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떨쳐내려 시작한 뜀, 대한민국도 함께 뛰게 하고파"
1㎞에 만원씩 적립키도…선한 영향력으로 용기와 에너지 선물
"언덕길에서 단 한번도 걸은 적이 없어요. 한번 걷기 시작하면 끝도 없거든요. 사는 것도 마찬가지죠. 주저앉지 말고 꾸준히 극복해내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달린 조웅래(64)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26일 완주의 시작이자 끝인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해 남긴 소감이다.
조 회장은 2021년 12월 3일부터 이날까지 최단시간(518시간 57분 59초) '코리아 둘레길'을 기반으로 동해·남해·서해는 물론 제주도 둘레길·DMZ 평화의 길 등 대한민국 국토 경계 한 바퀴를 두 발로 완주했다. 평일에는 업무와 외부강연 등 일에 전념하고, 금요일 새벽에 출발지로 이동한 뒤 하루 평균 45㎞ 이상을 매주 이틀씩 달린 끝에 총 5228㎞ 완주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KRI한국기록원은 이 기록을 '대한민국 국토 경계 한 바퀴 최단시간 완주' 최초·최고기록으로 공식 인증, 이날 현장에서 인증서를 수여했다.
여러 기록을 낳은 이번 여정의 시작은 코로나19가 촉발한 '무기력' 때문이었다.
조 회장은 "코로나가 터지고 난 뒤 무기력함을 많이 느꼈다. 사업도 여러 어려움이 많고 일상도 너무 많이 바뀌니까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며 "생각해 보니 평소에 내가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게 운동이더라. 힘들고 스트레스 받으면 달리면서 에너지를 얻었다. 지금까지 마라톤을 80회 완주했는데, 그 한계를 넘어 뛰어보자는 생각에 도전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도전!'을 외치며 호기롭게 달리기 시작했지만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사계절 내내 뛴 조 회장은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 겨울에는 추위와 빙판길로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한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새벽 4시 반부터 뛰어도 땀 범벅이 되기 일쑤였다고.
그는 "최근 강원도 양구에서 꼬불꼬불 산길을 12㎞ 이상 달려 올라갔다. 올라갈 땐 힘들지만 내리막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뛰지 않았겠나. 근데 이게 웬 걸, 내리막길이 제설작업 때문에 막혀있거나, 일부는 빙판길이었다. 정말 맥이 빠지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체력이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근육통은 달리는 이들에겐 필수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통증이다.
그는 "완주를 하면서 멈춘 적이 딱 두 번 있다. 한 번은 삼척에서 뛸 때였는데 13㎞쯤 달렸을 때 근육통이 와서 멈춰야 했다"며 "또 한 번은 눈이 많이 오던 날, 22㎞쯤 달렸을 때 길을 잃어 멈춰야 했다. 한참 헤매다 다행히 주변 행인에게 휴대폰을 빌려 가이드 차량과 연결이 됐지만 30-40분을 그냥 서있다 보니 달리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다. 그때 생각하면 정말 아쉽다"고 했다.
그럼에도 자신을 계속 뛰게 한 건 달리면서 생기는 '에너지'와 눈에 들어오는 '풍광'이었다. 뛰는 내내 회사 업무 등 각종 고민들이 괴롭힐 것 같았지만 섣부른 생각이었다. 뛰면서 느꼈던 약간의 외로움도 자연이 치유해줬다. 그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와 소통하기 위한 고프로(카메라), 직접 응원해주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러닝메이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조 회장은 "거짓말 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뛸 땐 일상생활 속 고민이나 걱정 등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혼자 뛰는데도 그렇다"면서 "대신 당장 눈에 들어오는 자연에 집중하게 된다. 지역마다 공기도 다르고 풍광도 다르다 보니 일상 고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웃었다.
이어 "시골길을 뛸 때 옆에서 응원해주신 할머니들도 정말 큰 힘이 됐다. 혼자 땀 뻘뻘 흘리며 뛰는 게 애처로워 보였는지, 이 무더위에 고생한다고 한 말씀씩 해주셨다"며 "러닝메이트인 고프로도 한 몫 했다. 처음엔 무겁고 힘들었지만 이젠 (카메라가) 없으면 어색할 지경"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이번 완주를 통해 1㎞당 1만원씩 기부금을 적립하기도 했다. 이전부터 해왔던 적립을 합치면 총 8670만원 규모다. 앞서 이 적립금을 지체장애인협회에도 전달했다.
그는 "달리는 게 보약 한 재 먹는 거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못 먹은 사람에게 미안하지 않겠나. 뛰고 싶어도 못 뛰는 사람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부채의식 같은 거다. 그래서 적립한 돈으로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거창한 건 아니지만, 달리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저앉지 않는 힘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앞으로도 조 회장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다음은 대한민국을 넘어 유럽이다.
조 회장은 "경로우대증이 나오는 순간부터 세계를 뛰고 싶다. 이왕이면 자전거도로가 잘 갖춰진 유럽이 낫지 않겠나"라며 "우대가 필요한 노인이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용기의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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