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떨쳐내려 시작한 뜀, 대한민국도 함께 뛰게 하고파"

김소연 기자 2023. 1. 2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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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 코리아둘레길 등 '5228㎞ 최단시간' 완주
1㎞에 만원씩 적립키도…선한 영향력으로 용기와 에너지 선물
'괴짜왕' 조웅래(64)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26일 하루 평균 마라톤 풀코스(42.195㎞) 이상을 두발로 달리는 방식으로 '대한민국 한 바퀴 5228㎞'를 국내 최초·최단시간에 완주했다. 사진=김소연 기자

"언덕길에서 단 한번도 걸은 적이 없어요. 한번 걷기 시작하면 끝도 없거든요. 사는 것도 마찬가지죠. 주저앉지 말고 꾸준히 극복해내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달린 조웅래(64)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26일 완주의 시작이자 끝인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해 남긴 소감이다.

조 회장은 2021년 12월 3일부터 이날까지 최단시간(518시간 57분 59초) '코리아 둘레길'을 기반으로 동해·남해·서해는 물론 제주도 둘레길·DMZ 평화의 길 등 대한민국 국토 경계 한 바퀴를 두 발로 완주했다. 평일에는 업무와 외부강연 등 일에 전념하고, 금요일 새벽에 출발지로 이동한 뒤 하루 평균 45㎞ 이상을 매주 이틀씩 달린 끝에 총 5228㎞ 완주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KRI한국기록원은 이 기록을 '대한민국 국토 경계 한 바퀴 최단시간 완주' 최초·최고기록으로 공식 인증, 이날 현장에서 인증서를 수여했다.

여러 기록을 낳은 이번 여정의 시작은 코로나19가 촉발한 '무기력' 때문이었다.

조 회장은 "코로나가 터지고 난 뒤 무기력함을 많이 느꼈다. 사업도 여러 어려움이 많고 일상도 너무 많이 바뀌니까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며 "생각해 보니 평소에 내가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게 운동이더라. 힘들고 스트레스 받으면 달리면서 에너지를 얻었다. 지금까지 마라톤을 80회 완주했는데, 그 한계를 넘어 뛰어보자는 생각에 도전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도전!'을 외치며 호기롭게 달리기 시작했지만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사계절 내내 뛴 조 회장은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 겨울에는 추위와 빙판길로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한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새벽 4시 반부터 뛰어도 땀 범벅이 되기 일쑤였다고.

그는 "최근 강원도 양구에서 꼬불꼬불 산길을 12㎞ 이상 달려 올라갔다. 올라갈 땐 힘들지만 내리막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뛰지 않았겠나. 근데 이게 웬 걸, 내리막길이 제설작업 때문에 막혀있거나, 일부는 빙판길이었다. 정말 맥이 빠지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체력이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근육통은 달리는 이들에겐 필수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통증이다.

그는 "완주를 하면서 멈춘 적이 딱 두 번 있다. 한 번은 삼척에서 뛸 때였는데 13㎞쯤 달렸을 때 근육통이 와서 멈춰야 했다"며 "또 한 번은 눈이 많이 오던 날, 22㎞쯤 달렸을 때 길을 잃어 멈춰야 했다. 한참 헤매다 다행히 주변 행인에게 휴대폰을 빌려 가이드 차량과 연결이 됐지만 30-40분을 그냥 서있다 보니 달리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다. 그때 생각하면 정말 아쉽다"고 했다.

그럼에도 자신을 계속 뛰게 한 건 달리면서 생기는 '에너지'와 눈에 들어오는 '풍광'이었다. 뛰는 내내 회사 업무 등 각종 고민들이 괴롭힐 것 같았지만 섣부른 생각이었다. 뛰면서 느꼈던 약간의 외로움도 자연이 치유해줬다. 그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와 소통하기 위한 고프로(카메라), 직접 응원해주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러닝메이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괴짜왕' 조웅래(64)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26일 하루 평균 마라톤 풀코스(42.195㎞) 이상을 두발로 달리는 방식으로 '대한민국 한 바퀴 5228㎞'를 국내 최초·최단시간에 완주했다. 사진=김소연 기자

조 회장은 "거짓말 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뛸 땐 일상생활 속 고민이나 걱정 등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혼자 뛰는데도 그렇다"면서 "대신 당장 눈에 들어오는 자연에 집중하게 된다. 지역마다 공기도 다르고 풍광도 다르다 보니 일상 고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웃었다.

이어 "시골길을 뛸 때 옆에서 응원해주신 할머니들도 정말 큰 힘이 됐다. 혼자 땀 뻘뻘 흘리며 뛰는 게 애처로워 보였는지, 이 무더위에 고생한다고 한 말씀씩 해주셨다"며 "러닝메이트인 고프로도 한 몫 했다. 처음엔 무겁고 힘들었지만 이젠 (카메라가) 없으면 어색할 지경"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이번 완주를 통해 1㎞당 1만원씩 기부금을 적립하기도 했다. 이전부터 해왔던 적립을 합치면 총 8670만원 규모다. 앞서 이 적립금을 지체장애인협회에도 전달했다.

그는 "달리는 게 보약 한 재 먹는 거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못 먹은 사람에게 미안하지 않겠나. 뛰고 싶어도 못 뛰는 사람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부채의식 같은 거다. 그래서 적립한 돈으로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거창한 건 아니지만, 달리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저앉지 않는 힘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앞으로도 조 회장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다음은 대한민국을 넘어 유럽이다.

조 회장은 "경로우대증이 나오는 순간부터 세계를 뛰고 싶다. 이왕이면 자전거도로가 잘 갖춰진 유럽이 낫지 않겠나"라며 "우대가 필요한 노인이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용기의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웅래(64)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26일 대한민국 한바퀴 완주의 시작점이자 끝 지점인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들어오고 있다. 사진=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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