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정면 돌파 나선 이주열..文 정부, '부동산 늪'서 구출될까

박상길 2021. 6. 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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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부동산 늪'에 빠진 문재인 정부를 구출하기 위해 본격적인 등판을 알렸다.

이 총재는 24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설명회에서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기준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더 분명하고 강하게 던진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특히 최근 자산시장으로 자금 쏠림이 뚜렷해지고 가계부채도 여전히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는데, 통화정책을 여기에 유의해서 조정할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앞서 지난 11일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 판단의 준거로 코로나 19 전개 상황, 경기회복의 강도와 지속성,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명시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 19는 여전히 불안하긴 하지만 백신 1차 접종 이상 국민의 30%에 육박해 정부가 공언한 11월 집단면역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경기는 폭발적 수출 증가 덕에 침체에서 벗어나 4%대 성장이 예고된다.

하지만 저금리 장기화에 편승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을 내 투자)'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하고 집값 버블은 위험 수위로 치닫는 등 금융 불균형은 가중되고 있다.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그 폭과 속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 안팎에서는 오는 10월 0.25%포인트 인상이 우선 단행되고 내년 1월 또는 2월에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 사이에선 금리 인상이 집값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 초까지 0.5%p(포인트) 인상으로 기준 금리가 1%가 된다면 주담대가 3% 초반이 될 것 같다"며 "아무래도 단기차익이나 투자목적의 거래가 감소하는 등 대출을 통한 주택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올백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현재 주택 관련 강력한 대출 규제가 적용되고 있고 주요 지역들은 대부분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어 사실상 대출이 안 되다 보니 예전처럼 금리 인상이 당장의 집값 안정화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대출 가능 규모는 줄고 관련 비용은 늘어나게 되니 취약차주 중심으로 리스크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주택 매입 수요자들은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타거나 대출 규모를 미리 줄이기 시작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거 덧붙였다.

박동규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금리 인상이 원론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런 원론적인 얘기 외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 폭등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서울 강남은 대출이 막힌 상황임에도 현금 부자들이 아파트를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출 금리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DSR을 일부 풀어준다지만 무주택자나 신혼부부에나 해당하는 얘기이고 사실상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게 얼마나 부동산 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주택 공급 대책도 전반적으로 정부가 발표한 것에서 상당히 어긋나 있다. 2·4 대책도 LH 사태와 4·7 재보궐선거 등으로 공급이 꼬이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 19의 향후 전개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불확실한 데 코로나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면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기본 전제 상황 자체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금리를 올리든 안 올리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세제 부분과 관련해서 시장을 또다시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끌고 가고 있다"며 "종부세나 양도세 정책도 여러 논란만 야기할 뿐 시장 안정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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