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 그래도 병원 안찾는 사람들…낙인 걱정 없는 '앱' 찾았다
AI 등 기술로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편견, 낮은 접근성 해소
와이브레인·아토머스·오웰헬스 등 멘탈케어 스타트업 두각
[편집자주] 과도한 경쟁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속마음 털어놓을 곳 없는 외로움이 정신을 병들게 한다. 몸이 아플 땐 병원에 가지만 마음이 아플 땐 어찌할 지 방법을 몰랐던 사람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달라졌다. 지친 마음을 적극적으로 치유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심리상담부터 수면관리까지 가능한 세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멘탈케어(정신건강) 산업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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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3.6%가 최근 1년간 최소 1개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3명꼴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신건강 문제 경험자 중 주변에 상의나 상담 또는 병원 방문을 했는지 물어본 결과에선 73%가 '없다'고 응답했다. 정신건강 문제 경험자의 4명 중 3명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정신건강 문제 치료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27%)'이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란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많은 이들이 정신건강 관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낙인과 편견, 낮은 접근성은 정신건강 관리의 오랜 구조적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멘탈테크'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VR(가상현실), 웨어러블 기기 등 디지털 기술을 정신건강 관리와 접목한 형태로, 심리적 부담과 비용을 낮추고 실효성은 높이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웰니스앱에는 명상앱, 숙면을 위한 사운드앱, 약물 복용 알림 앱 등이 있고 건강 모니터링·관리 툴에는 수면을 추적하거나 스트레스 관리용 스마트 패치 등이 포함된다. 수면장애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치료하는 솔루션은 디지털 치료제에 속한다.
전세계에서 다양한 멘탈테크 기업들이 등장한 가운데 국내 기업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명상앱인 '마보(마음보기)'는 2018년 출시 이후 누적 다운로드 수 60만회를 돌파하고 36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국내 최초의 디지털 명상앱으로 성장했다.
사용자의 기분 상태와 상황에 맞춘 850개 이상의 다양한 명상과 숙면 콘텐츠를 제공하며 친숙하고 아기자기한 사용자 환경(UI)을 갖췄다. 임신 중인 여성을 위한 명상, 아이들을 위한 명상 등 다양한 대상에 맞는 명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명상 후 소감을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도 있다. 국내외 명상 전문가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심리학자, 심리상담사, 신경정신과 전문의들도 추천하는 앱이다.
감정 기록 기반 앱도 성장세다. 포티파이의 '마인들링'은 사용자가 자신의 감정과 고민을 앱에 기록하면 이를 기반으로 심리 상태를 분석하고 바이오 신호를 측정해 맞춤형 디지털 멘탈케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AI 기반 맞춤형 케어 알고리즘을 개발해 더욱 개인화되고 정밀한 프로그램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온라인 심리검사, 상담, 자기관리 프로그램을 통합함으로써 정신건강 관리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마인드카페는 비대면·익명 심리 상담 서비스를 통해 상담 센터 방문 없이도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클라이피는 단순한 심리 상담을 넘어 내담자가 안고 있는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의료·법률 서비스 연계까지 제공한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등 국내 주요 대학 출신 스타트업의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오웰헬스의 '인사이드'는 서울대 의대 출신 창업자와 심리학자가 개발한 디지털 CBT(컴퓨터 기반 시험) 프로그램을 앱으로 제공한다.
사용자는 우울, 스트레스, 수면, 성인 ADHD, 번아웃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자가 진단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맞춤형 멘탈케어 코스와 워크북, 감정 기록, 감사 일기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필요시에는 비대면 심리 상담도 연계해 준다.
카이스트 출신들이 설립한 에이슬립은 수면 기술 분야 대표 기업이다. 복잡한 수면다원검사를 모바일로도 가능하게 할 만큼 수면 분석 기술을 고도화했으며, 수면의 질을 확인하는 앱 '슬립루틴'은 애플·구글·삼성·아마존 등이 개발한 기기들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에이슬립의 수면무호흡증 사전선별 진단보조 디지털의료기기 '앱노트랙'은 실제 병원 현장에서의 처방이 개시됐다. 앱노트랙은 별도의 장비 없이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수면 중 사용자의 수면무호흡, 수면의 양과 질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슬립케어 앱 '솜니아'를 운영하는 에스옴니도 수면 기술로 멘탈 헬스케어를 실현하고 있다. 솜니아는 다양한 근거 기반의 수면 콘텐츠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스스로 수면과 기상, 취침 전 습관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외에도 AI 기반 인지훈련 소프트웨어 '코그테라'를 개발한 이모코그,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을 출시한 와이브레인, VR과 모션체어를 결합해 긴장감·불안감을 조절하는 의료기기 '마인드체어' 개발사 메디트릭스 등 다양한 멘탈테크 기업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다만 전문가들은 멘탈테크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기술이 인간 치료사를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의존할 게 아니라 인간을 보조하는 구조로 멘탈테크가 설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예를 들어 AI는 자살 충동 같은 정신건강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인간 전문가처럼 정밀하게 개입할 수가 없다"며 "검증되지 않은 디지털 솔루션이 오히려 사용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멘탈테크는 치료의 보조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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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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