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전공에도 인문학 찬밥..文史哲 수강생 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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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복수전공에서도 찬밥.' 대학생들의 취업난 속에서 '인문학 기피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인문학 기피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전공뿐 아니라 복수전공 선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대학마다 취업에 유리한 경영학과는 복수전공 신청자가 정원을 초과하는 반면 '문사철(文史哲)'로 불리는 인문학과는 '수강생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9일 주요 대학에 따르면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경영학 복수전공은 수강신청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인원을 제한해야 할 정도이지만 인문학을 복수전공(부전공, 이중전공, 제2전공, 제3전공 등 포함)하는 학생 수가 계속 줄어 명맥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서강대는 2007년 1학기에 국어국문학과 사학, 철학, 종교학 등 인문학 전공분야를 복수전공하는 학생은 80명뿐이지만 경영학은 878명으로 인문학의 10배를 넘어선다.
경희대도 국문, 사학, 철학 등 문과대학의 8개 전공 분야를 복수전공하는 학생 수가 총 212명인 데 비해 경영학은 566명에 이른다. 한양대도 인문과학대학에서 복수전공하는 학생은 108명에 불과하지만 경영학 복수전공자는 226명으로 인문학의 2배를 훌쩍 넘는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성균관대는 이번 학기 문과대학 전체에 79명이 복수전공을 신청해 모두 희망대로 전공을 배정받았으나 경영학부에는 102명 모집에 254명이 몰려 학점을 기준으로 152명을 탈락시켰다. 성균관대는 경영학부의 경우 신청자가 몰리자 정원의 80%로 복수전공을 제한해 오고 있을 정도다.
한국외국어대는 1기 현재 총 재학생 1만1711명 중 9.3%인 1092명이 경영학을 복수전공으로 택했다. 2학기에도 수백명이 더 신청할 것으로 보여 경영학 복수전공자의 비율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학마다 경영대 복수전공 희망 학생이 몰리는 건 인문계열 등 비 경영계열 대학생들이 경영학과 경력이 취업에 크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대기업이 취업 요강에 상경계열이나 이공계열을 우대한다고 밝혀 사실상 인문계열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고려대 신정 취업지원팀장은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인문학 전공자를 우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경영학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문학 종사자들은 전국 80여개 대학의 인문대 학장이 지난해 9월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하고, 정부도 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인문학 발전 예산을 200억원 증액해 주기로 했지만 좀처럼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양대 김일곤 인문과학대학장(영어영문학)은 "대학생들이 복수전공을 통해 모든 학문의 기반이 되는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하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는 취업이 잘되는 학문으로만 쏠리고 있어 안타깝다"며 "학문적 욕구와 현실적 필요를 융합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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