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엔 전세대출 문의 쇄도.."갭투자 막으려 이사 자유까지 막나"

한상헌 2020. 7. 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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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규제 첫날 분위기

◆ 7·10 부동산대책 ◆

10일 인천 검단에 있는 한 시중은행을 찾은 20대 신혼부부는 대출 상담을 하며 한숨만 쉬었다. 그들은 "인천 전셋집에 살다가 서울 아파트를 사서 이사할 계획인데 기존 전세대출 만기 연장이 안 된다고 해서 집을 옮겨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갭투자를 막는 건 좋은데 이주의 자유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다.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가 본격 시행된 이날 대출 상담을 위해 은행을 찾은 사람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전세대출 규제 핵심은 투기나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사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직장 이동 등 실수요 예외 조항이 있지만 구입 아파트나 전세주택 모두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요건을 충족하기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만난 신혼부부 역시 이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서울 아파트를 사려는 계획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 등 다른 지역 은행 창구에도 전화 문의는 이어졌다. 특히 전세대출 회수와 관련된 문의가 많았다. 서울 시내 은행 지점장은 "웬만한 수도권 집값이 모두 3억원을 넘는데 집을 산다고 전세대출을 즉시 회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데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았다. 인천 검단 시중은행에서 만난 김 모씨(42)는 "내 집을 마련하려는데 6·17 부동산 대책으로 은행 대출이 줄었다고 했다가 최근엔 다시 (대출이) 나온다고 오락가락해서 한 달 만에 다시 은행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 같은 실수요자들에겐 부동산 규제가 상관없다고 곧이곧대로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당초 이 지역에 아파트를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해 자금 계획을 짰다가 6·17 대책으로 이 비율이 40%까지 낮아지면서 추가 대출을 위해 그동안 동분서주했다고 한다. 그나마 정부가 뒤늦게 김씨와 같은 실수요자 중도금·잔금대출에 대해 기존 LTV(70%)를 적용해주기로 했다는 은행 직원 설명을 듣고서야 다소 표정이 풀렸다.

이날 이 은행 대출 창구에는 김씨처럼 당초 자금 계획보다 은행에서 대출이 적게 나온다는 소식에 크게 당황해 은행을 찾은 고객이 많았다. 이 은행 관계자는 "잔금대출 관련 문의가 계속 많은 편"이라며 "대출 축소에 따라 6억원 이하 집에 대한 대출 수요는 '보금자리론'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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