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역전세에 전세보증 덮친 비아파트 시장에 `활성화 대책`?
"감정평가 악용 사례가 있었다는 이유로 '감정평가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법안이다. 악용되지 않도록 보완을 해야지 수단자체를 막는 것은 마치 '교통사고로 차에 치여 사람이 죽었다는 이유로 자동차를 운전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국민참여입법센터 내 통합입법예고 중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하 민특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개시된 입법의견 중)
안녕하세요 금융부동산부 이미연입니다. 나름 금새(...너그러운 기준 적용 부탁드립니다;;) 돌아왔습니다!
이번 시간은 예고(?)했던대로 지난달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주택임대사업자 수십명을 모이게 했던 '보증보험 의무가입'과 '공시가격 126%'과 관련된 건입니다.
이들은 이날 '역전세'가 덮친 비아파트 전세시장에 보증보험 가입 가능금액을 126%로 규정하는 것은 '가격 통제'에 해당한다며 집단소송을 예고했습니다. 응? 이게 무슨 말이냐구요? 엇 간단 설명 먼저 가겠습니다.
원흉(?)이라고 해야할까요. 이 사태의 주범은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창궐한 '전세사기'로 봐야할 듯 합니다. 전세사기범들이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한 물건에 '안전하다'며 적극 활용(?)한 것이 그 배경입니다.
당초 HUG 전세보증 가입 기준은 전세값이 매매가의 100%여도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가령 매매가격이 2억원 수준이었던 수도권 빌라를 예로 들어볼게요. 집값급등 시기였던 2년여 전, 집값 따라 전세가격이 올라가면서 전세대란까지 발생하자 2억원에 내놓은 전세가 덜컥 계약됐던 겁니다. 물론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으니 세입자들은 안전하다고 판단했을테구요.
문제는 고공행진을 하던 집값이 후두둑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전세가보다 매매가격이 떨어지는 역전세까지 우후죽순 발생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전세보증 가입 기준을 90%로 낮추고 공시가격도 기존 150%에서 140%로 강화했죠. 이 여파로 올해 5월부터는 임차인의 보증보험 가입 기준 금액이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140%의 전세보증 가입기준 90%)가 됐습니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때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몇 퍼센트 이상은 안 된다고 캡을 씌우면 지금처럼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거나 깡통전세가 되는 것은 막게 된다"며 "전세가를 억지로 낮추라는 게 아니다.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게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덕분에 전세만기가 돌아온 물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려면 전세보증금을 강제로 낮춰야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2년여전 3억4500만원에 서울 강서구 빌라 전세세입자를 들였던 비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 A씨는 공시가격 하락 여파와 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화 영향으로 새로운 계약을 진행하려면 전세보증금을 8000만원이나 내려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세입자를 잡으라구요? 당연히 떨어진 시세에 맞춰줘야 기존 세입자도 계약 연장을 고민해볼테니 8000만원은 어떻게든 구해야하지 않을까요.
민간임대뿐만이 아닙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에도 불이 번졌습니다. HUG보다 완화된 조건인 '공시가격 170%'을 적용했던 LH전세임대를 임대인들이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달부터 126%로 변경했습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하소연이 적지 않습니다. 계약기간이 만료된 세입자는 전세보증을 받아서 나갔지만, 집주인이 이 금액을 막지못해 쏟아지는 경매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더 극단적인 주장도 나옵니다. 안전한 전세보증금 반환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되는 '전세금 예치제도'가 도입된다면 국내 주택시장에는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만 남게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입니다.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것이 아니라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80%를 초과하지 않도록 강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과 함께입니다.
임대인들은 정부가 고심 끝에 마련했다는 법안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취득세와 재산세, 유지비 등의 부담을 떠안고 민간임대사업을 하고 있는데, 법안들은 임차인에게 장기채무를 장려하고 임대인에게는 보증보험가입을 어렵게 만들어 입구와 출구를 좁혀놨다는 입장입니다.
'전세사기 피의자로 내몰려 고충을 겪고 있다'고 밝힌 한 임대인은 "임대인과 임차인은 공생공멸관계인데 (법안 때문에) 극심하게 갈등하고 있다"며 원 장관에게 보내는 상소문 형식을 빌어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전세사기 임차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경매로 넘어간 집을 사기 위해 추가 대출을 떠안거나 생계비를 지원받는 것이 아닌 전세금만 돌려받는 것이고, 임대인들은 임차인들의 전세금을 하루속히 돌려주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다른 임대인은 "역전세는 대부분 비아파트에서 나오는데, 정작 정책은 아파트 위주로만 나온다"며 "126%에 죽어나가고 있는 건 비아파트 시장이란 사실을 분명히 알텐데 국토부는 아파트만 바라보느냐. 이 임대차 대란을 막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한건가"라고 지적합니다.
어라? 여기서 잠깐. 찬바람이 싸~늘하게 스쳐 지나갑니다.(아 드디어 여름이 가고 '가을' 아니 '걀'이 왔습니다!)
이번 추석연휴 직전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대책에는 '비아파트 활성화'가 담겼었죠. 아파트보다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비아파트에 건설자금·보증 지원, 공유 차량 활용 조건의 주차장 확보 기준 완화, 청약에서 무주택자로 간주하는 소형주택 범위 확대 등을 제시했습니다...만 당장의 구축 비아파트 시장 상황이 이 지경인데 앞으로 누가 비아파트의 시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들어올지는...(말못잇)
"126%룰이 폐지될 때까지 집회를 이어나가겠다."
전국임대인연합회의 집회는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절실하다는 표현이겠죠. 당장 내일이네요, 5일 강서구청 앞에서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강서구청이라...아 서울에서 유독 전세사기 문제가 컸던 지역구인데, 최근에는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을 애교로 봐달라"라는 전 구청장의 발언으로 시끌시끌한 그 곳이네요.
집회 주최 측은 이 외에도 126%룰에 관한 내용이 담긴 '민특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국토부가 9월 1일에 입법예고한 민특법 시행령 개정안의 의견 제출은 오는 11일까지인데요, 4일 오후 4시 현재 397건의 의견이 달렸습니다. 물론 '반대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입니다. 일단 정부는 기존 등록 임대주택에는 2026년 6월까지 유예 기간을 두겠다고 했지만 반발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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