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 "전문가 무시한 부동산정책 남발..文정부는 아마추어"

임온유 2020. 9. 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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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인터뷰
임대차2법 도입한 지 한달 "시장안정 착시, 계약갱신 끝나면 가격 급등"
"세금으로 집값 잡겠다는 발상, '집 금수저'만 확산"
"부동산거래분석원, 정책실패 자인한 꼴"
"후분양제 확대로 실수요자 흡수해야"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이 2일 경기 고양 다시작도시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고양=강진형 기자aymsdream@

[대담=아시아경제 정두환 건설부동산부장, 정리=임온유 기자] "지금 30대들은 노동의 미래도, 길어진 노후도 불안한 세대다. 저성장ㆍ저금리 시대라 재산을 모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이런 상황이 겹쳐 30대가 '영끌' 매수에 나서는 것인데 이들을 단순히 투기세력으로 평가하는 건 아마추어다. 정부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20대 국회 당시 '김현미(국토교통부장관)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부동산 정책을 놓고 장내는 물론 장외에서도 빈번하게 설전을 벌이며 김 장관의 정책을 비판해오던 탓이다.

김 위원은 최근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최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온 나라가 집값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 자체가 문제죠. 그런데 정부 정책을 보고 있으려니 화가 나서 말을 하게 되네요." 그는 지난 3년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근본적 이유로 '전문성 부재'를 지목했다. 김 위원은 "정치는 정치 전문가가, 정책은 정책 전문가가 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는 전문가의 영역이 사라졌다"며 "정치인이 전문가를 무시하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인 출신인 김 장관을 직접 지목한 것이다.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이 2일 경기 고양 다시작도시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고양=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는 7일 경기도 일산 신도시에 있는 김 위원의 사무실을 찾아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과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전ㆍ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 시장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이 제도들이 임대차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전셋값 급등, 매물 실종 등 시장의 문제를 다음 대선 때까지 덮어두기 위한 정치일 뿐이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안정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착시에 불과하다. 계약갱신이 끝난 뒤에는 전ㆍ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최근 '월세 전환이 나쁜 현상은 아니다'라고 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서울 수도권에서 월세 한번 살아보라'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월세 전환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단순히 주택시장만 봐서는 안 된다.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바뀌면 가뜩이나 불안한 노동시장과 어우러져 부정적 파급효과가 커진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전세는 주거 안정의 완충 역할을 했다. 직장에서 쫓겨나도 최소한 전세기간 만료 때까지는 추가 주거비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세는 다르다. 당장 소득이 끊기면 실직하는 순간 거주 불안과 직면하게 된다.

-최근 일부 정부 인사가 30대의 '패닉 바잉'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다.

▲어이없는 생각이다. 집값이 더 오르길 기대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더 오를까 무서워서 사는 것이다.

-7ㆍ10 부동산대책으로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강화가 정점에 달했다. 강화된 조세로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는가.

▲조세 정책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 자체가 아마추어적이다. 상당수의 다주택자가 집을 팔기보다는 증여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세금 회피를 한 증여로 '집 금수저'만 늘어날 뿐이다. 오히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강화가 국가 재정 상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재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세원을 발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맹목적 조세 정책은 국민적 저항을 부를 수도 있다. 다주택자는 물론 실수요자의 조세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보유세의 경우 실효세율이 너무 낮아 어느 정도 세율 인상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찮은데.

▲보유세만 보면 실효세율이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주요국 사례에서 유리한 사례만 인용한 결과다. 보유세 실효세율이 높은 주요국은 대부분 거래세는 없다. 그런데 정부는 보유세와 거래세를 한꺼번에 올렸다. 여기에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거래가액비율 인상으로 세율을 높이지 않아도 세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주택자는 물론 은퇴 후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이 2일 경기 고양 다시작도시연구소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고양=강진형 기자aymsdream@

-8ㆍ4 대책을 통해 공급을 확대한 것은 나름 긍정적인 정책 변화라는 평가도 있다.

▲솔직히 실망스러운 정책이다. 시대가 변했는데 여전히 정부의 공급 대안은 과거와 같은 방식의 고밀도 신도시 개발에 머물고 있다. 도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집이 주거 공간이자 중요한 업무 공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신도시 개발 방안을 보면 1기신도시 때 그대로다. 집 짓고 상가 짓고…. 더욱이 3기신도시는 빨라야 7년 후에나 완성된다. 최소한 10년 후 주거 문화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지어야 하지 않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밑그림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불로소득을 허용하지 않겠다면서도 유독 건드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 분양가상한제다. 로또 청약 논란도 만만찮다. 집값 안정이 이유인데 효과가 있다고 보나.

▲당장 값싼 아파트가 공급되면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 억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주거 품질 악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다. 공급자는 선하지 않다. 상한제로 떨어진 가격만큼 질 낮은 상품을 내놓을 것이다. 이를 복구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주거의 품질 확보와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 바로 후분양제 확대다. 완성된 상품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후분양 단지는 입주 시점에 도로망 등도 동시에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선분양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인프라 부족 문제에 대한 고민도 없어진다.

-잇따른 정책 실패 논란에도 정부는 규제의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시장 감독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 설립 방침도 확정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부동산거래분석원은 사실상 정책 실패를 고백한 셈이다. 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펼쳐도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기구 설치로 정책 실패를 만회하려 하고 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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