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동안 ‘국토 한 바퀴’ 뛴 60대 회장님 [신기자 톡톡]
매주 이틀씩 총 116번 5228㎞ 완주
하나씩 핑계대면 아무것도 못해
달리기·사업·인생 모두 마찬가지
“도전정신으로 韓소주 세계에 널리 알릴 것”
◆ 톡톡! 경영인 ◆
대전 소재 소주 제조회사 맥키스컴퍼니의 조웅래 회장(64) 이야기다. 조 회장에게 기업 경영과 달리기는 별개의 세계가 아니다. 그는 “달릴때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저는 한마디로 잡놈입니다. ‘괴짜왕’으로도 불리지요.”
조 회장은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지만 사실 그의 이력만 봐도 그가 얼마나 남다르게 살아왔는지, 얼마나 ‘괴짜 경영인’인지 알 수 있다.
조 회장은 전자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1992년 2000만원으로 전화를 걸면 오늘의 운세를 알려주는 서비스 제공 회사를 설립했고, 2004년 대전 소재 소주 생산 업체 ‘선양’을 인수하면서 주류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소주 회사 인수 후 그는 보통의 경영인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2006년부터 대전 ‘계족산’에 황토를 깔아 시민들이 맨발로 걷거나 달릴 수 있도록 황톳길을 조성했어요.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해 이곳에서 클래식 공연 등 문화행사도 열어오고 있습니다. 미얀마에 술 생산 공장도 짓고 있어요.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지속적으로 도전해온 덕분에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맥키스컴퍼니는 ‘이제우린’ ‘린21’ ‘사락’ 등의 술을 제조하는 대전 향토 기업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의 술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2021년 매출 473억원을 기록한 강소 기업이다.
조 회장이 괴짜왕이라고 불리는 데는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할 만큼 열렬한 그의 달리기 사랑도 한몫했다. 2001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풀코스만 80번 완주했다. 한발 더 나아가 조 회장은 2021년 12월 3일 ‘대한민국 국토 경계 한 바퀴’ 달리기 도전에 착수해 지난달 26일 총 5228㎞ 완주에 성공했다. 동해안 해변길(713.87㎞), 남해안 해변길과 주변 섬(1987.6㎞), 서해안 해변길과 주변 섬( 1770.83㎞), 제주도 둘레길과 울릉도 한 바퀴(286.42㎞), 비무장지대(DMZ) 길(469.61㎞)을 두 다리로 정복한 것이다. 이는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399㎞) 13번 이상 달린 셈이다.
조 회장은 “날씨·계절 상관없이 총 116번 뛰어 최근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기록 인증을 받았다”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경영에 매진했고, 매주 금·토요일에만 달렸으며, 한 번 달릴 때 보통 45㎞씩 달렸다”고 말했다.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타격을 입었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어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새로운 뭔가를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달릴 때마다 에너지를 얻었고, 마라톤 풀코스가 흔히 인간의 한계라고 말하는데 이 한계를 뛰어넘고 싶었다”고 밝혔다.
60대 중반의 나이에 웬만한 청년보다 뛰어난 체력으로 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단단한 근육과 근육 달래기다. 조 회장은 “뛴 후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근육을 풀어줬고 요가를 했다”며 “뛰기 전, 뛰는 도중, 뛰고 난 후 반드시 근육을 풀어줬다”고 설명했다.
위기도 있었다. 조 회장은 “116번 달리는 동안 근육 통증 등의 이유로 딱 2번 멈췄다”며 “가장 큰 위기는 날씨였지만 영하 30도 추위 속에서도, 폭염 속에서도 달렸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1㎞씩 달릴 때마다 지체장애인들을 위해 1만원씩 기부하며 새로운 기부 문화도 만들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한 번 달릴 때마다 보약 한 첩 먹었다고 말할 만큼 달리는 게 건강에 좋다”며 “몸이 불편해 달릴 수 없는 지체장애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뛸 때마다 이들에게 보약 값을 주자는 의미에서 기부하게 됐다”고 전했다.
5228㎞를 뛰는 동안 뭘 얻었을까. 조 회장은 “가장 큰 소득은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며 “깨끗한 물을 물통에 채우려면 물통을 비워야 하듯이 뛰는 것은 몸과 마음에 쌓인 찌꺼기를 비우는 과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이번 대장정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얻은 에너지를 토대로 맥키스컴퍼니의 재도약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그 첫 번째 도전이 내년 준공 목표인 미얀마 공장 설립이다.
조 회장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 맥키스컴퍼니의 소주를 해외에 널리 알리겠다”며 “올해 상반기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제품군을 확대하고 소주, 증류주 시장을 키우는 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달리기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조 회장은 경로우대증이 나오면 유럽 완주에 도전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제 나이가 되면 은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제 나이에도 일할 수 있으면 축복받은 거죠. 제 꿈은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아닙니다. 본업인 기업 경영에 최선을 다하고, 달리기도 계속할 겁니다. 90세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게 목표입니다.”
▷조웅래 회장은 1959년생.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삼성전자, LG전자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다가 1992년 서른셋에 오늘의 운세를 알려주는 서비스 제공 회사를 설립하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전화로 음악을 제공하는 서비스업 등 여러 사업을 통해 큰 돈을 벌었다. 이후 2004년 선양을 인수하고 주류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주류 제조업에 집중하면서 이전 회사를 자연스럽게 정리했으며, 2013년 사명을 맥키스컴퍼니로 바꿨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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