루어진 지식iN이야말로 세계적인 검색 사이트인 야후로부터 1위를 빼앗고, 구글의 거센 도전을 막아내는 보루인 셈이다.

네티즌들은 그래서 더 괘씸하게 여기는 듯하다. 네티즌의 자발적인 참여로 내린 뿌리에서 전혀 엉뚱한 열매가 열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네이버에 개설한 카페와 블로그를 폐쇄하고, 지식iN에 올린 답변을 자발적으로 삭제하자는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네이버의 서비스에 익숙해진 경우에는 탈퇴하는 대신 네이버에 게재되는 광고를 차단하자는 아이디어도 구체적인 방법과 함께 제시되었다. 검색 광고수입이 전체 NHN 수익의 55%(2006년 기준)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의 수익구조에 비추어 이는 네이버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다.

네티즌들은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네이버에서 메일을 확인하며, 네이버에서 뉴스를 보고, 네이버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네이버에서 카페 활동을 한다. 세간의 평가처럼 '네이버 공화국'이 된 셈이다. 문제는 그 공화국이 열린사회인가 하는 점이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혁신을 제약하는 요소로 콘텐츠의 접근 차단, 독점적 데이터베이스, 폐쇄적 소스의 소프트웨어 등 세 가지를 거론하는데, 현재의 네이버는 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공유와 개방, 참여는 웹2.0으로 이름 짓기 전 웹이 탄생했을 때의 기본 철학이기도 했다.

최근 네이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사실 촛불집회 관련 뉴스의 배치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IT 기술 인력의 블랙홀, 삼성SDS 벤처기업이라는 태생, 아이디어와 기술력의 공정한 경쟁보다는 자본금에 의한 흡수 합병을 선호하는 공룡기업 등 세간의 부정적 여론이 집약되어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네이버는 중립성이라는 명분으로 의사소통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셈이다.

웹2.0 시대의 웹은 특정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더 나은 정보를 생산하는 개방된 플랫폼이어야 한다. 한국 네티즌들의 역동성이야말로 웹2.0 시대의 가장 경쟁력 있는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원을 활용할 플랫폼을 아직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공화국, 열린사회로 나아가야

이번 사태로 네이버가 끝내 좌초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네이버의 소통없는 중립성 원칙이 네티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한쪽으로 편향되었다는 이미지가 고착된 점은 네이버 입장에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최근 IT업게 종사자들과 네티즌들로부터 '네이놈', '개이버' 등의 비아냥거림을 듣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직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오르지 않았지만 네이버에 대한 반감 기류는 심상치 않다. 결국 진심으로 개방하고, 공유하며, 참여하는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 기류가 구체적인 '운동'으로까지 전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원하든, 원치않든 네이버는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업체이다. 네이버의 폐쇄성은 곧 한국 인터넷 비즈니스의 폐쇄성이기도 하다.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NHN이 게임 이외의 이렇다 할 성공적인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8조8천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가총액은 단지 종이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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