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세난에 풍선효과까지..정부 시장 판단은 '오락가락'

전성필 2020. 10. 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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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 10월 4주차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 발표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이 10주 연속 0.01%를 기록하며 횡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은 전주보다 커졌다. 서울 외 지역으로 시장 과열세가 옮겨가는 풍선효과 징후가 더 짙어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 폭이 더 커지면서 7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도 전주 대비 더 커졌다. 전셋값 고공행진이 서울 및 수도권에서 전국적인 현상으로 퍼지는 상황이다.

아파트 매매 열기 서울에서 지방으로 옮겨가나

한국감정원은 29일 10월 4주 차(지난 2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발표했다.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3% 상승하며 전주(0.12%)보다 0.01%포인트 커졌다.

지방의 경우 0.15% 오르며 전주(0.14%)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5대 광역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0.21%) 대비 0.24% 상승하며 상승 폭이 커졌다.

시·도별로는 부산(0.30%), 울산(0.27%), 대구(0.26%), 대전(0.24%), 세종(0.24%), 충남(0.17%), 경기(0.16%), 강원(0.14%), 인천(0.12%) 등이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표 지역 176개 시·군·구 중 지난주 대비 상승 지역은 136개에서 144개로 늘었다.

부산은 해운대구에서만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66% 올랐다. 한국감정원은 “해운대구는 우·좌·재송동 등 입지여건이 우수한 지역 위주로, 수영구(0.66%)는 망미·광안동 등 준신축과 수영동 재건축 단지 위주로 가격이 올랐다”며 “연제구(0.63%)는 거제·연산동 신축 위주로, 동래구(0.49%)는 개발사업 기대감 있는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의 경우 남구(0.51%)와 중구(0.32%) 등에서 신규 공급 부족, 학군 등의 영향에 따라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부산과 울산 등은 대표적인 비규제 지역이다. 대출 및 세제 관련 규제 문턱이 규제 지역에 비해 낮아 집값 급등세가 최근 나타나고 있다. 규제 지역의 시장 열기가 비규제 지역으로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몇 안 되는 비규제 지역인 김포도 전주보다 매매가격이 0.58% 급등했다. 한국감정원은 “교통개선 기대감(GTX-D) 영향 등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0주 연속 0.01%를 기록했다. 서울은 정부가 7·10 대책을 발표한 이후 규제 강화로 인해 매수세가 둔화해 상승 폭이 횡보하고 있다.

지난주 가격 변동이 없었던 강남구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격이 한 주 만에 다시 소폭 하락세(-0.01%)로 돌아섰다. 중랑구의 경우 묵동 대단지와 신내동 구축 위주로 가격이 올라 전주 대비 0.03% 상승 폭을 보였다. 이외에 관악구(0.03%)와 강북구(0.02%), 금천구(0.02%) 등도 상승세를 그렸다.

전셋값은 연일 고공행진…깊어지는 전세난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하던 전세난은 전국적인 현상이 됐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0% 상승하며 7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주의 상승 폭(0.08%)보다도 0.02%포인트 확대됐다.

강남 지역은 전체적으로 매물 부족이 깊어지고 있다. 송파구(0.19%)는 잠실동 대단지 위주로, 강남구(0.18%)는 교육환경이 양호한 대치동 및 개포·압구정동 구축 위주로 전셋값이 올랐다. 서초구(0.16%)는 서초·잠원동 등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 강동구(0.16%)는 명일·암사동 역세권 위주로 가격이 올랐다.

강북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성북구(0.11%)와 노원구(0.10%), 마포구(0.10%), 용산구(0.09%) 등도 전셋값이 올랐다.

인천과 경기 전셋값도 각각 전주 대비 0.48%, 0.24%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은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시중 유동성이 확대됐다”며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청약 대기수요 등으로 매물 부족 현상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22%로 전주(0.21%) 대비 0.01%포인트 커졌다. 지방의 전셋값도 0.21% 오르며 전주와 비슷하게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세종(1.24%), 울산(0.51%), 인천(0.48%), 대전(0.27%), 충남(0.27%), 충북(0.26%), 부산(0.25%), 경기(0.24%), 강원(0.22%) 등에서 전셋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전세난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까지 “전세 안정화” 강조했지만, 정부 대책은 ‘묘연’

정부는 전세대란을 해결할 추가 대책을 마련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임대차 3법 조기 정착 등을 통해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며 전세난에 분노한 민심을 다독였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서 진행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전세 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며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전세 시장을 안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임대주택 공급 등을 핵심으로 한 전세 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을 중심으로 나왔다. 문재인정부 들어 24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추가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전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세 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고민할 예정”이라며 원칙론만 밝혔다.

정부가 전세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난이 단순히 임대차보호법 등의 정부 규제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또 월세와 매매 시장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하므로 신중론을 택했다는 관측도 있다.

홍 부총리의 ‘말 바꾸기’…시장 혼란만 키워

문제는 정부의 전세 시장에 관한 판단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전세난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지, 어떤 이유로 전세난이 나타났는지, 전세난으로 실질적인 국민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지 등을 명확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날마다 새로운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부가 오히려 전세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홍 부총리는 지난 21일 열린 당정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만 하더라도 “전세 시장은 가격은 오르고 대상 물량은 줄어드는 가운데 실거래 통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수요자 및 서민 보호를 위한 전세 시장 안정화 노력에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말했었다. 최근 전세난의 심각성을 일부 인정하고 추가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곧바로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22일 열린 기재위 국감에서 “과거 10년 동안의 전세 대책을 다 검토해봤다. 뾰족한 단기 대책이 별로 없다”며 “단기적으로 전세 시장이 어렵다 보니 정부가 할 수 있는 여러 대응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난 28일 홍 부총리는 최근 전세대란이 가을 이사철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일 뿐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도 아니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현재 전세 시장은 임대차 3법 등 새로운 제도가 정착돼 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다양한 정책 외 요인도 시장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 등 정책 요인과 가을 이사철이라는 계절 요인, 코로나19로 연기됐던 신규 입주 수요 등의 불안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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