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부동산]① 비주류까지 다 오른 상반기, 돈줄 죄기에 얼어붙은 하반기

유병훈 기자 2021. 12.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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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부동산 시장은 상반기와 하반기의 온도 차가 뚜렷했다.

상반기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수도권 외곽까지 폭등장이 연출됐다. 하지만 기준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된 하반기에는 거래량이 뚝 끊기며 상승세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은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 지역도 상품도 ‘풍선효과’… 안 오른 곳 없던 상반기

올 상반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풍선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규제나 너무 높은 아파트 가격에 대한 부담감으로 그동안 시장의 관심에서 빗겨 나 있던 지역과 비(非)아파트 상품들까지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지수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2.29%로 지난해 0.07%에 비해 상승률이 2.22%포인트(P) 높아졌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에는 올해 7.88%나 상승해 지난해 같은 기간(4.21%)보다 3.67%P 더 올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에 대한 가격 부담감으로 부동산 시장의 저변이 넓어졌다”며 “지역적으로는 인천을 비롯해 경기 동두천·안성·오산·평택 등 수도권 외곽지의 중·저가 아파트들이 급등했고, 주택 상품별로도 아파트에서 비아파트로 또 비아파트에서 생활형 숙박시설 등 비주택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부동산 시장의 핵심은 ‘탈(脫)서울 내 집 마련’이었다”며 “시흥·오산·평택·동두천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았던 지역까지 가격이 오르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지난해 말부터 서울의 중·저가 지역이나 경기·인천·대전 등 교통망 확충 예정지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MZ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대출)이 나왔다”면서 “이에 상반기 아파트는 가격도 많이 오르고 거래도 꾸준했다”고 했다.

상반기 풍선효과의 밑바탕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강행 처리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주택임대차2법이 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임대차2법에 따른 전세 유통 매물 감소가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악화시키면서 매매 가격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지역에 ‘키 맞추기’ ‘갭(Gap) 메우기’ 현상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역대 최저수준의 미분양 주택 재고와 청약시장의 과열도 그 결과물이다.

수요에 비해 부족한 주택 공급도 해결되지 못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2·4대책을 통해 200만 가구에 이르는 공급계획을 세웠지만, 공공이 주도하는 모양새로 인해 시장의 의구심은 계속됐다”며 “거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의혹이 정책 신뢰도 문제로 발전하면서 수급개선이 단기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더 강화됐다”고 말했다.

고가 주택도 곧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2·4대책에서 정부가 공공 주도라는 조건 아래에서나마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할 조짐을 보이다가, 지난 4월 민간을 통한 정비사업 공급을 강조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자 압구정·잠실·목동·용산 등 고가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집값이 고가, 중·저가 할 것 없이 뛰기 시작하자 빌라 등 다세대 연립주택,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생활형 숙박시설 등도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 1월 빌라가 아파트 거래량을 처음 추월한 이래 11월까지 11개월 연속 아파트보다 거래가 더 많이 됐다.

함영진 랩장은 “시중에 유동 자금은 역대급으로 풀렸지만 아파트값이 너무 오르고 규제가 점점 강화되자 비아파트 상품으로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다”면서 “여기에 정부가 오피스텔 바닥난방 설치기준을 완화하고, 재개발에 대한 기대가 몰리면서 풍선 효과가 비아파트 상품이나 비주택 상품에까지 집중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비아파트 시장이 과열되면 추가 규제가 이뤄질 수 있는데 이 경우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 하반기 돈줄 죄자 둔화된 오름세… “하락까진 이르다”

가팔라지기만 할 것 같던 집값도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상승세가 잦아들고 있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10월 첫째주 이후 12월 첫째주까지 9주 연속 둔화됐다. 지난 2016년 10월 셋째주부터 2017년 1월 첫째주까지 11주 연속 하락한 이후 최장기간이다.

상승 폭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금융·통화 당국의 ‘돈줄 조이기’다. 지난 8월과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지난해 3월부터 이어온 제로(0) 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 10월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으면서 대출의 숨통을 조였고, 시중은행들도 연이어 올해 추가 대출 창구를 닫았다.

함영진 랩장은 “상반기와 하반기 사이 금융규제라는 변화가 있었다”며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4분기부터는 매수의 적극성이 줄어들고 거래 소강상태가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윤지해 연구원도 “지난 7월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1단계 규제가 적용되면서 거래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며 “대출 규제의 효과가 컸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거래량이 급감하고 상승세 둔화 현상이 뚜렷하지만 당장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윤 연구원은 “거래가 줄어들었음에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고점을 계속 경신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수요자가 금리 인상·대출 규제로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매물이 조금씩 쌓이고 있지만 호가는 여전해 당장 하락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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