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그린벨트 해제 발표' 재탕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4. 10. 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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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 용지는 2020년 8·4 대책 주택 공급 후보지 중 가장 주목받은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용지를 관리하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방침이 다시 세워진 이후 태릉 골프장 용지에 대한 주택 공급 절차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태릉 골프장 용지의 주택 공급 무산은 설익은 공급 대책이 낳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무엇보다 태릉 골프장 용지는 그린벨트 지역으로,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해제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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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불신 자초한 정부정책

◆ 주먹구구 주택공급 ◆

2020년 8·4 대책 당시 주택 1만가구 공급이 예정됐지만 현재는 추진이 중단된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 용지 전경. 매경 DB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 용지는 2020년 8·4 대책 주택 공급 후보지 중 가장 주목받은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공급 규모도 1만가구로 상당했고, 땅 소유주도 국방부여서 부처 간 협업 시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 주택 용지 개발은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쳐 사실상 중단됐다. 노원구 주민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안 그래도 동부간선도로와 화랑로 등 태릉 인근은 교통 체증이 심각한데, 1만가구가 추가로 들어설 경우 일대 교통이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사실 용지 소유자인 국방부도 군인들의 복지시설이 주택 공급 지역으로 대체되는 것에 반감을 갖고 미적지근한 눈치였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자 바로 주택 용지 개발에 대해 확실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태릉골프장이 개발되면 태릉이 세계문화유산에서 박탈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며 결국 개발 계획은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용지를 관리하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방침이 다시 세워진 이후 태릉 골프장 용지에 대한 주택 공급 절차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태릉 골프장 용지의 주택 공급 무산은 설익은 공급 대책이 낳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집값 불 끄기에 쫓겨 주민 공동체, 관계 부처 등과 협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성급히 발표가 이뤄지며 잡음만 무성하다 결국 무산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태릉 골프장 용지는 그린벨트 지역으로,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해제가 필요했다. 하지만 결국 주택 공급이 무산된 가운데 서울시와 국토부는 8·8 대책에서 서울 내 또 다른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나서며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기존 계획을 무산시킨 뒤 4년이 지나서야 새로운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나서며 주택 공급 일정만 늦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을 폐기하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모든 정권마다 반복된 일"이라면서도 "주택 정책만큼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장기 계획하에 꾸준히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공급 계획을 발표한 뒤 유야무야 계획을 축소하거나 중단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계획에 대해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진행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국민들에게 안내해야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다"며 "정권에 관계없이 주택 공급 정책만큼은 일관되게 추진할 주택청을 별도로 설립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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