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동 알짜 땅, 한전 창고에서 아파트로 변신?

김진수 2024. 7. 2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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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역·왕십리역 가까운 마장자재센터 부지
'부채 200조' 한전, 하반기 토지매각 공고 예정
준주거 종상향, 25층 주상복합…아직 '걸음마'

5호선 마장역 코앞에 4만㎡ 면적의 알짜 땅이 비어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폐변압기를 쌓아두던 자재센터를 김포로 옮기고 난 공터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한전 부지는 2011년부터 개발이 논의됐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최근 한전 이사회가 부지 매각 결정을 내리면서 개발사업이 첫발을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개발 기대감이 번지고 있지만 행정절차 밟기가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한국전력 자재센터 부지 위치도 /그래픽=비즈워치

자재센터 김포로 옮기고…마장동엔 25층 주상복합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마장물류센터 부지는 성동구 마장동 765-1 일대에 위치한다. 변전소 옆에 있어 폐변압기 등을 쌓아놓는 자재센터로 활용된 곳이다. 마장역 도보 2분, 왕십리역 도보 12분 소요되는 역세권이다. 

면적은 3만9567㎡로 축구장 5배 크기에 달한다. 공시지가는 1902억원 수준이며 실거래가는 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2011년 성동구와 한전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부지 개발이 추진됐다. 양측은 이곳에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014년 한전 부지 개발 대책협의회 구성, 이듬해 한전 투자심의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쳤다.

이후 한전은 2016년말 자재센터 이전부지로 경기 김포학운3 일반산업단지를 계약했다. 2018년 건축허가 이후 서울·남서울·인천·경기북부본부 자재센터를 통합해 경인물류센터를 구축했다. 김포의 물류센터는 지난해 영업을 개시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마장물류센터 입구 /사진=김진수 기자

방치된 마장동 땅은 지난 4월 한전 이사회 이후 들썩이고 있다. 한전은 올해 제6차 이사회에서 마장자재센터 부지 매각안을 의결했다. 누적부채가 200조원대인 한전의 재정 건전화 부동산 매각 목표에 포함된 안건이었다. 한전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토지 매각 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A이사는 "부지를 매각하기에 이상적인 시장 상황은 아니지만 우선순위가 무엇이냐에 따라 필요하다면 매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B이사는 "인근 변전소를 지하화해 해당 부지와 변전소 부지(마장동 487-1)를 함께 매각할 수 있다면 재무적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마장역세권 지구단위계획 구역 및 계획 결정 고시에 따르면 이곳은 한전물류센터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청량리-왕십리 광역 중심 연계 거점으로 주거·판매·업무·공공시설 등을 통한 복합개발을 유도할 방침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최근 "마장역 일대를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을 400%로 높이면 최고 25층 건물이 들어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마장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마장동의 가장 큰 호재는 동북선 개통과 한전 부지 개발"이라며 "철거를 마치고 완전히 빈 땅이라 이제 아파트를 올리기만 하면 된다. 동네 사람들은 주변 인프라가 좋아질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마장물류센터 부지 모습 /사진=김진수 기자

2종일반주거→준주거?…진입도로 확보부터

하지만 마장동 한전 부지 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 있다. 용도지역을 상향하고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서울시 사전협상을 통해야 한다. 기반시설 확보와 교통체계 개선 조건부다. 그래서인지 지자체 관계자들은 진행 상황에 대해 "아직 이름만 있는 프로젝트"라고 표현했다.

한전은 2019년 서울시에 사전협상 대상지 선정 신청서를 접수했다. 서울시의 대상지 선정 및 사전협상 제안, 사전협상형 지구단위계획 수립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현재 2종일반주거지역인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 가능하다. 관련 기준에 따라 계획 변경을 수립할 수 있다. 단, 교통영향 분석을 통해 적정 교통 처리가 가능하도록 기반시설 확보 및 교통체계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 2022년 한전 부지 개발과 관련한 민원에 "한전에서 교통계획을 수립하고 방안을 마련해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성동구의회 본회의에선 "사전협상 등 개발 지연에 따라 사업이 장기화하는 상황"이라며 "한전은 김포 통합물류센터로 이전이 완료된 후 이사회를 거쳐 개발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발언했다.

임창섭 성동구 도시관리국장도 본회의에서 "마장로와의 진입도로 확보 등 적정한 교통처리가 가능하도록 기반시설 확보와 교통체계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며 "한전은 진입도로 확보에 필요한 부지 매입을 검토했으나 답보 상태로 사전협상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지구단위계획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여 있다. 진입도로 요건을 제대로 갖췄을 때 조건부로 사전협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이러한 조건 때문에 민간 사업자를 찾는 데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성동구 관계자는 "자재센터가 김포로 이전은 됐는데 마장동 부지 개발과 관련해 구청에 들어오는 사람이 작년과 올해 한명도 없었다"라며 "내용만 있지 진행되는 게 없다. 아직은 이름만 있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마장동 부지는 현재 감정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감정평가 종료 후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근 변전소 부지 매각과 관련해서는 "매각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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