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청약 당첨됐는데, 인생 계획 망가질 판"..어느 무주택자의 절규

박상길 2021. 10. 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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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어렵게 청약에 당첨된 무주택자들이 원활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제기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인 A씨는 신혼부부 때부터 월셋집을 전전하다 2018년 다자녀(4명) 특별공급으로 청약에 당첨됐다. A씨는 올해 11월 12일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금융권의 대출 규제로 잔금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A씨는 당초 2018년 청약에 당첨됐을 때 중도금 6차까지 받은 후 입주 시기 해당 중도금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고 디딤돌 대출+ 추가대출로 잔금에 중도금 이자까지 치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입주 시점에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으로 대출을 못 받게 되면서 계획이 어그러질 위기에 놓였다. 비싼 이자 내고 고금리 대출을 찾아 잔금을 치르거나, 어렵게 청약 당첨을 통해 받은 분양권을 팔아버려야 한다.

A씨는 "다자녀 가정이라고 정부가 뭐 큰 혜택을 주거나 도움을 주지도 않았으면서 청약 당첨마저 빼앗아가는가 하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받아서 투기한다고 막는 거 같은 데 저는 투기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다자녀 특공으로 얻은 생애 첫 내 집이 아닌 저희 가정의 집이고 이곳에서 막내아이 초·중·고 다 보낼 겁니다. 저와 같은 사람이 실수요자 아닙니까?"라고 호소했다.

시중 은행들은 지난 14일 금융당국이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지침을 바꾸자 불과 이틀 사이 실수요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일제히 풀었다. 그러나 실수요 전세자금대출 외 다른 가계대출 관련 규제까지 완화한 것은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하나은행은 이달 15일부터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전세자금을 대출하고 있는데, 당분간 이 방침을 바꾸지 않을 예정이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현재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 제한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사실상 줄이고 있지만, 이 규제 역시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MCI, MCG 가입을 제한하면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5000만원의 대출 한도 축소 효과가 나타난다.

실수요 전세자금대출에 집중한다는 명분으로 다른 가계대출을 더 조이는 은행도 있다. 하나은행은 신용대출과 주택,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관련 대출, 일부 비대면 대출(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을 연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은 금리 상승 등과 함께 4분기(10∼12월) 가계의 신용(빚)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대출 문턱을 높일 예정이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은행의 대출태도 지수(-12)는 3분기(-15)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음(-)의 값으로, 4분기에 대출 심사조건을 강화하거나 대출 한도를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을 조이겠다고 대답한 은행이 완화하겠다고 대답한 은행보다 여전히 더 많다는 뜻이다. 대출 주체별로는 가계 주택대출(-15)과 가계 일반대출(-32)이 모두 마이너스(-)였다.

부동산 업계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충분히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대출 보증도 해줘야한다고 조언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주택자들이 분양받아서 실입주하는 경우에는 중도금 대출뿐만 아니라 잔금 대출까지도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금융권의 가계부채 부실화를 핑계삼아 대출을 옥죄려고 하는데 부실 부분은 금융권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정부는 자격 요건은 안되지만 절박하게 대출을 받아야 하는 무주택자들에게 제삼자로써 보증을 해주는 방안까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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