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치 계속하는 것도, 멈추는 것도, 주민 판단 받겠다"
[곽우신 기자]
▲ 심상정 녹색정의당(경기 고양시갑)의원이 2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지역구 연대와 관련해 “(당 지도부에게) 제 지역구는 연대 협상지역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지역구 3선 의원에게 어떤 배려가 더해진다면 오랜 기간 준비해 오신 경쟁후보들에게 불공정한 일이다. 제 지역구 대신 다른 지역에 폭넓게 협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 유성호 |
심상정 녹색정의당 국회의원이 4일 경기도 고양시갑 지역구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심 의원은 진보정당 유일의 4선이자, 해당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한 국회의원이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도 금배지를 거머쥔다면 진보정당 유일의 5선 중진 국회의원이 된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당이 존망의 갈림길에 놓인 데다, 이전처럼 '야권연대'도 여의찮을뿐더러, 지역구 여론조사 지표도 좋지 않다. 그러나 심 의원은 녹색정의당 간판으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제3지대 진보정치의 꿈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오로지 주민이 쥐여준 힘으로 척박한 제3정치의 길 걸을 수 있었다"
심 의원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청 영상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개혁 외길 심상정, 다당제 연합정치 시대를 기필코 열어내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12년간 우리 고양갑 주민 여러분을 모셨던 벅찬 시간을 찬찬히 되짚어 본다"라며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양당에 적을 두지 않고서 동일 지역구에서 연달아 세 차례 당선된 것은 제가 처음으로 알고 있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고양갑에서 출발해,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고, 정의로운 민생정치의 길을 개척하라고, 고양갑 주민들께서 작은 정당의 정치인인 저를 받아주시고, 키워주시고 지켜주셨다"라며 "오로지 주민 여러분이 쥐여주신 그 힘으로 제가 지금까지 척박한 제3 정치의 길을 꿋꿋하고 당당하게 걸어올 수 있었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특히 "요즘 우리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당을 떠나서 한목소리로 외치고 싶은 말씀은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일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거대한 퇴행이 진행되어 국민들은 울분이 쌓여만 간다"라고 꼬집었다.
심 의원은 "지금의 양당 과두 체제 틀 안에서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 팬덤정치와 혐오정치만 가속화될 뿐"이라며 "타협의 정치, 제대로 된 정책 경쟁을 만드는 교두보로서 합리적 제3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막무가내 정권을 견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민생정치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도, 바로 다당제 연합정치"라며 "저와 정의당은 다당제 연합정치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20년 동안 양당의 협곡 사이에서 버텨왔다"라며 정의당의 역사와 존재 의의를 강조했다. "주민 여러분께서 다시 한번 저를 승인해 주신다면 합리적 경쟁이 가능한 다당제 연합정치를 제도화하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라는 이야기였다.
"지역을 잘 아는 힘있는 정치인... 많은 일 매듭짓겠다"
그는 "돌아보면 부족함이 많아 송구스럽다"라며 "제가 정치를 계속하는 것도 또 멈추는 것도, 주민 여러분의 판단을 받드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20년간의 정치활동에 대해 종합평가를 받는다는 겸허한 자세로 이번 선거에 임하고자 한다"라는 것.
또한 "고양시 균형발전을 위해 제가 추진하던 사업을 제 손으로 완성하는 것"이 각오라고 밝히며 "철도 중심 도시"와 "녹색 미래 도시"를 표방했다. "무언가를 크게 바꾸려면 큰 힘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라며 "고양시의 균형발전, 고양시의 미래는 지역을 구석구석 잘 아는 힘 있는 후보, 심상정이 만들어가겠다"라고도 자신했다.
심 의원은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지금 고양갑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은 '지역을 잘 아는 힘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이라며 "지난 12년간 고양시와 여의도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며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일들을 추진해 왔고, 그것을 매듭지어 고양시 덕양시대, 명품 식사동을 완성할 사람은 저 심상정밖에 없다는 말씀을 감히 드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고양시 균형발전시대와 다당제 연합정치를 통한 정의로운 민생정치와 기후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며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쳤다.
지역구 연대에는 거리두기... "상대에 대한 예의 아니다"
지난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모두 참가한 3파전이었음에도 심 의원이 39.38%(5만 6516표)를 모아 당선증을 받았다. 당시 정의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당선된 국회의원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심 의원에 대한 지역의 피로감에 외부 악재까지 겹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성회 정치연구소 와이 소장, 국민의힘은 한창섭 전 행정안전부 차관의 공천을 확정한 가운데, 다시 치러질 3파전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단일화 변수가 아니라면, 완주하더라도 낙선 가능성이 더 큰 것.
이 때문에 언론의 관심은 민주당과의 연대 여부였다. 심 의원은 "후보들 간의 동의가 우선"이라며 "민주당이 일괄 협상을 제안하고 있지만 녹색정의당은 지역별 협상으로 전환했다"라고 거리를 뒀다. 그는 "이미 당 지도부에 지역구 연대 협상에서 '고양갑'은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라며 "본인에게 유리한 선거 룰을 만들어 배려하는 것은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상대 후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초 녹색정의당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 위성정당에 불참을 선언하며 선을 그으면서도, 지역구 연대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었다. 하지만 심 의원은 일찍이 본인은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관련기사: 심상정 "민주당과 지역연대 존중, 다만 저는 제외해달라" https://omn.kr/27h3e). 녹색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연대가 자칫 '심상정 살리기'라는 기득권 지키기 모양새가 되는 걸 경계한 셈이다.
이날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녹색정의당은 총선 연대와 관련하여 지난 주 더불어민주당과 지역구 연대방안에 관하여 협의를 이틀간 진행하였으나, 결론적으로 중앙당 차원에서의 지역구 연대 협상은 지속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녹색정의당은 지역구 연대와 별도로 중단없는 정치개혁을 위하여 민주당과의 정책연대를 별도로 추진하였으나, 원칙없이 비례대표 의석 축소를 결정한 민주당의 선택에 따라 정책협상을 지속할 명분이 사라지게 되었다"라고 꼬집었다.
"녹색정의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의 최선두에 서면서도, 원칙 있는 선택을 하는 정당으로 남겠다"라며 "녹색정의당의 의미 있는 선택에 더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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