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아파트 징벌稅 때렸더니..비명은 서울 외곽·지방서 터져
서울 강북·대구 수성·세종 등
집값 10%대 급락해 역전가능
역전 없을것 단언했던 국토부
2년만에 말바꿔 부작용 인정
당초 15억이상 고가주택 겨냥
혹한기 非강남권 피해 더 커
국토부, 내달 개선안 발표 전망
◆ 공시가 현실화 부작용 ◆
집값 하락세가 완연한 일부 지역에서 실거래가와 공시가의 차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집값이 빠르게 떨어지는 단지들이 주로 서울 도봉구, 노원구 등 강북 지역에 위치한 터라 강남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성격으로 도입한 공시가 현실화 제도가 서민들의 박탈감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도봉구 창동의 A아파트 단지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B씨는 "40평형대 매물을 9억원대 초반에 구할 수 있는데 해당 단지의 2022년 공시가격은 7억원대 후반"이라며 "거래절벽이 이어지면 값을 더 낮춘 매물이 나올 것이고, 그 경우 공시가가 거래가의 90%를 웃돌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인접한 강북구와 노원구 단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강북구 미아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C씨는 "올해 공시가가 지난해보다 12% 올랐는데 같은 기간 집값은 20% 넘게 떨어졌다"며 "공시가가 실제로 실거래가보다 높아졌느냐가 아니라 집값은 떨어지는데 공시가가 높아지고 세금 부담은 커진다는 게 화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20년 11월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비싼 주택을 보유한 사람일수록 불리하도록 설계됐다. 고가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먼저 늘리고 저가 주택 보유자의 부담은 최대한 뒤로 미루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로드맵에 따르면 시세가 1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202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에 맞추도록 돼 있다. 2020년 당시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이미 75.3%에 달했다. 반면 시세 9억~15억원 구간의 아파트는 2027년까지, 9억원 미만인 아파트는2030년까지 천천히 현실화율을 달성하도록 했으며 2020년 기준 시세 9억~15억원인 아파트의 현실화율은 69.2%, 9억원 미만인 아파트의 현실화율은 68.1%였다.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동일한 기간에 현실화율 90%를 달성하도록 조정할 경우 저가 주택 보유자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란 정부 측 설명이 뒤따랐다.
당시 강남에 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임대차법으로 세입자와 집주인을 갈라치기하더니 공시가격 현실화로 집주인들을 또다시 편 가르기하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친 바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어설픈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때문에 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서민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 내놓았던 정책이 거꾸로 서민들의 박탈감만 키운 셈"이라고 꼬집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실패는 단순히 '집값은 떨어지는데 세금은 늘어나니 기분이 나쁘다'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해 건강보험료나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국민이 실제로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인원은 2021년 2만5511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1만9521명 대비 30.7% 늘어난 수치이며 2019년(1만6545명)과 비교하면 1.5배 급증한 것이다. 이들은 재산세 증가와 건보료 부담의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패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정부는 지금같이 집값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2020년의 낙관적인 공시가 현실화 시나리오가 맞는 건지 재검토할 필요가 크다"며 "현실에 맞게 현실화 반영 속도를 조절하거나 아예 현실화율을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공시가가 실거래가를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지금처럼 금리가 오르고 가계부채가 오르고 부동산은 하락해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급하게 추진할 정책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집값은 내리는데 공시가가 올라 세금을 더 내게 되는 건 조세부담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관련 질의를 받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 같은 견해에 동의했다. 원 장관은 공시가 현실화 계획에 문제가 많다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현실화율(90%)은 이상론적이고 정부만능적인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공시가 현실화율 때문에 소득 없이 집 한 채가 있는 노인들에게 건보료 납부 의무가 부과되거나 기초연금 대상에서 탈락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원 장관은 "세금이나 복지정책에 있어 억울한 탈락자가 없도록 해야 하는데 숫자가 아니라 현상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지자체에 있을 때도 (정부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연구용역기관을 선정해 공시가 현실화율 계획이 실현 가능한지, 문제가 있다면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원 장관은 "일정 기준에 따라 현실화율을 시뮬레이션해놓긴 했지만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고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 공시가 현실화 계획의 문제점을 수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오는 11월 발표할 방침이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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