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번째 규제, 현금없인 수도권 집 사기 힘들다
'6·17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강조해 온 '수요 억제' 기조의 정책을 총망라한, 고강도 규제다. 정부는 "역대 최저 수준 금리와 급격히 증가하는 유동성으로 인해 투기 수요가 주택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규제 강화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동성이 넘쳐나는데 수요만 옥죄어서는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출범 3년 만에 21번의 대책(지난달 분양권 전매 제한 조치 포함 시 22번)이 남발되면서 규제의 취지와 효과가 모두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의 고가 주택을 타깃으로 했던 규제가 수도권 전체로 확대되고, 규제 대상 주택 가격도 9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져 실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유동성 넘쳐나는데 '투기 수요' 탓만
정부는 비(非)규제지역으로 남아 있던 경기도·인천 대부분 지역과 대전, 청주 등 지방 일부까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특정 지역, 특정 가격대의 주택 수요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수도권은 북부 접경지와 환경보호 구역 등을 제외하곤 모두 규제 대상이 됐다.
규제지역이 되면 9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 한도가 줄어들거나 아예 금지되고, 다(多)주택자는 양도소득세와 보유세가 중과(重課)된다. 정부는 또 다음 달부터 규제지역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 6개월 내에 입주하지 않으면 대출을 취소하기로 했다. 대출 없이 집을 사는 사람은 별 영향이 없어 '현금 부자만 유리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강남·송파구 네 동(洞)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주택 매입 시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주택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갭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신도시 같은 대규모 개발 예정지 주변의 땅 투기를 막기 위한 규제지만 이번에 이례적으로 주거지역에 적용됐다.
정부는 법인 명의로 집을 사는 등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려는 목적의 편법들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임대·매매사업자의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내년부터 법인 소유 주택의 종부세율을 개인 최고세율(3~4%) 수준으로 높인다. 주택 양도차익에 부과하는 법인세율도 기존 20~35%에서 30~45%로 높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대규모 추경과 3기 신도시 토지보상 등으로 시중 부동자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요 억제책만 고집하다간 비규제지역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나 전세시장 불안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 목적이라도 갭 투자는 안 돼
정부는 전세자금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기존에는 전세 대출을 받은 상태로 9억원 넘는 집을 살 때에만 대출을 갚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에서 3억원 넘는 집을 사면 대출 회수 대상이 된다. 기존에 전세대출을 받아둔 사람이라면 집을 사더라도 만기까지는 대출이 유지되지만, 앞으로 전세 대출을 받은 사람이 집을 사면 잔금 납부 때까지 전세대출을 갚아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전세 보증금 마련 용도의 대출로 갭 투자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세 대출을 활용한 주택 매수는 신혼부부 등 자금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내 집 마련 전략이어서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미래를 위해 집을 사두려는 무주택자가 과연 투기 수요인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국민 주거 이동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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