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신종코로나엔 면역력..정부발 신종 규제가 '더 센 놈' [문호진의 부동산터치!]
정부발 신종규제 주택거래허가제 방불
풍선효과 수원·용인 집값에 거품론 일어
주택시장 시련기..조급한 추격매수 금물
지난 4일 실시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42가구 무순위 청약에 10만명이 넘는 ‘줍줍족’이 몰리면서 전체 평균 경쟁률이 1618.2대1에 달했다. 이 곳 무순위 청약은 중도금대출이 가능하고 6개월 뒤 전매할 수 있어 단기차익을 노린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렸다.
하나은행이 지난 3~5일 사흘간 한정판매한 최대 연 5.01%의 특판적금 ‘하나 더적금’에는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엄청난 인기에도 사실 이 적금으로 벌 수 있는 최대 수익은 8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한 달 최대 납부 한도가 30만원이어서 1년에 360만원을 넣어 받는 세후 이자는 8만2650원이다.
전염병으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 전반적인 경제활동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저금리· 저성장 시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먹을거리를 찾기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는 돈은 전염병의 리스크 앞에서도 용감하기만 하다. 6일 코스피지수가 중국의 대미(對美) 관세 인하 소식에 8거래일만에 2200선을 회복한 것에서도 돈의 속성이 잘 드러난다.
부동산 시장은 면역력이 세다.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부동산 거래량은 오히려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는 그해 5월20일 첫 환자가 나온 후 전국을 강타해 12월23일 상황 종료가 선언될 때까지 186명이 감염되고 그 중 38명이 사망했다. 그래도 부동산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2015년 6월 서울 주택 거래량은 2만건을 넘어서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6월 거래량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인간의 이기적 욕망이 들끓는 부동산 시장은 웬만한 신종 전염병보다 먹을 것이 없게 만드는 정부의 신종 규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집값 안정’에서 더 나아가 ‘원상 회복’을 목표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공세는 앞으로 더 매섭게 전개될 듯 하다. 집 한 번 사는 데 자금출처 등 증빙서류를 15가지나 제출해야하고, 주택을 판 돈 까지 어디에 쓸 지 소명해야 하는 규제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나 마찬가지다.
시장은 벌써 ‘거래빙하기’에 접어들었다. 강남권 대표 아파트인 은마·잠실주공5단지의 지난 두달간 실거래 건수가 달랑 1건씩에 그쳤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집값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12·16대책이후 5주 만이다. 특히 지난해 상승폭이 컸던 5~10년 차 준신축 아파트값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준공 8년 차 서초구 롯데캐슬아르떼는 전용 121.64㎡형이 지난해 11월 최고가(22억7000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떨어진 20억 9000만원에 1월 초 실거래됐다.
고가·다주택자들은 다음달에 보유세 폭탄의 예고편인 ‘공시가격 현실화’(시세 대비 공시가격 반영률)를 놀란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1400만가구 가량의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되는 것. 고가 아파트는 최대 12%포인트(시세 30억원 초과)나 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12·16대책에서 종부세를 강화하면서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 상승률이 공시가격 상승률을 훨씬 능가해 세금 증가 한도(50~200%)까지 늘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무 전문가 추산에 따르면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잠실 주공5단지 82㎡ 두 채를 가졌다면 보유세가 올해 66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보유세 ‘폭탄’을 피하려면 6월 말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에 응해야 한다. 현재 서울 안에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아파트는 12만8000호 정도다. 이 중 상당수가 매물로 나오면 집값이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전방위적 공세로 당분간 고난의 행군이 불가피하다. 최근 4~5년 간의 상승랠리에 올라타지 못한 30대가 막차라도 타겠다며 가세하는 바람에 지난해 주택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최근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로 달아오르고 있는 수원· 용인은 실거래가와 호가 격차가 3억까지 벌어지면서 거품론이 일고 있다. 조급한 마음에 추격매수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향후 전개될 부동산 시장은 정부 변수가 작용해 불확실성이 커졌다.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한다. 주택시장에 먹구름이 짙어지는 국면이니 추격매수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선임기자/mhj@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