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높이고 거래세 낮춘다'면서요..입 싹 씻은 정부 속사정

이종선,신재희 2020. 12. 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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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크게 보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문 대통령은 물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줄곧 "장기적으로는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 "양도세와 보유세를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액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같이 밟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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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최고 수준의 거래세

“부동산 투자 기대수익 낮추려면 강화 불가피”
변창흠 후보자도 “불로소득 환수, 양도세 실효성 제고”
양도세 강화로 다주택자 버티기·증여 우회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크게 보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세법상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거래세’는 양도소득세(양도세)와 취득세 등을 일컫는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들어 내놓은 조치는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무색하게 할 정도다. 정부는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을 6.0%로 올린 것은 물론 양도세 중과와 취득세까지 인상 계획을 밝혔다.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과거 학자 시절 양도세를 불로소득 환수 수단으로 규정한 바 있어 취임하게 되면 양도세 강화 기조는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 정책이 보유세 강화의 정책 효과를 오히려 반감시키고 매물 잠김과 부의 대물림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일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양도세를 포함한 거래세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더는 부동산 가격 급등 우려가 없고 활발한 거래가 필요한 시점이 되면 재고해볼 수 있겠지만, 당장은 정책 기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상황과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서는 당분간 양도세 등 거래세 인하를 추진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양도세 등 거래세 비중이 지방세수에서 크기 때문에 거래세를 낮춘다고 하면 지방자치단체들 반발도 상당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거래세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거래세 비중은 1.5% 안팎으로, 벨기에(1.14%) 이탈리아(1.05%) 등보다 높았다. OECD도 이처럼 거래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과세구조를 ‘낮은 거래세, 높은 보유세’ 구조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런 영향으로 문 대통령은 물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줄곧 “장기적으로는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 “양도세와 보유세를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액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같이 밟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의 부동산 세제는 이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토부 수장으로 구원 등판을 앞둔 변 후보자는 과거 학회지 기고문에서 “양도세는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해 부과하는 것”이라며 “양도세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기조 탓에 주택 공급 물량이 늘지 않아 주택시장 불안이 더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높이면 다주택자가 시장에 물건을 내놓으면서 주택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양도세 부담 탓에 상당한 다주택자가 증여로 돌아서거나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11만9249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양도세 강화는 시장의 매물 순환을 막아 단기적인 공급을 더욱 위축시킨다. 공급 확대를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양도세 감면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신재희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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