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겠다" 집주인이 나가라면 무용지물 '임대차3법'

권화순 기자 2020. 7. 1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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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송파구 일대의 아파트 모습.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전월세 세입자 보호를 위해 이르면 다음 달 시행 예정인 '임대차보호 3법' 곳곳이 '구멍'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기존 계약에도 소급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갱신까지 3개월 남았는데 임대료를 40% 올려 미리 전세계약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내가 거주하겠다"며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면 '임대차3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갖가지 예외 사유로 세입자를 바꾼 뒤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는 것도 가능해 이 같은 '구멍'을 막지 않으면 도리어 '전세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기존계약 소급적용'에 계약만료 3개월 전 보증금 40% 올린 집주인
13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3법'은 임대기간을 최소 4년 보장(최장 무기한)하고 갱신시 임대료 증액을 직전 대비 5% 이상(혹은 물가상승률 이상) 못 올리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수도권 인구 절반(50.1%)이 세 들어 사는 세입자인 만큼 이 법이 통과하면 전월세 시장 판도가 바뀐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10일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자리에서 법 시행 전 시장 불안을 지적하며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때처럼 임대차3법도 기존 계약에도 소급해 일괄적용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신규계약만 임대의무, 증액의무가 주어진다면 기존 계약 갱신 시 집 주인이 임대료를 한꺼번에 대폭 올릴 수 있어서다.

이같은 소급적용 방침은 또 다른 '폭탄'이 되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갱신 계약을 서두르는 집 주인이 늘고 있어서다. 실제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에 거주 중인 세입자 A씨는 "전세계약 만료 3개월이나 남았는데 집주인이 갱신계약을 요구해 왔다"며 "지금 보증금이 5억원인데 7억원으로 40%를 올려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되면 2500만원 이상 못 올린다. 이보다 8배 많은 2억원 증액을 요구한 것이다. 기존에 저렴하게 임대했던 집주인이라면 앞으로 임대료를 대폭 올리는 길이 막히는 만큼 서둘러 '재산권 행사'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법안 통과가 지체될 수록 이 같은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은 심회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가 살겠다" 집주인이 나가라면 무용지물 임대차3법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집주인이 "내가 살겠다"고 계약 갱신을 거절하면 '임대차3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집주인이 실거주해야 할 객관적인 사유가 있거나 재건축·철거·일부 멸실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집주인의 의무가 없어진다.

물론 집주인이 거주 목적으로 세입자를 내보내는 것은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계약 갱신을 하고 싶지 않거나 임대료를 더 증액하고 싶은 집주인이 예외사유를 '악용'할 소지도 없지 않다. 일각에선 "전세금을 돌려 줄 만큼 현금 여유가 있는 집주인은 본인 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지만 여력이 없는 집주인은 임대료를 내내 5% 이상 못 올려 '집주인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세 세입자가 내몰리는 '세입자간 양극화'도 우려된다. 저렴한 보증금에 월세를 사는 원룸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수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어서다. 반면 강남의 7억원~10억원짜리 고가 전세는 전세금이 비싸기 때문에 집주인이 세입자를 마음대로 내보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입자 바꿀 때마다 전세값 '폭등'할텐데..연착륙 방안은
이같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세입자가 바뀔 때는 임대료 증액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임대차3법 개정안들은 임대의무기간 동안은 전셋값을 5% 이상 못 올리도록 했으나 신규 세입자와 계약을 하는 시점의 전셋값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에 대해선 특별한 조항이 없다.

정부가 임대차 3법 개정을 이유로 사실상 폐기 수준을 밟고 있는 임대사업자제도에선 세입자가 바뀌더라도 임대료를 5% 이상 올릴 수 없다. 김현미 장관은 임대차3법이 통과되면 “세입자보호 취지가 해결돼 임대사업자제도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이 같은 차이점을 막을 대안이 필요하다.

갖가지 ‘구멍’을 막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차3법을 시행하면 법 취지와 달리 ‘전세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989년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대의무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됐을 때도 그해 전셋값이 23% 폭등했다. 법안이 발의된 만큼 법안 처리에는 속도를 내더라도 시장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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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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