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사직 걸고 널 구속시키겠다”…선 넘은 보이스피싱 가스라이팅 사태의 전말
‘특급 사건’에 계좌 도용됐다며
무죄 입증 위해 돈 입금 요구
심리적·감정적으로 지배당해 속아
피해자 “잠 못 들 정도로 괴롭다”
![서울강서경찰서.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06/mk/20250706085102613bwrd.png)
5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등으로 4억원의 피해를 본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 말 사기와 전기통신금융사기 등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현재 경찰은 A씨에게서 접수한 내용을 토대로 범죄에 사용된 계좌를 추적 중이다.
A씨는 검사를 사칭한 남성에게 “계좌가 도용됐으니 피해자 입증을 해야 한다”며 호텔 등에 5일간 감금돼 있었다. 검사를 사칭한 남성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남성은 지속적으로 “당신이 무죄임이 입증돼지 않았다”며 A씨에게 돈을 뜯어 갔다.
이들은 A씨에게 사칭한 기관의 대표번호로 연락해 ‘특급 사건’으로 기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 금감원 직원, 경찰 등을 사칭하며 포렌식 등으로 A씨의 휴대전화를 감시해 기밀사항 유출 혐의로 구속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이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A씨 회사에 해당 사실을 알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협박하거나 가족을 거론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들은 팀을 꾸려 시나리오에 따라 A씨를 압박하면서 피해자가 자신들을 믿을 수 밖에 없도록 상황을 이끌어갔다. A씨는 “돈을 빌려준 가족, 지인 등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솔직히 살면서 내가 당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해당 홈페이지엔 ‘특급사건’이라며 ‘A씨의 계좌가 불법 사기 사건에 연루돼 조사받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이 게재돼 있었다.
이후 A씨는 검찰청 검사를 사칭한 남성에게 전화를 받았다. 남성은 “계좌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입증은 본인이 직접해야 한다”며 “특급사건이니 엠바고를 준수해야 하고 절대 어디에 말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해당 남성은 A씨에게 수사를 위해 새로운 휴대전화를 개통하라고 지시했다. 남성은 추후 영수증을 청구하면 휴대전화 개통비 등은 다 돌려받을 수 있다며 A씨를 안심시켰다.
이후 검사를 사칭한 남성은 A씨에게 “조사를 받기 위해 금감원에 방문해야 하니 출입 허가 신청을 넣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감원의 출입 허가가 반려됐다.
해당 남성은 “A씨가 말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고 금감원이 출입 허가를 반려했다”며 “어떻게든 출입허가증을 받아오라”고 억지를 부렸다.
금감원을 사칭한 직원은 A씨에게 “출입 허가가 안되니 조사를 위해 일정 기간 보호관찰을 받으라”고 압박했다. 검사를 사칭한 남성은 A씨에게 욕설과 함께 “정말 구치소에 들어가고 싶어서 금감원 출입허가증을 못 받아 왔냐”고 윽박질렀다.
이후 검사를 사칭한 남성은 A씨에게 선심 쓰듯 호텔을 임시 보호관찰처로 지정해줬다고 말하며 “오늘은 출장을 가서 집에 못 들어간다고 말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검사를 사칭한 남성은 A씨에게 다시 전화를 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부지검에서 또 다른 불법계좌가 발견됐다”며 “임시 보호관찰 조치도 취해줬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며 A씨를 꾸짖었다. 남성은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호텔 방을 나갈 수 없다”며 “피해자 입증이 안되면 제 검사 커리어를 걸고 A씨를 반드시 구속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남성은 “남부지검에서 공탁금을 원한다면서 공소금액 중 일부를 마련해서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7000만원의 공탁금을 보내고 나서야 A씨는 호텔을 나올 수 있었다.
A씨는 “추후 호텔에 나와서도 일주일을 더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돈을 받아갔다”며 “돌이켜보면 이상한 부분도 많았는데, 냉정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당은 A씨가 처음 호텔에 들어간 지 약 10일 뒤 A씨가 새로 개통한 휴대전화에 수사 기밀이 있다며 모두 초기화시킨 뒤 경찰에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A씨의 기존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사건 정보가 유출됐는지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또 사건 정보가 유출된 것이 확인되면 피해자를 구속하겠다고 끝까지 위협했다. A씨는 결국 증거가 담긴 휴대폰을 초기화했다.
이후 A씨는 경찰서에 가서야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금전적인 피해 뿐만 아니라 심정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당하는 중에도 그 이후에도, 잠을 못잘 정도로 괴로웠다”며 “가족이나 회사 등을 언급하면서 강압적으로 나오니 더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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