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뉴타운 대장주 손바뀜? 경전철 개통땐 북쪽이 뜬다
장위뉴타운 최대 단점은 교통
남쪽 구역으로 6호선만 통과
동북선 경전철 개통이 숙원
북쪽 2·3·5·7구역 교통 수혜
8·9구역 공공재개발로 재추진
5000가구 대단지 새롭게 조성
일부 지역선 여전히 사업 반대
13구역 재개발 방식 놓고 갈등
서울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3번 출구로 나와 돌곶이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걷다 보니 건설 공사 현장임을 알리는 펜스가 양쪽에 나타났다. 길 오른쪽은 장위4구역, 왼쪽은 10구역이다. 길을 따라 한참을 더 걸으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한적한 분위기에 길은 좁고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오래된 집이 여럿 보인다. 장위8구역과 9구역이다. 이 지역은 한때 재개발 사업이 취소됐지만 2021년 정부 주도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고 최근에는 공공재개발 촉진 계획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개발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장위뉴타운. 서울 최대 규모 뉴타운이지만 사업이 제대로 진행된 동쪽과 구역이 해제돼 개발이 멈춘 탓에 좁은 골목길과 낡은 주택이 빼곡한 서쪽이 명확히 대비되는 곳이다. 하지만 동측 지역이 '강북권 신흥 주거지'로 떠오르면서 자극받은 서쪽 지역에도 개발 사업 추진과 관련된 현수막이 곳곳에 걸리는 등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민 갈등 끝에 뉴타운 사업 접어
장위뉴타운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 186만7000㎡의 땅을 15개 구역으로 나눠 아파트 2만3846가구를 짓는 계획으로 출발했다.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될 당시만 해도 서울시 35개 뉴타운 중 최대 규모라 기대가 높았다. 규모로만 보면 '미니신도시'급으로 추진됐던 셈이다. 하지만 2008년 말 금융위기가 닥치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뉴타운을 계속 추진하자는 주민과 사업성이 없다며 그만두자는 주민 사이 갈등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2014년 장위12구역을 시작으로 13구역(2014년), 8·9·11구역(2017년), 15구역(2018년)까지 6곳이 뉴타운 사업을 접게 됐다.
장위뉴타운 규모는 절반인 91만8901㎡로 쪼그라들었고 '서울 동북권 최대' 뉴타운이라는 타이틀만 간신히 유지했다. 특히 8구역과 9구역 등은 뉴타운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핵심 입지라 장위뉴타운이 '반쪽짜리'라는 오명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강북권 새 주거지 떠올라
하지만 그사이 장위뉴타운 동쪽은 재개발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며 새 아파트로 탈바꿈했다. '꿈의숲코오롱하늘채'(장위2구역·2017년 10월 입주),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장위1구역·2019년 6월 입주),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장위5구역·2019년 9월 입주), '꿈의숲아이파크'(장위7구역·2020년 12월 입주) 등이 잇달아 사업을 마쳤다. 4·6·10구역도 재개발 사업 막바지 단계다.
4구역은 '장위자이레디언트'로 지난해 말 분양을 마쳤다. 올 5월에는 6구역인 '라디우스파크푸르지오'가 시장에 나올 계획이다. 서울 지하철 1·6호선 환승역인 석계역에 붙어 있고, 6호선 돌곶이역에서도 가까워 장위뉴타운 에서는 교통 여건이 가장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분양가격은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10억원 안팎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해제구역도 다시 개발 '기웃'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장위뉴타운 해제 구역 분위기도 바뀌었다. 공공재개발 등을 활용해 사업을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장위15구역은 2022년 3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15구역은 2018년 5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가 2021년 1월 서울시를 상대로 한 정비구역 해제 무효 소송에서 승소하며 부활했다. 15구역은 지하철 6호선 상월곡역과 맞닿아 있는 초역세권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3318가구 규모 대단지가 들어선다.
8구역과 9구역은 최근 공공재개발 촉진계획이 통과됐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뜻이다. 모두 5076가구가 만들어지는데 장위8구역에 2846가구, 장위9구역에 2230가구가 각각 계획됐다. 현재 장위8구역에는 서울시 문화재인 김진흥 가옥이 있다. 서울시는 이 문화재 주변에 공원을 조성해 개방감을 주기로 했다.
장위11·12·13구역에서도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성북구청은 지난달 '장위뉴타운 해제 구역 개발 방향 수립용역'을 발주했다. 장위11구역과 13구역이 주요 대상지다. 성북구청은 주민들의 재개발 의지가 높아졌다며 구역 계획 자체를 다시 한번 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위12구역은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 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사업 반대하는 주장도 많아
장위뉴타운 분위기가 완전히 급변한 이유는 준공이 끝난 단지들의 주거 환경이 개선되며 시세가 가파르게 올라간 영향이 컸다. 이곳에서 가장 비싼 단지로 꼽히는 '꿈의숲아이파크'는 전용 84㎡ 시세가 11억원 안팎이다.
현재 막바지 사업이 추진 중인 4·6·10구역 전용 84㎡ 배정 매물은 시세가 7억~8억원이다. 추가 분담금이 3억원 안팎으로 추정돼 총매매가격은 10억~11억원 선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단계가 상대적으로 느린 14구역과 15구역의 총매매가격은 5억원 선이다.
장위뉴타운 투자를 고려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일부 구역에선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업이 해제됐던 구역에서 이른바 '미니재건축'(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주민들은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또 13구역 같은 경우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등 재개발 사업 방식을 놓고 여전히 주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동북선·GTX-C노선 개통땐 교통 여건 개선
장위뉴타운의 가장 큰 단점은 교통망이다. 근처를 지나는 지하철 노선이 6호선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장위뉴타운의 입지 가치가 한층 높아지려면 '동북선 도시철도' 개통이 필수적이라고 개발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동북선은 서울 지하철 2·5호선·수인분당선 왕십리역을 출발해 1호선 제기동역, 4호선 미아사거리역 등을 거쳐 4호선 상계역까지 13.4㎞를 달리는 경전철 노선이다. 2007년 '서울시 10개년 도시 철도망 구축 계획'에 따라 처음 추진된 뒤 중간에 한 차례 사업이 중단된 끝에 2020년 첫 삽을 떴다. 완공되면 상계역에서 강남구 삼성동까지 왕십리역 수인분당선 환승을 통해 40분가량이면 닿을 수 있다. 원래 2025년 개통이 목표였지만 공사 진행이 느려지면서 1~2년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계획된 노선안에 따르면 동북선은 우이천역(가칭)~북서울꿈의숲역(가칭)~신미아역(가칭) 구간이 장위뉴타운 북쪽으로 지나간다. 6호선이 뉴타운 남쪽으로만 지나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동북선이 뚫리면 북쪽으로도 대중교통망이 촘촘해지는 셈이다. 2·3·5·7구역 등이 동북선 최대 수혜 구역으로 꼽힌다.
[손동우 부동산·도시계획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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