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文, 물러나달라 요구'에 당내 비판 쏟아져
윤영찬 "말이 안돼, 본인은 책임없냐" 조응천 "정치도의에 어긋나"
정철승 "추, 문재인 기회주의자라 말해" 박원석 "양아치 정치"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2020년 이른바 '추윤 갈등' 이후 그만두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물러나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폭로해 논란이다.
자신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이 자신을 그만두게 한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이 정치도의에 맞느냐, 문재인 팔아 정치장사하는 것이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달 29일 오마이뉴스(오마이TV)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처음 밝힌데 이어 지난 3일 페이스북에도 재차 거론했다. 그는 “저의 '사직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2020년 12월16일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의결이 새벽에 이루어지고 아침에 출근 직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사직서를 내달라고 전화를 받았으나 명확하게 거절했다”고 썼다. 추 전 장관은 “오후에 제가 들고 간 징계의결서가 대통령 서명으로 집행된 직후 바로 대통령의 '물러나달라'는 말씀으로 제 거취는 그 순간 임명권자가 해임한 것이므로 저의 사직서가 필요 없어져 버렸다”며 “저녁 때까지 청와대는 사의 표명을 내라고 촉구했으나 따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폭로에 추 전 장관한테서 당시 얘기를 들었다는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본인이 직접 털어놓으셨으니, 내가 차마 공개하지 못했던 얘기도 하겠다”며 “말을 아끼던 추미애 대표는 이 한 마디로 나의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대신했다. '문재인은 기회주의자에요...'”라고 썼다.
이에 당시 청와대에 있던 당내 인사들 뿐 아니라 '비문'계 인사도 추 전 장관의 주장에 반박을 했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사직서가 없다'는 추 전 장관 발언에 “그거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대통령이 당시 임명권자인데 장관을 해임하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본인을 해임시킨 것이 뭔가 이상한 것처럼 말하는데, 그때로 되돌아가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 정지하고 징계를 내렸으나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한 게 법원에서 인용됐다”며 “법원 감찰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이 절차가 잘못됐다고 결의해 추미애 전 장관은 굉장히 몰렸고,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본인이 검찰 개혁을 추진했든 안 했든 법무부 장관으로서 그것을 못 한 책임, 이 문제를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며 “본인을 해임할 수 있다. 왜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의 이 같은 폭로를 두고 윤 의원은 “본인이 다시 정치에 재기를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이것이 도움이 될 것인가”라며 “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도 지내신 분이 본인 관련 사안에 주관적으로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폭로하는 게 과연 어른다운 행동이냐. 지극히 비판적인 의견들이 많다”고 전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4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치에도 금도가 있다.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면서 “자기를 장관에 앉혀준 대통령까지 불쏘시개로 써가면서 자기 장사를 한다는 거, 이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정무직이란 것은 언제라도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두고 하라면 하는 거지, 직업 공무원처럼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라며 “사직서를 냈는지 여부, 이건 중요한 얘기가 아니다. 내가 냈느니 말았느니 하면서 대통령을 거론하고 하는 거, 이건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의 총선 출마를 두고 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일등 공신 두 명을 뽑으라면 조국 장관과 추미애 장관을 꼽겠다”며 “추 장관이 윤 총장 직무집행 정지 등 박해받는 이미지만 지속해 계속 보여줬지 않느냐.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정치적 체중이 커져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고 지금 대통령으로 되는데 거의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책임을 통감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정책위원장도 같은 날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치 재개하려면 본인한테 드리워져 있는 '윤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라는 멍에를 벗어야 되고 그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려야 되는데 그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로 돌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정무직 장관은 물러서라면 물러서는 건데, 그걸 이제 와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대단한 폭로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장관을 지냈던 사람으로서의 도리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추 전 장관이 정철승 변호사에게 '문재인은 기회주의자'라고 했다는 정 변호사 주장과 관련해 박 전 위원장은 “본인이 추윤 갈등을 불러일으켜서 윤석열을 키워준 책임을 이제 와서 다 대통령이 기회주의적이었다라고 돌릴 수 있느냐”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했던 게 우연이 아니다”라고도 질타했다. 그는 “아무리 서운한 게 있어도 직전까지 모셨던 대통령을 기회주의자라고 얘기하는 거는 '양아치 정치'”라며 “아무리 정치적 도의가 땅에 떨어져도 이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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