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위층 전셋값 18억, 아래층 12억.. 임대차법이 이렇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5㎡(이하 전용면적) 6층 전세 매물이 지난 6일 18억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바로 전날 같은 면적 4층 전셋집이 12억750만원에 거래됐다. 동(棟)과 층별 시세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6억원 가까운 격차는 이례적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바뀐 임대차법에 따라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임대료를 최대 5%밖에 못 올리기 때문에 신규 계약과 가격 차이가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후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신규 전세계약과 재계약 간 가격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임대료 인상폭을 강제하면서 기존 세입자는 당장 전셋값 급등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새롭게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의 부담은 가중되는 것이다.
◇같은 단지인데 전셋값 두 배 차이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 전세 거래는 총 6건 이뤄졌는데 이 중 최고가는 10억원이었다. 하지만 이 거래를 제외한 나머지 5건의 거래 가격은 4억2000만~5억1450만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의 전셋값이 배(倍) 넘게 차이 나는 것이다. 5억원 전후 전세 거래는 모두 재계약으로 추정된다. 현재 주변 공인중개업소에 등록된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의 호가(呼價)는 9억~10억원대다.
이 같은 ‘이중 가격’은 서울 강북과 외곽 지역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강서구 가양동 ‘가양6단지’ 58㎡는 이달 10일 4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나흘 후 같은 면적이 2억3100만원에 거래됐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59㎡도 이달 들어 체결된 두 건의 전세 거래 가격이 각각 5억4500만원과 7억8000만원으로 3억원 넘게 차이 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여당이 강행한 주택임대차법 개정이 전세 시장을 왜곡한 것”이라며 “당장은 시세보다 싸게 재계약을 맺은 세입자도 전세 인상률 5% 상한이 없어지는 2년 뒤엔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자기가 살던 지역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재계약 늘었다”며 긍정 효과만 부각
신규 계약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며 신혼부부 등 새롭게 전세를 구하는 임차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임대차법 개정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키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서울 전셋집의 전·월세 갱신율이 73.3%라는 통계를 인용해 “임대차 3법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작년 11월 전세대책을 발표하면서 계약 갱신율이 높아졌다는 통계를 인용해 ‘임대차법의 성과’라고 말했다가 “전셋값 급등으로 고통받는 세입자들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임대차법이 개정된 지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 지금은 재계약과 신규 가격 사이에 양극화가 나타나지만 재계약된 매물도 만기가 되면 결국에는 비싼 가격으로 수렴할 것”이라며 “결국 임차인 모두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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