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4배 더 내라니 멘붕”…집값 뚝 떨어지게 만든 재건축 분담금
공사비 껑충에 분담금 부담 쑥
필요자금 확 늘자 재건축 위축
대책 내놓은 지 한 달 지났지만
노후 단지 시세 오히려 하락해
수요자들은 안전진단 면제로 인한 비용 감소보다 재건축 분담금 부담을 더 크게 체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해당 단지 매매 시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을 중심으로 주요 단지 재건축 분담금이 최근 크게 뛰어올라 정비사업이 삐걱거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재건축 분담금은 정비사업에 들어가는 총공사비에서 일반 분양 수익을 빼고 조합원들이 나눠 부담해야 하는 돈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8차 337동’ 조합원들은 사업 초기 예상치보다 3~4배 많은 분담금을 통보받고 혼란에 빠졌다. 5년 전 재건축을 처음 추진할 때 같은 평형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가구당 분담금은 3억~4억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최근 조합이 시공사 제시 공사비를 근거로 분담금을 다시 계산하자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전용면적 111㎡를 보유한 조합원이 면적을 줄여 97㎡ 아파트를 받아도 내야 하는 분담금은 12억18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놀란 조합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결성한 상태다.
다른 재건축 아파트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강남 재건축 핵심 지역인 압구정 3구역도 예상보다 높은 분담금에 술렁이고 있다. 이번에 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용면적 84㎡를 소유한 조합원이 새 아파트 84㎡를 받기 위해서는 분담금 3억300만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사업성이 꽤 좋은 것으로 알려졌던 상계주공5단지나 부산 삼익비치 등도 분담금 폭탄에 시끌시끌하다.
5~6년 전만 해도 일반 분양가를 높게 받아 조합원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활용해 가구당 재건축 분담금은 많아도 3억~4억원 수준이었다. 반포나 개포 등 서울 강남 일부 저층 단지에선 조합원들이 오히려 돈을 돌려받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높은 금리에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 공사 비용이 급증하면서 일반 분양가를 높게 받아도 조합원 부담이 많이 늘어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을 고려하면 분담금은 감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 해도 분담금이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는 재건축 단지들이 더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합의 분담금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세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고 있지만 주요 재건축 단지 집값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잠실 재건축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의 전용 82㎡는 지난달 2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최고가 29억4600만원 대비 2억7600만원이나 떨어진 금액이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의 전용 31㎡는 이달 4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는 2021년 기록한 역대 최고가 8억원에서 43% 급락한 금액이자 지난해 최고가인 5억4500만원과 비교해도 16%가량 빠졌다.
재건축 수혜지로 예상되는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의 아파트 매매 시세도 반등 기미를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의 노후 주택 밀집지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은평구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10 대책이 재건축 추진 단지에 호재인 것은 맞지만 이것이 현재 매매 시세에 당장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며 “인허가나 안전진단 폐지 등 정책 방향보단 당장 금리와 대출, 분담금 등의 문제가 거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용적률 상한을 완화하거나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를 추가 개선하는 등 수요자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계속 던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를 많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는 당분간 떨어지기가 힘든 구조”라며 “상황이 이렇다면 사업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추가 정책이 수요자에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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