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보험 전세가율 90%까지만 허용…'업감정' 감평사 처벌 강화
대환 저리대출 상품 출시…피해자 지원 확대
(세종=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이른바 '빌라왕 사태' 등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 방안을 발표했다. 임대인과 시세를 부풀려 전세사기에 가담하는 감정평가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그간 깡통전세 계약에 활용됐던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를 손질했다.
또 원하는 곳에 긴급거처를 제공하고 저리 대환대출 상품을 신설하는 등 피해를 본 임차인에 대해서는 지원을 확대한다.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조직적 전세사기가 성행하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에 따른 조치다.
지난해 전세보증 사고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인 약 1조2000억원이며, 전세사기 검거 건수도 전년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2021년 187건→2022년 618건)했고, 공인중개사의 사기 가담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정부는 이러한 조직적 사기에 개인적 차원의 대응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 전세가율 90%까지만 보증…무자본 갭투자 근절
우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한 전세가율 기준을 100%에서 90%로 낮춘다. 기존에는 매매가의 100%까지 보증가입을 허용해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 중개사 등의 깡통전세 계약 유도 등에 악용된 측면이 있었다.
다만, 건전한 전세계약에 대해서는 보증이 공급되도록, 서민임차인 보증료 할인 대상(연소득 4000만원 이하→5000만원 이하)과 폭(50%→60%)을 확대한다. 자본금 출자·보증배수 상향 등 보증기반 확충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보호를 위해 유예기간 부여하고, 기존 보증갱신 대상자에 대해서는 2024년1월부터 적용·시행한다.
시세를 부풀리는 감정평가사들의 이른바 '업(UP)감정'도 차단한다. 앞으로 감정평가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는 경우에만 적용(2월)하고, 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해 임대인과 감정평가사의 사전 모의를 막는다.
전세가율 조정과 감정평가사의 시세 부풀리기 방지(감정평가 제한적 활용 등) 등 과제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SGI서울보증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임대사업자의 보증의무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이 강화된다. 그간 제도를 악용해 우선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없다고 임차인을 안심시킨 뒤, 실제로는 깡통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에는 미가입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임차인 거주 주택은 보증에 가입해야만 등록을 허용(민임법 개정안 발의)하고, 공실은 등록후 가입을 허용하되 미가입 시 임차인에게 통보해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또 보증 미가입으로 등록이 말소된 임대사업자는 임대주택 추가 등록을 제한한다. 세부적인 개선방안을 보증가입 의무화가 전면 시행되기 이전인 오는 7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계약 전 계약 단계별 정보도 제공된다. 정부는 HUG의 안심전세앱을 통해 신축빌라 등의 시세, 악성 임대인, 세금체납 등의 정보를 공개한다.
앱에서는 연립·다세대, 소형 아파트의 시세와 전세가율·경매낙찰률 정보도 함께 공개된다. 우선 수도권(2월)부터 공개를 시작해 지방 광역시, 오피스텔(7월)까지 확대한다.
보증사고 이력 등 임대인 정보(2월)와 납세증명서 등 세금체납 정보도 7월 중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생하기 이전, 임대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대출 근저당이 보증금보다 우선 보호되는 일도 없어진다.
앞으로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심사 시 확정일자 확인 후 대출을 진행하는 사업을 확대(4월)하고, 중개사 범용 계약서에 대항력 확보 전에 근저당 설정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특약도 반영을 추진한다.
또 임대인이 매매계약 체결 이전에 임차인에게 고지토록 하고, 신규 임대인의 보증사고 이력 등으로 보증가입 불가 시 계약해지 및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특약(2월)도 반영한다.
계약과정에 관여하는 공인중개사에 대한 책임도 강화된다. 정부는 중개사로 하여금 임대인의 세금·이자체납 등 신용정보와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전입세대 열람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 방지 특약, 등기부에 포함되지 않는 확정일자 부여 현황 등 계약 시 유의사항을 중개사가 확인하고, 전세가율·전세보증 상품 등에 대해서도 임차인에게 의무 안내토록 할 계획이다.
임차인이 위험 중개사를 선별하도록 중개사 영업이력 공개를 확대하는 한편, 사기의심 사례 조사와 경찰청 수사정보 제공 등을 위해 보증사고 계약을 중개한 중개사 정보도 DB로 관리한다.
◇ 피해자 '저리대출' 혜택 강화…긴급거처 500가구 추가 확보
피해자를 위한 저리대출 혜택도 확대된다. 다음달 중 보증금 요건을 3억원까지 완화하고, 대출액 한도도 2억4000만원까지 확대한다.
또 전세사기에도 불구하고 기존 전셋집에 거주해야 하는 임차인도 기존 전세대출을 1~2%대 금리의 저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을 5월 중 신설할 계획이다.
긴급거처가 적기에 제공될 수 있도록 수도권 공공임대 500가구 이상을 추가 확보(상반기)하고, 신속 입주, 수시 유지 보수 등 이용자 편의도 개선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전셋집을 낙찰받은 경우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 주기로 했다. 앞으로 피해 임차인이 공시가격 3억원 이하(지방 1억5000만원)이면서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임차인을 무주택자로 간주한다.
원스톱 법률서비스도 지원된다. 법률구조공단・변호사 협회 등과 협력해 법률상담 창구를 확대하며, 전세피해 지원센터의 역할 강화를 위해 HUG 인력지원을 검토하고, 업무 지원 근거도 마련한다.
임대인에게 등기명령 송달 이전에 임차권 등기를 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도 추진(2월 국회 제출)할 계획이다.
◇ 단기간 다량 매집 기획조사…불법 광고도 퇴출
단속도 강화된다. 우선 단기간 내 주택 다량·집중 매집, 동시진행·확정일자 당일 매도 등 전세사기 의심 사례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한다.
전세사기 의심거래 집중 지역을 우선 조사하되, 그 외 지역과 신규 거래 건도 연중 조사를 실시하고, 의심 사례는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위법 확인 시 엄중 처벌할 예정이다.
불법 온라인 광고와 전세사기 의심매물은 부동산광고시장감시센터(한국인터넷광고재단)에서 오는 6월30일까지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위법사항 발견 시 매월 수사 의뢰해 무자격자의 허위·과장 광고를 퇴출할 계획이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인다. 공인중개사의 경우 사기 가담시 '원스트라이크 아웃' 요건을 확대하고, 중개보조원 채용 상한제 도입도 추진한다.
감정평가사에 대한 자격 취소 사유도 금고형(집행유예 포함) 2회에서 1회(6월 중 감평사법 개정 추진)로 강화한다.
전세사기 가담이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서는 전수 조사도 진행한다.
시장 교란행위 신고센터는 중개사법 위반, 거래신고법 위반 등 전세사기 의심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 조치토록 업무범위를 확대한다.
전세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특별단속을 6개월 연장하고, 국토부·검찰·경찰 협력도 한층 강화한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이번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의 후속조치를 최대한 조속히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안심전세앱 기능 확대, 보증제도 악용방지 등 정부 차원 조치는 즉시 착수하고, 나쁜 임대인 명단공개 등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국회와 적극 협의해 조속히 입법 조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는 청년과 신혼부부 같은 사회초년생이 대응하기 어려운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범죄다"라며 "이번 대책을 통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노리는 악질 사기가 뿌리 뽑힐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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