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신도시 발표후 "전화통 불이 나네요"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볼 정도는 아니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투자 문의는 확실히 늘었고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주말이 되면 좀 더 문의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지난 6일 서울 용산 철도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 규모 ‘미니 신도시’를 짓겠다고 밝힌 후, 사업지 근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갑자기 분주해졌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줄곧 규제의 대상이던 이 지역에 모처럼 호재(好材)가 등장하면서 모처럼 전화 문의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용산역 근처에서 영업중인 L공인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매수 수요가 워낙 줄어 하루종일 앉아있어도 전화 한통 안오는 날이 부지기수였지만 정부 발표 후로는 하루 종일 전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들어 가장 바쁜 이틀(7~8일)이었다”고 말했다. 김재성 희망찬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아직은 매수 의사를 보이는 사람보다는 정부 대책 발표 후 시장 전망이나 주변 분위기가 어떤지 물어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주말이 되면 좀 더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부이촌동에서 영업중인 한 중개사는 “정비창 주변에 있는 아파트를 팔려던 사람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기존 아파트 입장에선 주변에 더 좋은 새아파트가 생기는게 악재일 수도 있지만 용산 전체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정부는 정비창 부지(면적 약 51만㎡)에 8000가구 규모 주택과 업무시설, 상업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8000가구 중 5000~6000가구 정도가 일반 분양될 예정이다. 이 땅은 코레일 소유 부지로, 원래부터 고급 주거·업무 복합단지인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예정돼있던 곳이다. 2007년 삼성물산, 롯데관광개발 등 23개 기업 주도로 개발을 추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업 여건이 안좋아진데다 사업자 간 갈등까지 겹치며 2013년 무산됐다. 이후 2018년까지 토지 소유권 관련 소송이 진행된 탓에 후속 개발이 중단됐다가 이번에 재개되는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내년 말까지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2023년말 주택 분양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공공 주도의 도시 개발 방식으로는 용산이 가진 지리적 가치와 상징성을 제대로 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당초 국제업무지구는 초고층 건물과 외국인· 부자를 겨냥한 고급 주거시설로 채워 국제적인 랜드마크로 만들 계획이었다”며 “공공 주도 개발로는 그런 랜드마크를 만들기 어려우며, 이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 “용산이라는 땅이 가진 가치를 잘 살릴 수 있게 다양한 주택과 업무·상업 시설을 배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방향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시장에선 용산 미니 신도시를 강력한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재성 대표는 “이촌동 한강변이나 한남동에 일부 고급 아파트가 있어 용산 하면 전반적으로 고급 주거지역이란 인식이 있지만 실제 보면 ‘서울 내에 이런 지역이 있나’ 싶을 정도로 낙후된 주거지가 많다”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정비창 부지 개발에 힘입어 다른 정비사업이나 개발사업들도 힘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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