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잡는 악법" 친문 맘카페도 웅성거렸다

이해인 기자 2020. 8. 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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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R아파트에 2년째 전세로 사는 30대 A씨 부부는 지난달 30일 집주인에게 ‘각서’를 쓰고 계약을 2년 연장했다. 전셋값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적용받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각서를 제안한 건 세입자인 A씨 쪽이었다. 새로운 임대차법이 시행된다는 말에 집주인이 전세를 안 놓겠다고 하자 A씨가 먼저 이 같은 안(案)을 내밀었다. 2년 전 7억8000만원에 들어온 A씨는 주변 시세에 맞춰 8억 6000만원으로 전셋값을 올려주는 데 동의하면서 ‘새로운 법이 통과되더라도 5% 초과분에 대해 돌려달라고 하지 않겠다’고 쓰고 서명했다. A씨 측은 “시장 가격에 맞춰 전셋값을 올려주고 계속 사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지금 나가서 새로운 집을 구하려 해도 매물이 없어서 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거래를 도운 공인중개사(54)는 “(정부의 임대차법 개정안이) 진짜 임차인 보호하는 법 맞느냐”며 “전세금만 바짝 올려놓고 결국 2년마다 옮겨다녀야 하는 전세 난민만 양산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R 아파트 전경. /김연정 객원기자

전·월세 세입자 거주를 4년간 보장하고,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자 세입자들도 ‘시장 논리 무시한 악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전셋값 인상률을 5%로 제한해버리자 집주인들이 아예 전세를 안 놓겠다고 돌아섰기 때문이다. 매물이 바짝 줄어든 데다 신규 전셋값은 대폭 오르자 서민들은 ‘누구를 위한 법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A씨가 거주하는 R아파트의 경우 8억 5000만원 선에 거래되는 전용 84㎡(34평) 전세가 10억원에 나왔다.

세입자들은 “시장 가격만큼 올려주고 2년 연장하면 그만인데, 전셋값을 4년간 동결하게 된 집주인이 아예 집을 빼라고 하는 통에 갈 곳이 없다”고 토로한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직장인 박모(33)씨도 집주인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해 2년 만에 전세를 빼게 됐다. 박씨는 “시세에 맞춰 5000만원 정도 더 얹어줄 생각이었는데 아예 나가라고 하니 답답하다”며 “새로운 집을 알아봤지만, 임대차법 시행 이후 주변 시세가 오를 대로 올라버려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맘카페 등 친문 커뮤니티에서조차 “이번 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패”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 캡처

네이버 맘카페 ‘맘스홀릭’엔 지난 1일 ‘임대차3법 등으로 전세가 계속 오른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앞으로 무조건 갱신할 때마다 5%는 인상될 것’ ‘정부가 집값 잡으려 내놓은 온갖 대책이 결국은 세금 올리는 것’ ‘부동산 정책은 실패’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누구를 위한 서민정책인지 화가 난다’는 댓글이 달렸다.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 캡처

또 다른 맘카페 ‘레몬테라스’에는 ‘당장엔 5% 올려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과연 득일지 모르겠다’ ‘나라에서 집을 많이 지어 공급을 많이 하면 될텐데’ ‘자기들이 못하는 걸 국민보고 감당하라니. 이건 아닌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행복**는 “앞으로 2~4년 후 (주택시장이) 무섭게 월세화 되어 결국 모두가 월세 사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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