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부터 ‘여보 사랑해’까지…문자 들킨 의원들 ‘흑역사’

국회 본회의장은 의원 300명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의원들은 앞에 의장석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그 뒤 2층 방청석에는 기자들이 상주한다. 사진기자들은 줌 기능이 탁월한 카메라를 들고 의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한다. 5일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식 차명 거래 의혹’ 논란을 계기로 그간 의원들의 문자 노출 ‘흑역사’를 살펴봤다.
오래전 일임에도 국민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문자는 “여보 사랑해”다. 2013년 11월25일 정호준 민주당 의원이 “사랑은 어떻게든 안 헤어지려고 하고 자꾸 보고 싶은 거지 자꾸 자존심 세우고 헤어지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이같이 말하는 문자가 카메라에 찍혔는데, 상대방은 부인이 아니었다. 2016년 3월14일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총선에서 정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한다고 발표했는데, 해당 문자 여파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가장 빈번했던 논란은 ‘청탁’과 ‘압력’이다.
의료대란으로 인해 ‘응급실 뺑뺑이’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5일,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의료진으로 추정되는 이에게 환자 수술 관련 청탁을 한 정황이 담긴 문자 메시지가 취재진 카메라에 잡혔다. 세브란스 병원 의사 출신인 그는 국민의힘 의료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인 의원은 자신이 수술이나 예약을 부탁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가라앉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브리핑에서 “속칭 ‘빽' 있는 권력자들에게는 의료체계가 붕괴되든 말든, 응급실 기능이 망가지든 말든 상관이 없겠다는 인식을 짧은 문자 메시지 하나에서 다 읽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20년 9월8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털에 압력을 넣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포털 ‘다음’의 뉴스 배치를 문제 삼아 해당 기업인 카카오 관계자를 국회로 불러들이라는 문자를 보좌관에게 보내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그는 네이버 부사장 출신이다. 이로 인해 포털 뉴스 편집권 논란이 일었고 다음을 창업한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포털을 자기에게 유리한 뉴스만 보도되도록 압력을 넣는 것은 국회의원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2022년 7월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출된 ‘체리 따봉’ 문자는 국민의힘 당내 갈등을 한 장의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표직을 상실한 이준석 전 대표와 관련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게 드러난 것이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보낸 문자였다.
권 의원은 2023년 11월1일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게 대통령 기념 시계 “남자시계 20개, 여자 시계 10개”를 사무실로 보내달라고 문자를 보내다가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렇게 ‘윤핵관’임을 드러내던 권 의원은 3년이 지난 현재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으로 특검팀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지난달 18일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국회 의원회관 권 의원의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는 김 여사를 상대로 한 통일교의 로비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문자 노출이 계속되자 2023년 11월14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휴대전화를 보지 말고 조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보호필름을 부착해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9월1일 화제의 문자는 “전쟁입니다”였다. 검찰이 ‘백현동 개발 의혹’ 해명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고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출석을 통보하자 김현지 보좌관이 이 대표에게 보낸 문자가 카메라에 찍힌 것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 보좌관은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라며 “전쟁입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기소와 1·2심을 거친 뒤 2025년 5월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6월3일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재판 절차는 중단된 상태다. 비장한 문자를 보냈던 김 보좌관은 현재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맡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에는 장관 등 국무위원도 자주 자리한다. 2020년 1월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정책보좌관에게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관련 법령을 찾으라고 문자를 보내다가 카메라에 찍혔다. 윤 총장과 갈등을 빚던 추 장관은 “…만큼 그냥 둘 수는 없지요”라며 윤 총장을 직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5년 뒤 윤 총장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금되는 신세가 됐고, 추 장관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됐다.

5일 법사위원장직을 내려놓은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본회의장에서 양손으로 휴대전화를 조작하며 네이버, 카카오페이, LG씨엔에스 등의 주식을 거래했다. 계좌 명의는 보좌관 차아무개씨였다. 이 의원은 “타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해명했지만 금융실명제법,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4선 중진’ 이 의원이 ‘문자 노출’ 위험을 모를 리 없으나 방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역대 문자 노출 사건 가운데 최악의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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