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올렸는데 바로 팔려" 허가제가 만든 잠실 '신고가'

유엄식 기자 2020. 6. 26.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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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토지거래허가제 발표 이후 설마 팔릴까 하고 21억에 내놨는데 집을 보러 오더라. 곧바로 계약됐다.” (잠실 트리지움 거주자 A씨)

정부가 잠실~코엑스 일대에서 진행되는 대형개발 호재에 따른 투기 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결정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정책이 오히려 단기적으로 일대 집값을 들쑤셨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책이 발표된 지난 17일부터 허가제가 발효된 23일까지 일주일간 잠실에서 직전 거래가보다 2억 이상 웃돈을 붙인 매물이 다수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집주인들이 이 가격에 팔리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내놓은 매물마저 현금을 쥔 구매자들이 거래허가제 시행 전에 서둘러 매수에 나선 것. 이에 잠실 3대 대장주 단지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 곧 신고가 실거래 등록이 속출할 전망이다.
규제 직전 갭투자 매수…잠실 엘리트 신고가 속출
25일 잠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트리지움 전용 84㎡ 매물이 21억원에 팔렸다. 종전 집주인이 11억원에 전세로 2년 거주하는 조건의 ‘갭투자’였다. 거래허가제가 발표되기 전인 이달 초엔 같은 평형 시세가 19억원이었는데 이보다 2억원 오른 신고가다.

이 단지에선 지난 주말 전용 84㎡ 기준 20억7000만원 안팎에 손바뀜한 매물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앞선 사례와 같이 전세보증금을 낀 갭투자라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허가제가 시행된 23일 이후엔 매수 문의가 사라졌다. 단지 인근 B 중개업소 관계자는 “22일까진 호가대로 산다는 매수자 문의가 많았고 실거래도 많이 성사됐지만 이후 문의가 끊겼다”며 “앞으로 이 지역에선 갭투자가 금지돼 매매하려면 전액 현금이 필요하고 반드시 실거주해야 하므로 당분간 거래가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지보다 2억원 가량 시세가 높게 형성된 엘스와 리센츠 단지에서도 최근 신고가로 거래된 매물이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잠실엘스 전용 84㎡(14층) 매물이 22억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최고가였던 지난해 12월 거래가(21억7000만원)보다 3000만원 높고 최근 시세대비 2억원 높은 수준이다.

일대 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이 단지에서 아직 실거래 등록이 되지 않은 매물 중엔 전용 84㎡ 기준 23억5000만원에 계약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센츠 전용 84㎡(22층) 매물도 지난 22일 신고가인 23억원에 손바뀜했다. 허가제 발표 전 거래가(18억~20억2000만원)보다 3억원 가량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주변 단지도 허가제 직전 신고가로 손바뀜한 매물이 있다. 갤러리아팰리스 전용 151㎡도 허가제 시행 하루 전인 22일 20억원에 팔렸다. 직전 최고가보다 1억1000만원 비싼 금액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6.17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송파구 잠실,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계획이 공개됐다. /사진제공=뉴스1

허가제, 가격상승 지역 인증 효과…집값 안정 역효과 우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잠실 일대 중개업소에선 허가제가 지역 집값을 오히려 띄워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잠실동 C 공인중개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제 지정은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지역이라고 정부가 찍어준 결과가 됐다”며 “최근 매수자들은 허가제가 해제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이상으로 가격을 올려 팔 것이므로 집값 안정엔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잠실 일대에선 허가제 기준인 대지 지분 18㎡ 미만 초소형 아파트 문의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리센츠 전용 27㎡의 경우 대지 지분이 13㎡으로 허가제 대상이 아니다. 다만 실거주 요건이 있어 투자 수요가 몰리진 않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토지거래허가제를 피한 주변 단지도 가격이 들썩인다. 잠실 인근 신천동 중개업소에 따르면 정책 발표 이후 파크리오, 장미 등 주변 아파트 매수 문의가 잇따른다. 아직 신고가 등록은 없으나 잠실 분위기를 감지한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여 지난해 연말 고점 시세를 회복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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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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