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할머니가 또 왔네”…진상으로 불린 민원왕, 불같은 성격 뒤에 숨겨진 진심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58]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인간은 자기 공동체 속 특정 구성원이 왜 돌출 행동을 벌이는지 궁금해한다. 종종 그 동기를 알아내는 건 공동체 차원의 과제가 되는데, 그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가 유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 그런지 이유를 들어보려 해도 당사자가 말하길 회피하면 노력은 수포가 되고 만다.
‘아이 캔 스피크’(2017)는 우리가 특정 구성원의 속사정을 듣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 속에서 ‘도깨비 할머니’로 불리는 옥분(나문희)은 20년간 구청에 민원을 8000건이나 제기한 악성 민원인이다. 하루평균 한 건 넘는 민원을 넣은 것이다.
이건 구청의 행정력을 낭비하게 되는 원인이지만, 누구도 옥분이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런 거 하라고 월급 주는 것”이라며 공무원이 듣기엔 거북한 발언을 하는 까닭에 다들 피하기 일쑤다.
![옥분은 오늘도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러 왔다. 물론 옥분이 제기하는 민원엔 대부분 이유가 있다. 생활 안전과 관련한 신고가 상당수다. 다만, 구청 입장에서는 옥분의 민원에만 매달릴 수 없으니, 자제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달하는 것이다. [영화사 시선]](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9/mk/20250629112104881ohdv.png)
또 악성 민원인 자료를 채증한다며 옥분의 얼굴 앞에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밀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분고분 물러날 옥분이 아니다. 옥분은 번호표를 수십 개 뽑는 방법으로 민원 세례를 이어간다. 이 영화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옥분과 민재, 강 대 강의 대결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보는 데 있다.
![“번호표 뽑아오세요.” 민재는 원칙을 제시하며 옥분을 당황하게 한다. [영화사 시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9/mk/20250629112106271porx.png)
![“나 영어 좀 가르쳐줘. 미국 사람이랑 아주 쏼라쏼라 말 잘하더만. 보수는 아주 넉넉히 쳐줄게.” 민재와 기 싸움을 펼치던 할머니는 일순간 그에게 간청하는 입장이 된다. 영어를 꼭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사 시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9/mk/20250629112107713gucv.png)
![영어를 공부하는 옥분의 표정이 밝다. 영어로 소통하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듯하다. [영화사 시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9/mk/20250629112109165dnax.png)
옥분은 일본군에게 피해를 본 직후 마을 사람은 물론 어머니조차도 자신을 수치스러워하는 모습을 봤고, 이때의 경험 때문에 자신이 누군지를 온전히 털어놓을 수 없었다. 시장 상인들에게도, 구청 직원들에게도 강한 모습만 보여줬던 건 어쩌면 자기 내면의 깊은 부분까지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방어기제였는지 모른다.
![막상 증언하려 하자 영어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사 시선]](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9/mk/20250629112110589puse.png)
이때 옥분의 입을 여는 게 바로 민재다. 뒤늦게 등장한 민재는 단상 위에 선 옥분이 들을 수 있게 묻는다.
“하우 아 유, 옥분”
“아임 파인 땡큐. 앤드 유?”
![“아임 파인 땡큐. 앤드 유?” 옥분은 민재의 등장 이후 자기 경험을 상세하게 털어놓는다. [영화사 시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9/mk/20250629112111970uqgn.png)
그런 옥분에게 민재는 정체성을 묻는 대신 안부를 묻는다. 사실 옥분은 자신이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환대받는 경험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이 도깨비 할머니이건 제국주의의 피해자이건 ‘어떻게 지내는지’ 물으며 반겨주는 사람을 그리워했다. 민재는 옥분의 그런 마음을 알았고, 그가 ‘말할 수 있게’ 입을 열어준다.
![민재가 옥분에게 맘을 열게 된 것도 옥분이 자기 동생을 환대해준 이후다. [영화사 시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9/mk/20250629112113406baly.png)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 [영화사 시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9/mk/20250629112114985rvnx.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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