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물건 제로' 단지 속출

이선희,정지성 2020. 7. 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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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3법·실거주 규제 임박
서울 전셋값 55주 연속 상승
수원 1350가구 단지에 전세매물 '0'..세입자 발동동

◆ 부동산 공급대책 엇박자 ◆

"지난주에 전세 하나 남은 거 세입자가 와보지도 않고 계약했어요. 전화번호 주시면 매물 나올 때 연락드릴게요." 16일 주부 김 모씨(34)는 공인중개업소 실장의 말에 깜짝 놀랐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씨는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준다고 해서 친정이 있는 경기도 수원으로 이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전세 매물이 여럿 있어서 여유 있게 이사할 집을 찾았는데 그 매물이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김씨가 알아본 수원 인계동 래미안노블클래스는 1·2단지를 합해 총 1351가구 대단지인데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었다. 공인중개업소 실장은 "정부가 연이어 대책을 발표한 뒤 정말 전세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을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적용할 것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전세시장에는 말 그대로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는 '매물 제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채우기 위해 실거주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가뜩이나 전세 수급이 불안한데, 임대료 인상 제한을 소급 적용한다는 얘기 등이 흘러나오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 실수요자는 "2000가구, 3000가구 규모 대단지에서도 매물이 없어서 전셋집을 찾으러 다니는 상황이라니 어이가 없다"며 "앞으로 모두 월세 내고 살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도 '전세 제로'는 진행 중이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암사플라이어팰리스도 전세 씨가 말랐다. 총 22개동 1622가구 규모 아파트인데 전세 매물이 없다가 16일이 돼서야 호가를 2억원가량 높인 매물 2건이 나왔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급과 수요 법칙이 있는데 공급이 없으니 부르는 게 값"이라면서 "준공 13년 차인 이 아파트가 이 난리인데 신축은 오죽하겠냐"고 지적했다.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앱 '아실'에 따르면 전세 물량을 한 달 전과 비교해보니 서울은 은평구 26%, 광진구 25%, 중랑구 23% 등 전체 25개구 중 18개구가 일제히 급감했다. 경기도 과천·광명·하남·의왕·남양주·용인·성남·수원·군포 등도 전세 매물이 모두 감소했다.

학군이 좋은 편이고 실수요자가 많은 동네일수록 전세가 부족해지고 있다. 수원 영통의 2140가구 규모 수원 힐스테이트는 전 가구 통틀어 현재(16일 기준) 나와 있는 전세가 달랑 1건이다. 16일 전용 84㎡가 5억7000만원에 나왔는데 지난달까지도 같은 평형이 5억원에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임대차 3법) 뉴스를 보시라"며 "전세 매물이 없었는데 그나마 오늘 하나 나왔다"고 했다. 수원 망포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데도 이 일대에서 전세 찾기는 '전쟁'이다. 489가구 규모 망포마을현대는 아예 전세가 없고, 531가구 망포역 마을쌍용과 816가구 동수원자이2차는 전세 매물이 각각 1건이다.

전세 물량이 줄면서 호가는 뛰다 보니 전셋값은 급등하고 있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 서울 전셋값은 7·10 대책 이후 더욱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7월 13일 기준)은 0.13%를 기록하며 55주 연속 상승 기류를 이어갔다.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 5월 말까지 0.02~0.03%로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6·17 규제 발표 이후 급등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누적 1.41% 수준으로 매매가 상승률(0.18%)에 비해 8배 이상 높다. 부동산 규제가 나올 때마다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고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세 수요(청약 대기수요)가 늘면서 전세 매물은 말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전·월세 상한제 등을 담은 임대차3법이 시행되기 전에 미리 보증금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9% 오르면서 지난주(0.11%)에 비해 상승 폭이 미미하게 꺾였다.

[이선희 기자 /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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