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이 터지는 말잔치' 부동산 대책에 국민들만 골탕

김민기 2020. 7. 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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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에 내집마련 꿈 더 멀어져 
'임대차 3법' 소급적용 논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개최, 최근 부동산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파이낸셜뉴스]정부의 일관성 없는 부동산 정책에 정치권과 청와대까지 나서면서 국민들의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임대사업자의 세제혜택 폐지를 소급 적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잔금 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보완책을 내놓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 국민들의 조바심은 커지고 있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지금의 규제책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북한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때려잡아야한다는 폭언도 나와 국민들만 중간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오는 10일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위치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전세대출이 제한되는 6·17 부동산 대책이 전면 시행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6·17대책으로 실수요자 피해 우려가 제기되는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에 대한 보완조치는 이르면 이번주 발표키로 했다.

정부 규제에 내집마련 꿈 더 멀어져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서민들은 이러한 정부의 조치에 불만이 크다. 수도권에 전세를 살다가 서울로 이사하기 위해 미리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둔 후 자금의 여력이 생기면 이사를 하려던 실수요자들은 낭패를 입게됐다. 자금 여력이 없는 실수요자들이 전세대출을 이용해 집을 사거나 상급지로 갈아타려던 사람들은 정부 정책으로 인해 주거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였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이 ‘갭투자'로 활용되는 것을 원천봉쇄해야 집값을 막을 수 있다며 이러한 고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6·17 대책 이후 수도권 내 대부분 지역이 규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돈줄이 틀어 막힌 서민들은 집을 팔아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동안 9억원 이하 주택의 잔금대출 LTV는 비규제지역에선 70%였다. 하지만 정부가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으로 묶으면서 각각 50%와 40%로 낮아졌다. 잔금대출은 KB시세를 기준 나오기 때문에 입주시에는 분양가 대비 시세가 1~2억원 정도 오를 것을 대비해 수요자들이 자금 계획을 세워놓는다.

인천 검단 등 비규제지역에서 대책 이전 아파트를 분양받았거나 분양권을 산 사람들 역시 입주 시 잔금대출을 받을 때를 고려해 넉넉하게 자금 계획을 세워놨는데 정부가 갑자기 규제를 하면서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졌다. 서울과 달리 수도권 지역은 자금이 부족한 30~40대 실수요자 많아 갑작스런 정부 규제로 입주 자체가 불가능해질 상황에 놓였다.

반발이 크자 금융위가 잔금대출의 경우에는 종전의 LTV를 적용하겠다고 설명하면서 규제를 풀어주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중도금대출을 받은 범위 내라는 단서를 달면서 결국 기존과 대출 금액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알려지자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이미 계약된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이 하나의 연장선에 있다는 전제 아래 이분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보완책이 뭐가 있는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미 정부의 말바꾸기로 인한 실망이 큰 상황이라 또 다시 미세조정에 그치지 않을지 걱정이 크다.

인천에서 분양을 받은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투기 세력을 잡겠다면서 수도권에 힘들게 집을 산 실수요자들까지 옥죄면 지방에 내려가 살라는 것이냐"면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강남에 거주하거나 다주택자다보니 서민들의 애로사항을 전혀 몰라 탁행정에 말바꾸기 정책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차 3법' 소급적용 논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임대차보호 3법' 개정안을 신규 전월세 계약 뿐 아니라 기존 계약에도 소급 적용하기로 한다는 이야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월세 계약 갱신시 임대료를 직전의 5% 이상 더 올리지 못하도록 한 법안을 기존 계약까지 적용해 전월세 시장 안정을 강력하게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민간임대사업자의 세제혜택 축소 소급 적용에 이어 임대차보호법까지 소급 적용할 경우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불과 2년 반 전에 각종 세제혜택을 약속하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유도했던 만큼 해당 법안이 실제 추진될 경우 정부 말만 믿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이들의 집단반발이 예상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부동산 안정화가 3년째 실패하면서 정책이 정치화되고 있다"면서 "정권이 바뀌기도 전에 임대사업자 혜택 소급 폐지 등 약속이 번복 되면 누구도 정책은 믿지 않고 시장만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소급적용이 이뤄질 경우 전셋값이 폭등해 세입자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민들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의 발목을 묶어 주거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전세 재계약 시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올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치동의 한 중개사무소는 “정부 규제로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고 집주인들이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미리 전세금을 더 올려 받으려다 보니 벌써 3억원 가까이 올랐다”며 “법 시행 이후에는 제약을 받다 보니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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