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급등에 1주택자도 다주택자도 '고민'.. "매물 쏟아지진 않을듯"
2년 전 경기도 대출을 얻어 과천 소재 아파트를 부부 공동명의로 산 30대 김모씨. 작년까지만해도 내지 않았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올해는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근심이 커졌다. 아파트 공시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부세, 건강 보험료 등 각종 세금의 기준이 된다. A씨는 "각종 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커지면서 씀씀이를 줄여도 빚이 줄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19.08%나 오르면서,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물론 수도권에 사는 1주택 보유자의 세(稅)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6월 과세기준일을 앞두고 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처분할 지도 주목된다.
◇ 상당수 1주택자는 증세 못피한다
15일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2021년 공시가격 인상안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은 19.91%에 달한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에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강서구, 은평구, 종로구를 제외한 나머지 19개구는 평균 이상으로 공시가격이 올랐다.
가장 많이 오른 자치구는 노원구(34.66%)였다. 그 뒤를 동대문구(26.81%)와 도봉구(26.19%)가 따랐다.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평가돼왔던 지역 내 아파트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정부는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6억원 미만 주택 보유자의 세율을 낮춰줬지만, 상당수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커지게 됐다. 서울에서는 17만 7000가구 이상의 주택이 재산세 감면 혜택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선 재산세 특례세율이 적용되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이 작년 200만2090가구였는데 올해는 182만4674호로 8.86% 감소한다. 6억원 이하 주택 비중은 79.1%에서 70.6%로 8.5%포인트 낮아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84㎡)’를 한 채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합)는 1년 전보다 171만6000원 더 늘어 533만6000원이 된다. 작년 종부세는 51만7000만원이었는데, 올해 종부세는 141만9000원으로 불어난다. 정부가 제시한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1억9000만원 오른 12억7000만원으로,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가 이뤄지면서 세금이 줄줄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세종의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무려 70.68%에 달한다. 이에 1주택자도 세금 부담이 대폭 커졌다. 지은지 11년차가 된 세종시 한솔동 ‘세종첫마을3단지 퍼스트프라임’ 아파트 전용면적 102㎡의 공시가격은 작년 4억1000만원에서 올해 7억2000만원으로 오른다. 이곳에 사는 1주택자의 보유세도 작년 59만4000원에서 올해 77만3000원으로 늘어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으로 재산세 감면 가구, ▲공시가격 6억~9억원 주택으로 재산세는 부담하고 종부세는 피한 가구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종부세 대상 가구 등 세 구간의 온도차가 각각 다를 것"이라면서 "올해 전국 공시가격 평균 변동폭이 굉장히 큰 것으로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도 커졌다"고 말했다.
◇ 다주택자 부담 크다…서울 강북·강남 아파트 2채 있으면 보유세 3991만원
다주택자의 경우 세 부담이 더 커진다.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 여파다. 정부는 3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소유자에게 적용하는 종합부동산세율을 기존 0.6~3.2%에서 1.2~6.0%로 올렸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푸르지오1차(전용 84㎡) 한 채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76㎡)를 보유하고 있는 2주택자의 보유세는 작년 1627만6000원에서 올해 3991만1000원으로 불어난다. 이 중 종부세는 1133만3000원에서 3382만4000원으로 늘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76㎡)와 도곡렉슬(114㎡), 서초아크로리버파크(84㎡)
등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3곳의 공시가격 총액이 61억4000만원에서 68억원으로 10.7%만 오르지만, 종부세는 8344만여원에서 2억2782만여원으로 오른다. 전체 보유세는 전년보다 1억4873만여원이 올라 2억5071만여원이 된다.
◇ 세금 부담에 매물 나올까…"4월 말까지 매물 나오겠지만 많진 않을 것"
종부세 과세기준일은 매년 6월1일(재산세와 동일)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종부세를 부담스러워하는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는 경우가 늘고, 주택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금 때문에 매물이 쏟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뚜렷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가진 집 정도가 5월 말까지 나올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지원센터 부장은 "지난해까지 자녀에게 증여하고 매도하는 등의 자산정리를 많이들 했다"면서 "일부 대응을 못한 이들이 6월 전에 주택 매도를 결심할 순 있겠지만, 시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안 부장은 "최근 전세가격 상승세가 둔해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진 않을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면서 "여기에 보유세 부담이 커졌다는 시각까지 더해지면 집값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부담감을 가중시킬 순 있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세금 때문에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 "5월 말까지 잔금을 치뤄야 하니까 지금부터 4월 말까지 한달 간 일부 매물이 나오는 정도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 위원은 앞으로 은퇴 노년층은 고가 아파트를 월세 주고 저가 아파트 전세에 사는 ‘소유와 거주 분리’ 사례가 늘어나고, 월세 트렌드 가속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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