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연속 늘어난 '미분양' 전문가 판단은.. "위험 수준 아냐"

최상현 기자 2022. 3. 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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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4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약 2만가구 정도인 미분양 규모가 아직 ‘위험 수준’이라고 보기엔 이르다면서도, 수익성이 나쁜 지방 아파트를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2월 28일 서울의 한 공동주택에 분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1727가구로 전월(1만7710가구) 대비 22.7%(4017가구)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4개월 연속 미분양이 증가한 것으로, 최저점이었던 지난해 9월(1만3842가구)과 비교하면 57.0% 늘어난 수치다.

대부분의 미분양 물량이 지방에 집중되며 온도차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전월(1509가구) 대비 12.2% 줄어든 1325가구로 집계됐고, 지방은 전월(1만6201가구) 대비 25.9% 늘어난 2만402가구였다.

광역시 중에서는 대구에서 미분양이 3678가구로 가장 많았다. 도 단위에서는 경북이 5227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남(3124가구), 전남(2219가구), 강원(1566가구) 등 순이었다. 다만 준공 후 미분양은 7165가구로 전월(7449가구) 대비 3.8% 감소했다.

이처럼 미분양 주택이 느는 것은 매수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수요와 공급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몇년 간 ‘분양만 하면 완판되는’ 호경기가 이어지며 건설사들은 분양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분양 물량은 약 40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018년(28만2964가구)부터 4년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수요자들은 대출 규제와 상승 피로감 등으로 매수를 주저하는 상황이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지난달 매수우위지수는 50.1로 2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 수록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여기에 대선 이전 관망세까지 더해 거래시장은 연일 ‘빙하기’가 지속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전월 대비 22.4% 감소한 4만1709건으로 전월 대비 22.4% 감소했다. 전년 동월(9만679건)과 비교하면 54.0%나 줄어든 것이다.

청약 통장을 새로 만들어 분양 시장에 유입되는 수요도 증가폭이 둔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전달 대비 2만3756명 늘어난 2677만272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만 해도 청약통장 신규 가입자 수가 15만5400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가입자 수가 감소로 돌아서기도 했다.

최근 늘어나는 미분양에 대해 건설사들은 ‘미리 잡아놓은 분양 일정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며 아직은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구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 분양 경기가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면서 “입지 조건이 매우 나쁜 경우가 아니라면 판매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지역적으로 양극화되는 기미가 보이고 있어 마케팅 전략을 좀 더 세밀하게 수립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면서도 “수도권은 여전히 완판이 이어지고 있고, 지방에서도 아직까지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이 느는 것은 아닌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아직 위험 수위까지 미분양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보통 미분양 5만가구를 분양 경기의 척도로 보는데, 2만2000가구 정도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면서 “다만 나홀로 아파트나 소규모 단지 등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나타나고 있어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는 측면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정말 분양 경기가 안 좋다면 서울 중심 권역에서도 미분양이 늘어야 하는데 수도권은 오히려 감소했다”면서 “경기가 나쁜 일부 지방을 제외하면 자연스러운 수준의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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