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급전세 증가.. 전세가율 '20~30%' 실화?

신유진 기자 2022. 8. 1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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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현실화된 '공급폭탄' (2) - 서울 아파트, 전세 1억~2억 내려도 세입자 실종

[편집자주]주택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공급론이 지난 정부 내내 이어지면서 오는 16일 윤석열 정부는 '250만가구+α(알파)' 주택공급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을 시작으로 금리인상이 본격화되고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주택거래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공급이 지속돼 올해와 내년 주택 공급량이 각각 10%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의 공급대책까지 나와 사상 최대의 '입주 폭탄'이 전망된다. 주택 미분양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건설업체 실적 저하와 경기침체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1주택 실수요자의 갈아타기 실패와 역전세난에 따른 세입자 보증금 미반환 피해도 우려된다.

세입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 또는 보증부월세 등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 현상이 수년 만에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1주택자, 인기지역으로 갈아타기 더 어려워졌다
(2) 경기 급전세 증가… 전세가율 '20~30%' 실화?
(3) [Tip] 일시적 2주택자 비과세 요건은?


#1 올해 4월 입주가 완료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센트럴아이파크'(499가구) 59㎡(이하 전용면적)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14억~15억원대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최근 들어 12억원대 매물이 발견돼 지난 8월 9일 기준 11억9000만~12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올라와 있다.

#2 다음 달 9월 입주 예정인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대단지 '래미안엘리니티'(1048가구)는 84㎡가 지난 6월 9억원대에 전세계약이 신고됐는데 두 달 만인 최근 7억5000만원대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이자가 치솟는 가운데 세입자들은 월세나 보증부월세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하고 월세 선호 현상도 커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못 구하는 역전세난 현상이 수년 만에 고개를 들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2법) 시행 2년을 맞은 올해 8월에는 전세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거꾸로 세입자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입주가 완료된 아파트도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이전 계약금액보다 크게 낮춰 급전세를 내놓기도 하지만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집주인들만이 아니다. 신규 세입자에겐 역전세난이 저가 전세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기존 세입자의 경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리스크가 커진다. 집주인이 액수가 큰 전세보증금을 현금으로 보유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인 국내 전세제도의 관행상 이 같은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물량 한 달 새 7.3% 늘어


전통적으로 전세 수급은 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부동한 가격 하락기에는 이 같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8월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3만2145건으로 한 달 전인 7월 7일(2만9945건)과 비교해 7.3% 늘어났다. 지역별로 ▲종로구(32.6%) ▲관악구(29.6%) ▲동대문구(24.0%) ▲중구(15.5%) ▲서대문구(14.9%) ▲강동구(14.5%) 등에서 전세 매물이 늘었다.

과거 서울의 역전세난 사례를 살펴보면 대규모 입주물량으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세수요보다 신규 공급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8년 서울 잠실동 엘스·리센츠·트리지움이 동시 입주한 당시를 예로 들 수 있다. 2018년 송파구 가락동의 9510가구 규모 헬리오시티 입주 때도 송파구뿐만 아니라 위례신도시 등에서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전쟁이 벌어진 바 있다.

경기의 경우 역전세난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e편한세상 금빛그랑메종'(5320가구)은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59㎡ 전셋값이 지난 6월 4억~5억원대에서 최근 3억5000만원까지 내려갔다. 한 달 새 1억원 정도가 빠진 것이다. 일부 경기 지역은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아파트 시세 대비 전세가율이 20~30%에 불과한 단지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전세가율 평균이 64%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내려간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한 달 새 7.3%나 늘었다. 특히 서울 지역 가운데 종로구에서 전세 매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월세 매물 안내문이 붙여있다. 사진=뉴스1



"매물 늘었는데 찾는 사람 없다"


경기 남양주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은 늘어나고 있는데 찾는 사람이 없다"며 "최근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이 1억원을 더 내리면 되겠느냐고 초조하게 물어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전셋값 하락세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7788만원으로 지난 6월 6억7792만원보다 소폭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월평균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2019년 4월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경기도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같은 기간 3억9161만원에서 45만원 하락한 3억9116만원으로 나타났다. 경기의 경우 2019년 6월 이후 3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역전세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공급이 많은 지역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가 힘들다"면서 "향후 심각한 상황으로 전이되지는 않겠지만 금리인상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대출받는 것이 쉽지 않아 당분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함 랩장은 "주로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경기, 인천 등도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이나 서울 내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지역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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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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