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시가 재검토 재산세 감면 추진.."보유세 부담이 문제"

조성신 2021. 4. 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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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서울시 '세율' 조정 여부 관심
여권 일부도 부동산 정책 손질 불가피
획기적인 보유세 감면은 사실상 불가능 의견도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왼쪽 넷째),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 셋째) 등 참석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부동산정책협의회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오세훈 서울 시장이 공개적으로 '공시가 동결'을 요구하면서 부동산 세금을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간 신경전이 예상된다. 여권에서도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산세 등 세 부담까지 가중된 상황에서 '세부담 완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정부와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지난 10일 서울시 차원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를 추진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지난 1년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며, 동결을 협의하겠다는 취지다. 공시가격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원희룡 제주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세훈 시장과 통화에서 공시가격 검증과 부동산 정책 바로잡기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며 지역 단체장의 동참을 호소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이날 "전국적인 조사로 확대돼 정부의 엉터리 공시가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공시가 산정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여당 지자체장도 공시가격 문제를 제기했다. 공시지가 인상이 지역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희 세종시장도 "70% 이상 폭등한 아파트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다만 오 시장 등 야권이 정부 소관사항인 공시가격과 보유세를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지방세인 재산세를 일부 조정하거나 공시가격 산정의 오류를 찾아내 정부를 압박할 수는 있겠지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산정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시가격 재산정 사실상 불가능

서울시와 정부간 대립은 시세의 90%를 공시가격의 중장기 목표로 두고 시행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지난해 아파트값 급등과 맞물리면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촉발됐다.

국토부의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발표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은 19.08%다. 서울은 19.91% 상승했다. 노원구는 34.66%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성북구 28.01%, 강동구 27.25% , 동대문구 26.81%, 도봉구 26.19%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아파트 공시가격이 6억 원을 넘어 재산세 특례세율을 적용받지 못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서울 시민들은 111만8000여 가구에 달한다.

국세청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6년 6만9000명이던 1주택 종부세 납부자 수는 2020년 29만1000명으로 4.2배 늘었다. 2017년 현 정부 출범 이후 연간 2만에서 7만명 씩 늘다가 지난해는 무려 10만여 명이나 증가했다. 종부세 대상자 중 1주택자 비율은 2016년 25.1%, 2017년 26.3%, 2018년 32.4%, 2019년 37.2% 등 매년 늘었다. 지난해는 이 비율이 43.6%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정부가 공시가 재산정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오 시장은 정부와 직접 협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10일 서울역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 현장을 점검한 이후 기자들에게 "급격한 공시가 인상은 세금 인상과 건강보험료 등 60여 가지 이상의 경제적 부담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서울시가 공시가를 조정할 권한은 없지만, 정부가 더 이상 급격한 속도로 올리지 않도록 협의는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공시가 조정은 힘들더라도 잘못된 공시가격 산정 사례를 자체 조사로 살펴본 다음 내년 동결을 위한 근거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정도 보유세 완화 등 부동산 정책 미세 조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방안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완화, 공시가 9억 원인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 종부세 인상률 유예 등이다.

다만 서울시 등 지자체장이 요구하는 공시가 재산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현재 70% 안팎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9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서민층 재산세 건강보험료 감면 의견도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 = 김재훈 기자]
국토부는 공시가격 인상으로 서민층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중저가 주택에 대해선 재산세나 건강보험료를 감면하는 쪽으로 당정이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재산세율 인하와 건강보험료 감면 조처를 시행했지만, 집값 상승 여파로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감면 대상을 공시가격 9억원 수준으로 높이고 9억원 초과 1주택 보유자의 재산세에 대해서도 장기보유 또는 고령자 세액 감면을 적용해주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국토위 관계자는 "큰 틀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이어가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1주택자 대상으로 한 세금 경감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선거에서 패했다고 즉각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오히려 큰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우선 지도부가 공백 상황이라 지도부가 만들어지면 세부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종부세 기준 완화도 나온다. 현재 공시가 9억원을 초과할 시 고가주택으로 정의,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다. 이 기준은 2010년 이후 12년 동안 그대로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약 20%) 등을 감안할 때 약 12억원까지는 올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공시가격 기준이 현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중산층들까지 종부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종부세의 당초 취지를 고려할 때 종부세 기준을 높여 1주택자들도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이미 야권에서는 지난해 종부세 기준을 공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다주택자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법안을 발의했다.

재산세 감면 기준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정부는 공시가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한 세율은 0.05% 포인트 인하했지만, 서울 아파트 168만 가구 중 공시가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약 55%인 93만 가구(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불과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세종시의 공시가격이 올해 70% 넘게 오르는 등 공시가격에 따른 과세부담이 커진 것은 뚜렷하다"며 "서울시와 국토부는 그동안 형평성 논란을 불러왔던 공시가격을 중장기적으로 시세 90%로 맞추는 방안과 그에 따른 투명성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세금부담 문제는 재정당국과 세율조정을 통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전날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산정 보고서 검수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오는 26일까지 검수작업을 마치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가 28일까지 심의한 후 29일에 올해 공동주택가격을 결정·공시한다. 이후 국토부는 다음 달 28일까지 또다시 열람 및 이의신청을 받은 후 오는 6월 25일에 최종 공시를 한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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